옛 언약, 새 언약?

31“그 때가 오면, 내가 이스라엘 가문과 유다 가문에 새 언약을 세우겠다. 나 주의 말이다. 32이것은 내가 그들의 조상의 손을 붙잡고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나오던 때에 세운 언약과는 다른 것이다. 내가 그들의 남편이 되었어도, 그들은 나의 언약을 깨뜨려 버렸다. 나 주의 말이다. 33그러나 그 시절이 지난 뒤에, 내가 이스라엘 가문과 언약을 세울 것이니, 나는 나의 율법을 그들의 가슴 속에 넣어 주며, 그들의 마음 판에 새겨 기록하여,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될 것이다. 나 주의 말이다. 34그 때에는 이웃이나 동포끼리 서로 ‘너는 주님을 알아라’ 하지 않을 것이니, 이것은 작은 사람으로부터 큰 사람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모두 나를 알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들의 허물을 용서하고, 그들의 죄를 다시는 기억하지 않겠다. 나 주의 말이다.” (렘 31:31-34)

「신약(信約)」이란 이름의 근거

사순절 다섯째 주일인 오늘 「성서일과」(RCL)가 제시한 구약 본문은 유명한 예레미야서 31장 31절로 34절의 말씀입니다. 이 말씀이 ‘유명한’ 이유는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을 「구약」과 「신약」으로 나누는 근거가 된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본래 「구약」은 ‘율법서와 예언서와 성문서’라는 이름을 가진 유대교의 경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신약」만이 기독교의 고유한 경전이고, 「구약」은 서로 다른 두 종교가 공유하고 있는 경전입니다. 기독교인이 된 유대인들은 유대교를 떠날 때 유대교의 모든 전통을 다 버리고 떠났습니다. 그런데 단 하나 그들이 읽던 성경, ‘율법서와 예언서와 성문서’만은 가지고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또 다른 중요한 문서들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언행록과 사도들의 행적을 적은 기록과 사도들이 교회에 보낸 편지들과 계시록 책 한 권이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신약」이라고 부르는 책이 바로 그것입니다. 초기 기독교는 이 두 경전에 ‘이름’을 붙여야 했습니다.

먼저 자기들만의 고유한 경전에 무슨 이름을 붙일 것인가를 심사숙고했습니다. 그들은 드디어 자신들의 자기 이해와 정체성에 걸맞은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새로운 신앙공동체는 자신들을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역사적 이스라엘과 구별하여 새 이스라엘, 하나님과 새로운 계약 관계를 맺은 백성이라고 이해했습니다. 이것은 기독교에서 나온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이미 유대교 안에 있던 사상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 본문인 예레미야서 31장 31절로 34절의 말씀입니다. 특히 31절과 32절 말씀이 중요합니다.

31“그 때가 오면, 내가 이스라엘 가문과 유다 가문과 새 언약[신약(新約)]을 세우겠다. 나 주의 말이다. 32이것은 내가 그들의 조상의 손을 붙잡고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나오던 때에 세운 언약과는 다른 것이다.”

저들은 참 이스라엘, 즉 진정한 하나님의 백성은 역사적 이스라엘이 아니라, 그리고 육체적인 아브라함의 후손이 아니라, 하나님과 새로운 계약을 맺은 사람들로 구성되는 새 하나님의 백성이며, 언젠가 이들이 출현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는데,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기독교가 바로 새 이스라엘이라고 고백하기에 이릅니다.

그래서 초기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을 “새 언약 백성”이라고 이해했고, 자신들의 경전을 「새 언약」 곧 「신약(新約)」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연히 그들이 유대교에서 가지고 나왔던 ‘율법서와 예언서와 성문서’는 「옛 언약」 곧 「구약(舊約)」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구약」과 「신약」을 합쳐서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이 되었던 것입니다.

