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매임을 풀고 자유하게 하시오

10예수께서 안식일에 회당에서 가르치고 계셨다. 11그런데 거기에 열여덟 해 동안이나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여자가 있었는데, 그는 허리가 굽어 있어서, 몸을 조금도 펼 수 없었다. 12예수께서는 이 여자를 보시고, 가까이 불러서 말씀하시기를, "여자야,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 하시고, 13그 여자에게 손을 얹으셨다. 그러자 그 여자는 곧 허리를 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14그런데 회당장은, 예수께서 안식일에 병을 고치신 것에 분개하여 무리에게 말하였다. "일을 해야 할 날이 엿새가 있으니, 엿새 가운데서 어느 날에든지 와서, 고침을 받으시오. 그러나 안식일에는 그렇게 하지 마시오." 15주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너희 위선자들아, 너희는 저마다 안식일에도 소나 나귀를 외양간에서 풀어내어, 끌고 나가서 물을 먹이지 않느냐? 16그렇다면, 아브라함의 딸인 이 여자가 열여덟 해 동안이나 사탄에게 매여 있었으니, 안식일에라도 이 매임을 풀어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17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니, 그를 반대하던 사람들은 모두 부끄러워하였고, 무리는 모두 예수께서 하신 모든 영광스러운 일을 두고 기뻐하였다. (눅 13:10-17)

여러분 반갑습니다. 여신도회주일 이 귀한 자리에서 설교할 수 있도록 초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새해 들어서서 제가 일하고 있는 서클과 관련하여 평화감수성과 회복적 생활교육을 위한 워크숍에 2박 3일 동안 다녀왔습니다. 거기에서 만나고 배우고 깨달았던 것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건강한 공동체, 성숙한 공동체를 세워가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대화의 주제였습니다. 참여자들을 비롯해 우리 모두는 자기가 속한 공동체들이 건강하고 아름답고 성숙해지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생각만큼 잘되지는 않습니다. 잘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해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것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습니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니 아주 다양한 여러 가지가 얘기들이 나왔습니다.

➀ 빈약한 의사소통이 건강한 공동체를 세워 가는데 방해 요소이다. ➁ 분노나 화 ➂ 힘 또는 무력감 ➃ 편견과 고정관념 ➄ 자존감 부족 ➅ 우정과 신뢰의 결여 ➆ 젠더역할과 관계폭력 ➇ 사회적 정의와 비폭력 실천에 대해 너무 모른다. ➈ 무관심, 무지 ➉ 충분한 시간 부족, 분주함, 여유 없음(너무 빨리빨리 결과물을 내려 하는 조급함) 등의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참여자들은 이 중에서도 정말 주요 요인이라 생각한 것 3가지를 정해서 각자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그래서 10개 가운데 가장 많이 스티커가 붙은 주요 요인 다섯 가지를 추릴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빈약한 의사소통, 힘 또는 무력감, 편견과 고정관념, 우정과 신뢰의 결여, 충분한 시간 부족과 여유 없음이었습니다.

여기 서울제일교회 공동체는 어떠한가요? 여신도회나 남신도회, 청년회, 성가대, 교회학교, 그리고 서울제일교회 전체 공동체는 어떠합니까? 건강한 공동체로 세워가는 데 혹 방해요소, 장애물이 있습니까?

올해 우리 교단의 주제표어는 '영과 진리로 예배하는 생명, 평화, 선교공동체'입니다. 오늘 여신도회주일예배로 드리는데 여신도회 전국연합회도 이 총회주제와 같습니다. '영과 진리로 예배하는 생명, 평화, 선교공동체'와 같은 공동체로 세워가고, 일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누가복음 13장 오늘 읽은 말씀에 열여덟 해 동안이나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여성이 있습니다. 그는 허리가 굽어 있어서, 몸을 조금도 펼 수 없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은 세상이 어떻게 보였을까요? 허리가 굽어 있으니 땅만 쳐다보았겠지요? 고개를 숙이고 아래만 쳐다보고 다녔을 것입니다. 무엇을 보며 살았을까요? 땅바닥만 보고 다니는데 사람들의 웃는 얼굴을 보았을까요? 맑고 청명한 하늘을 보았을까요? 드넓게 펼쳐진 눈이 부시게 푸르른 하늘, 거기에 떠 있는 새털 같은 구름, 뭉게구름들을 보았을까요?

이 여성은 18년 동안이나 병마에 사로잡혀 허리가 굽어져서 조금도 펼 수 없었습니다. 잠깐 이 시간 예수님 시대 그때의 상황을 상상해봅시다. 허리가 굽어져 조금도 펼 수 없었던 여성은 회당 어디쯤 있었을까요? 어떤 모습으로 있었을까요? 아마 눈에 띄지 않는 어느 구석진 자리에 있지 않았을까요? 예수님이 사셨던 당시에 사람들이 병이 들면 죄인 취급을 받았습니다. 병이 들면 ‘분명히 네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하나님이 벌을 내린 거야’ 하며 네가 잘못한 게 있을 것이니 네 죄를 먼저 회개하라 하는 소리를 들었을지 모릅니다. 이 여성은 머리도 들지 못한 채 사람들 눈치를 보며, 주눅 들어서, 혹시 내쫓기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눈빛은 어땠을까요? 18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고, 녹록지 않은 시간입니다. 어쩌면 젊어서 이후 평생 동안 허리를 펴지 못하고, 남들에게 존중받지 못하고, 죄인 취급 받으며 천덕꾸러기처럼 살아왔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이 여성은 왜 이렇게 허리가 굽었을까요? 이 여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오랫동안 병을 앓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허리를 펴지 못하는 질병을 앓았을 수 있습니다. 그 병명은 모르지만, 허리협착증과 유사한 질병으로 통증을 견디기 어려워 점점 더 허리가 굽어갔을지도 모릅니다. 두 번째로는 추측해볼 수 있는 것은 중노동에 시달렸을지도 모릅니다. 무거운 짐에 짓눌려서 허리를 펴지 못하고 노동을 하면서도 굽은 허리 때문에 편하게 쉬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쉴 새가 없으니 나을 새도 없었습니다. 어쩌면 착취와 억압을 당하면서 그의 삶은 참 고단했을지도 모릅니다. 또 다른 추측은, 악한 것에 짓눌려 기를 펴지 못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것으로 인지는 모르지만 무시당하고, 율법이나 제도, 관습에 의해 죄인 취급당해 기를 펴지 못한 상태에서 아주 오랫동안 살아왔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것을 ‘사단의 세력에 매여 있었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이 여성을 예사로 보지 않으셨습니다. 그가 겪고 있는 고통을 보셨습니다. 조금도 허리를 펼 수 없는 아픔을 보셨습니다. 이 여성이 먼저 예수님께 간청했거나 다른 사람이 예수께 도움을 요청하거나 고쳐달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성서에서 보면 예수님이 먼저 보시고, 가까이 부르셨습니다. 고통받는 자를 안타까이 여기셨고, 그를 회복시키시고 치유해주셨습니다. 그를 병으로부터 해방시키시고 참 자유를 얻게 하셨습니다. 죄인으로 비난받던 이 여성을, 허리를 펴지 못하고 군중 앞에 나서지도 못하던 이 소외된 여성을 해방시키시고 하나님의 구원 잔치에 초대하셨습니다. “여자여, 당신은 병에서 풀려났습니다”라고 말씀합니다. 여기서 “풀려났다, 놓였다"라는 말은 ‘자유함을 얻었다’ 혹은 ‘해방되었다’라는 뜻입니다. 매인 것을 풀어 자유하게 하여 주셨습니다.

열여덟 해 동안이나 굽은 허리로 고통당하며 매여 있었던 이 여성이 풀려나 나음을 입고 해방된 날이 언제입니까? 네. 안식일입니다. 18년 동안이나 허리가 굽었던 여성이 온전하게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 수 있었던 곳은 어디입니까? 네. 회당입니다. 예수님은 안식일에 회당에서 일어나야 할 일은 이런 풀려남, 해방, 온전케 됨이라는 것입니다. 억압에서 풀려나 나음을 입고 자유를 누리는 사건이 일어나는 곳이 회당이요, 회당에 모일 때인 안식일이라는 것입니다. 안식일은 ‘일’에서 해방되는 날입니다. 안식일은 ‘모든 매임’에서 풀려나서 자유를 누리는 날입니다.