유대교의 성경의 3부 배열

이런 이유로 유대교와 기독교의 정경, 정확히 말하면 유대교의 경전과 기독교의 경전 중 「구약」은 ‘내용상’으로는 완전히 똑같습니다. 하지만 ‘형식상’으로는 차이가 있습니다. 형식상 차이는 사소한 차이와 중대한 차이 두 가지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최근(2024년 3월 7일)에 CBS가 YouTube에 올린 《잘잘법》(잘 믿고 잘 사는 법) 184회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 느혜미야)가 「구약성서의 비밀을 알면 성경이 다시 보입니다」라는 제목으로 한 강의인데, 제가 여기서 그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소한’ 차이는 책을 세는 ‘권수의 차이’입니다. 기독교는 사무엘과 열왕기와 역대기가 상·하권으로 나뉘어 있어서 총 6권이지만, 유대교는 상·하권이 합쳐져 있어서 총 3권입니다. 또 기독교는 에스라와 느헤미냐가 나뉘어 있지만, 유대교는 합쳐서 1권입니다. 그리고 기독교는 호세아부터 말라기까지 12소예언서가 각각 1권씩인데, 유대교는 합쳐서 1권으로 봅니다. 이렇듯 ‘권수를 세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내용상으로는 완벽하게 동일합니다.

‘중대한 차이’는 바로 ‘배열의 차이’입니다. 유대교와 기독교는 순서를 적지 않게 다르게 배열하고 있습니다. 유대교 성경의 제일 앞부분에는 ‘율법서(토라)’가 있습니다.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가 여기에 속하고, 이를 기독교에서는 ‘모세오경’이라고 부릅니다. 율법서는 “하나님이 제시하고 요구하신 원칙”을 다루고 있습니다. 율법서 다음의 두 번째 부분을 유대교에서는 ‘예언서(네비임)’라고 부릅니다. 예언서에 속한 책들은 ‘전기예언서’인 여호수아, 사사기, 사무엘, 열왕기 4권, ‘후기예언서’인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 12소예언서를 하나로 쳐서 4권, 총 8권입니다. 예언서가 다루고 싶은 것은 ‘율법서에서 제시된 하나님의 원칙을 어긴 세상, 이스라엘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불순종했고 하나님을 떠났는지’ 입니다. 그러다 보니 예언서의 아주 많은 내용이 고발과 심판 선포입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한 부분을 이루고 있지, 예언서 전체에 이런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언자들은 죄를 고발하고 심판을 선포하지만, 심판을 받은 후에 하나님이 가지고 올 새로운 세상에 대한 말씀, 즉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 대한 말씀 역시 선포합니다. 결국, 예언서는 죄에 대한 고발과 심판, 그리고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희망, 이 두 가지의 메시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부분은 성문서(케투빔)라고 부릅니다. 여기에는 율법서가 아니고 예언서도 아닌 것들이 죄다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시편처럼 찬양을 다룬 책도 있고, 잠언, 욥기, 전도서 같은 지혜서도 있고, 그 외 다른 책들도 있습니다. 유대교 성서의 세 번째 부분인 이 성문서는 ‘하나님을 경외하며 살아가는 일상’ 정도로 그 내용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율법서와 예언서와 성문서’로 구성된 유대교 성경은 배열도 율법서—예언서—성문서의 순서를 따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이 제시하고 요구하신 원칙을 다룬 율법서가 맨 앞에 나오고, 그런데 그 원칙을 깸으로 인한 고발과 심판 선포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다룬 예언서가 두 번째로 나오고, 마지막으로 하나님을 경외하며 살아가는 일상을 다룬 성문서가 나옵니다. 이렇게 셋으로 구성된 유대교의 성경 배열은 어떻게 보입니까? 안정되게 보이시지요?

기독교의 구약성경의 4부 배열

기독교의 구약성경은 맨 처음에 유대교 율법서와 똑같은 ‘모세오경’이 나옵니다. 여기서는 “하나님이 제시하신 원칙”을 다룹니다. 그다음에 유대교 성경과 달리 ‘역사서’가 있습니다. 유대교 성경의 ‘전기예언서’와 ‘성문서’ 중 룻기, 역대기, 에스라, 느헤미야, 에스더가 여기에 속합니다. 역사서는 이스라엘이 역사 안에서 어떻게 하나님께 순종했다가 불순종했다가 했는지를 다룹니다. 그다음 세 번째 부분은 ‘시가서와 지혜문학’으로 유대교 성경의 ‘성문서’ 가운데 기독교 구약성경의 ‘역사서’로 옮겨가지 않은 문서가 다 여기에 속합니다. 이것들은 “하나님을 경외하며 살아가는 일상”을 다룹니다. 그런데 기독교 구약성경은 3부작이 아니라 4부작이고, 마지막 네 번째가 ‘예언서’입니다. 유대교 성경의 ‘예언서’ 중 ‘후기예언서’가 여기에 속합니다. 예언서의 내용은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한 세대를 향한 고발과 규탄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올 심판 선포”입니다. 그렇지만 그게 끝이 아니고, “그다음에 다가오는 희망과 기대”도 있습니다.

이것이 기독교 구약성경의 4부 배열입니다. 먼저 ‘오경’에서 하나님이 제시하신 원칙이 나오고, 다음으로 ‘역사서’에서 이스라엘이 순종하고 불순종한 역사 속의 여러 사건이 나옵니다. 이어서 ‘시가서와 지혜문학’에서 하나님을 경외하며 살아가는 일상이 나오고, 마지막 ‘예언서’에서 죄에 대한 고발과 심판 선포 및 미래에 대한 희망이 나옵니다. 이렇게 4부작으로 구성을 하고 보니까 어떤가요? 안정적인가요? 김근주 교수는 “단단하게 딱 마무리되었다기보다는 열려있다”라고 말합니다.

예수를 향해 있는 구약

앞에서 말했듯이, 기독교는 유대교에서 갈라져 나오면서 유대교 성경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율법서—예언서—성문서, 3부작으로 되어 있던 배열을 모세오경—역사서—시가서 지혜서—예언서, 4부작으로 재배열했습니다. 4세기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이런 배열은 5세기가 되면서 ‘표준’이 되어서, 지금까지도 전 세계 모든 구약성경은 다 4부작입니다. 기독교의 종파인 가톨릭교회, 동방정교회, 개혁교회 모두 4부작 배열을 따릅니다. 그렇게 된 이유는 길고 긴 기독교 역사 속에서 4부작 배열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그랬을까요?

구약성경만 보면 4부작 배열은 불안정합니다. 열려있습니다. 그런데 신약성경와 함께 보면 달라집니다. 예언서가 끝나면 바로 복음서가 나옵니다. 고발—심판—희망 바로 다음에 ‘예수’가 이어서 나옵니다. 즉 구약성경은 예수를 향해 열려있고, 예수가 예언자가 말한 희망의 내용임을 보여주고자 기독교는 유대교와 다르게 「구약」을 배열했던 것입니다.

예수는 어떤 분인가?

그렇다면 예수는 어떤 분입니까? 김근주 교수는 “이제까지 이스라엘이 저질러왔던 죄악을 바로잡으면서 이 사람들이 어떤 꿈을 꾸었는지를 이 땅에 가져오신 분, 즉 이스라엘이 저질렀던 실패를 바로잡고 이스라엘이 꿈꾸었던 기대를 현실로 만드신 분”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예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약의 예언자들은 과연 무엇을 고발했지?” 하는 것을 알 때 예수가 무엇을 바로잡는지가 이해되고, 또 “예언자들이 꿈꾸었던 미래는 뭐였지?” 하는 것을 바로 알 때 예수가 현실로 만든 미래가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는 구약학자 김근주 교수의 견해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거기에다가 신약학자이고 역사적 예수 전문가인 ‘크로산’(John Dominic Crossan)의 견해를 더하고자 합니다. 그는 예수가 고발한 것은 ‘정의가 힘이 아니라, 힘이 정의가 된 폭력 세상’이라고 말합니다. 즉, ‘힘에 의한 승리를 통한 평화’를 주장하고, “힘이 우리를 구원하리라”고 믿는 “문명의 정상성”을 고발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예언자들이 꿈꾸었던 세상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악의 종말, 불의의 종말, 억압의 종말, 착취의 종말, 폭력의 종말, 즉 제국의 종말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유대교에서는 말하는 ‘종말론’이요,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와같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현실”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예수는 이 종말론을 ‘현실화’했습니다. 그 대표적 예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던 ‘열린 밥상공동체’였습니다. 예수의 열린 밥상공동체는 언제나 ‘잔칫집’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은혜’ 때문이었습니다.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그 잔치 자리에 감히 참석할 자격이 없는 사람까지도 기꺼이 초대하고 환대해 준 덕분이었습니다. 초대한 측은 이를 ‘사랑’이라 했고, 초대받은 측은 이를 ‘은혜’라고 했습니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포용’ 또는 ‘관용’, 즉 ‘똘레랑스’입니다.