출애굽기 23:12에 안식일의 사회적인 뜻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너희는 엿새 동안 일을 하고, 이레째 되는 날에는 쉬어야 한다. 그래야 너희의 소와 나귀도 쉴 수가 있을 것이며, 너희 여종의 자식과 몸 붙여 사는 나그네도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씀합니다. 안식일은 쉬는 날이요, 풀려남을 경험하는 날이요, 숨을 돌리는 날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매 주일 교회에서 예배하고 친교 할 때, 서로 나누고 섬길 때, 모든 매임에서 풀려나서 참 자유를 누리면 좋겠습니다. 숨을 돌리는 날, 해방되는 날, 참 기쁨을 얻는 날이길 소망합니다.

예수님은 이 여성을 가리켜 “아브라함의 딸"(13:16)이라고 부릅니다. 16절에 “그렇다면 ‘아브라함의 딸인 이 여자’가 열여덟 해 동안이나 사탄에 매여 있었으니, 안식일에라도 이 매임을 풀어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씀합니다. 신약성서 전체를 통해서 “아브라함의 딸”이란 말은 누가복음의 이곳에서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신약의 다른 곳에서는 “아브라함의 자손” (the children of Abraham) 혹은 “아브라함의 아들들”(the sons of Abraham)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대조적으로 이 여성을 가리켜 “아브라함의 딸”이라고 부릅니다. 예수님은 아브라함의 딸이라고 말씀하심으로 하나님의 약속은 남성을 중심으로 이어진다는 가부장적 신앙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병들었던 여성”, ‘신체를 움직이는데 장애가 있던 이 여성도 분명히 하나님의 약속의 자녀라는 사실을 인정해주신 것입니다. 이는 남성중심의 전통적 신앙에 대해 이해를 새롭게 촉구한 것입니다. 아브라함의 아들과 더불어 딸들도, 여성들도 동등하게 “아브라함의 자녀”임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지금 들으면 너무 당연하고 획기적인 것이 없는 것 같지만 예수님이 선포하신 시대는 여자나 어린이를 사람 수에도 포함시키지 않던 그 시대에, 예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오랫동안, 열여덟 해 동안이나 허리가 굽어 있었던 이 여성의 허리를 펴게 하시고, 이 매인 것을 풀고 자유하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회복사건에 제동을 건 사람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생명회복사건에 어떤 방해요소가 일어났습니다. 회당장의 비난의 말과 태도에서 우리는 그 방해요소를 볼 수 있습니다. 안식일을 어겼다고 비난합니다.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여전히 아파하며 고통 속에 있는 한 생명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제도와 법, 관습을 내세웁니다. 회당장이라는 힘을 발휘합니다. 회당장의 말은 참 그럴싸해 보입니다. “안식일은 거룩하게 지내라 했는데 이런 일을 하지 마라. 고침을 받으려면 나머지 6일이나 있지 않으냐? 그때 해도 충분하다.” 정말 그럴싸해 보이지 않습니까? 방해요소, 장애물은 대부분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다가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오로지 이 여성의 아픔과 고통을 보셨습니다. 이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그 예수님의 마음이 우리 가운데 깊이 뿌리내리길 기도합니다.

만약 내가 지금 예수님 앞에 선다면 나는 어떠한가요? 내가 예수님의 손길이 필요한 것이나 회복되어야 할 것이 있습니까? 내가 아주 오랫동안 구부러지고 매여 있는 것이 있습니까? 나는 지금 참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까? 아니면 어떤 것에 매여 살고 있습니까? 예수님께 내어놓고 이 매임을 풀어주시길, 참 자유함을 얻게 해주시길 예수님과 대화를 나눠봅시다.