이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는 말씀에 정확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예수는 ‘모두’를 초청했습니다. 의인만 부른 것이 아니라, 죄인도 불렀습니다. 주인만이 아니라 종도,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도, 어른만이 아니라 어린이도, 건강한 자만이 아니라 병든 자도, 정상인만이 아니라 장애인도, 유대인만이 아니라 이방인도 모두 다 초청했습니다.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았고 ‘포용’했습니다. 한마디로 “Welcome Everybody!”였습니다.

이렇듯 예수는 장벽을 허물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모든 사람을 포용했습니다.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을 인정하고, 못난 사람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저들의 콤플렉스와 트라우마를 보듬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살면서 한 번도 사람대접받지 못했던 사람이 사람대접을 받고 감격해했습니다. 행복해했습니다. 즐거워했습니다. 신명이 났습니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꽉 막혔던 인생의 여러 체증도 풀리고 온갖 질병도 나았습니다. 이제 더 신이 나서 잔치를 벌입니다. 서로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눕니다. 이렇듯 “모든 사람을 환영하고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예수의 열린 밥상공동체 운동은 치유 기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은 힘이 없는 약자들을 차별하고 배척했지만, 예수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포용하고 환대했습니다. 포용과 환대는 치유와 나눔과 섬김의 기적을 낳았고, ‘지금 여기서’ 하나님 나라를 누리게 했습니다. 힘이 정의가 아니라 정의가 힘인 ‘새 하늘 새 땅’을 현실화했습니다.

옛 언약, 새 언약

오늘 본문은 ‘옛 언약’과 ‘새 언약’이 다른 점은 ‘옛 언약’이 출애굽 때 하나님이 돌판에 새겨주신 언약이라면, ‘새 언약’은 사람들의 가슴과 마음에 새겨진 언약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 사람들의 가슴과 마음에 새겨진 새 언약은 다음 아닌 ‘예수’였습니다. ‘예수’처럼 이웃을 포용하고 환대하면, 사랑하고 관용하면 힘이 정의인 세상이 끝장납니다. 악의 종말, 불의의 종말, 억압의 종말, 착취의 종말, 폭력의 종말, 제국의 종말이 실현되고,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집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를 가슴과 마음에 새기고, 예수의 손과 발이 되어 세상을 변화시켜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남을 배척하고 차별한다면 그 사람이 그리스도인일 수 있습니까? 혐오하고 쫓아내려 든다면 그것이 예수를 믿고 따른다는 기독교일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그건 기독교의 탈을 쓴 힘 숭배입니다.

최근에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성소수자를 환대했다”고 이동환 목사를 출교시켰습니다. 저는 감히 말합니다. “기감이 이동환 목사를 버린 순간 하나님도 기감을 버렸습니다. 예수를 믿고 따르는 참된 그리스도인들도 기감을 버렸습니다.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깨어있는 시민들도 기감을 버렸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할 수 없이 기감을 탈퇴하지 못하고 있는 기감 목회자들도 마음으로는 기감을 버렸습니다. 기감은 김동완 목사가 아니라 예수님을 버렸기 때문입니다.” 32년 전에 기감은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라고 말했다고, 감신대 변선환 교수를 출교 처분했습니다. 그때 제자인 이현주 목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고 말하지 마시고, 교회 안에도 구원이 있다고 말씀하시지 그랬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감리교회 안에도 과연 구원이 있을까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교단도 제발 그렇게 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좀 생뚱맞을지 모르지만, 끝으로 이번 사순절 주제인 ‘탄소 금식’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수는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대했습니다. 누구도 배척하지 않았고, 포용하고 환대했으며, 사랑하고 관용했습니다. 폭력을 반대했고, 힘으로 지배하지 않았고, 남 위에 군림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산업화 이후 인류는 개발과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생태계에 폭력을 가해왔습니다. 함께 살아가야 할 생태계를 힘으로 지배하고 군림해 왔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당면한 ‘기후비상사태’입니다.

‘탄소 금식’은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의 자연 확장판입니다. 이웃을 차별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포용하고 환대해야 하듯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생태계도 그렇게 대해야 합니다. 나 자신처럼 사랑하고 관용해야 합니다. 예수는 “너희는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눅 6:21) 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인류는 생태계를 대접하지 않았습니다. 차별하고, 배척하고, 지배하고, 군림하고, 착취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 심었던 것을 지금 거두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생태계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탄소 금식’은 필수입니다. 남은 사순절 기간에 더욱 열심히 ‘탄소 금식’을 실천해서 서로 나누고 섬기면서 함께 살아가는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확장해 가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