제가 설교 서두에 건전한 공동체, 성숙한 공동체를 세워가기 위해 장애가 되는 것, 방해가 되는 요소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것을 한번 우리 각자에게도 적용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먼저 하느님 사랑 안에 머물며 하느님을 바라보는데 어떤 장애물이 있습니까? 아니면 방해하는 요소들이 있습니까? 이 시간 우리를 잠시 돌아봅시다. 나는 평소에 충분히 주님과 대화하고 있습니까? 빈약한 의사소통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예수님을 깊이 신뢰하고 있는지, 깊은 우정을 쌓아가고 있는지 돌아봅시다. 주님과 동행하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있는지, 우리의 분주함으로 마음의 여유 없음으로 주님의 임재를 매일매일 매시간 느끼지 못하고 살지는 않는지 우리 각자를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우리 공동체를 한번 돌아봅시다. ‘영과 진리로 예배하며 생명, 평화, 선교 공동체’로 세워가기 위해 어떤 방해요소가 있습니까? 그것을 거둬내기 위해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매였던 것을, 꼬였던 것을 풀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 공동체에서 허리가 굽어 있는 것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요? 꽉 매여 있어서 잘 풀어지지 않고, 자유롭게 하지 않게 하는 것이 혹시 있습니까? 우리 여신도회 안에서, 남신도회 안에서, 청년신도회는 어떠한가요? 우리 공동체는 충분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지요? 대화가 충분한가요? 공동체 일원들의 마음을 모두 연결하고 상대방의 말을 충분히 경청하고, 나의 이야기도 충분히 하는 것이 빈약하지 않은 의사소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며 의사소통을 해보십시오. 한 두 사람이 힘을 발휘하여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 똑같이 평등하게 대화하고 이 공동체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돌아봅시다.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경청하는지를 돌아봅시다. 상대방의 이야기와 그 깊은 마음이 나와 연결되고 나에게 전해질 때 나에게 변화가 생기는 것을 경험합니다.

아까 설교 서두에 얘기했던 워크숍 모임의 대화 주제가 여러 개가 있었는데요. 그중에 ‘새해를 맞이하면서 여러 계획을 세운 것 중 나를 칭찬하고 싶은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여러분은 새해에 어떤 계획을 세우셨습니까?

지방에서 중학교 교사를 하는 어떤 40대 초반의 교사가 자신의 계획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자신이 작년에 인성 담당 교사를 하면서 가장 어려움이 많았던 한 학생이 있다고 했습니다. 예민해서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의 물건을 건드리기만 하면 화를 내고 소리 지르고 욕하는 그 학생인데 작년 1년 동안 그가 속한 반에서 여러 차례 ‘서클’로 둘러앉아 얘기를 서로 계속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학생은 서클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고, 그 밖에 앉아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얘기를 듣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그 학생이 1년 동안 서클모임을 지켜보더니 드디어 자신에게 욕하지 않고 존중하면서 자신의 속 이야기를 털어놓더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친구들에게, 선생님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예민하게 행동합니다. 그러나, 이 교사는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그 학생이 자기 친구들과 좀 더 마음을 연결할 수 있고,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그 학생의 담임이 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담임이 되어서 그 친구를 지속적으로 케어 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그것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했습니다.

그 대화 가운데 그 교사의 마음이 저에게 연결되었습니다. 그 진솔한 마음이 저에게 닿았습니다. 저는 사실 올 초에 세운 계획들이 저의 성숙을 위한 계획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의 현존하심과 임재 가운데 하나님과 일치를 이루는 시간(그리스도가 내 안에 내가 그리스도 안에 머무는 시간)이 좀 더 많아지기 위해 침묵기도 시간을 좀 더 늘리겠다. 건강을 위해 하루에 시간을 정해 1시간 이상 걸어야겠다는 계획, 영성 관련 책을 좀 많이 읽어야겠다는 등의 계획을 세웠지만, 그 이상은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충분한 대화 가운데 그 젊은 교사의 마음과 연결되었고 저도 내 손길이 필요한 사람에게, 그 필요한 곳에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게 없을까? 하는 것을 좀 더 많이 찾아보려는 계획을 추가했습니다. 충분한 대화로 마음이 연결되는 경험을 합니다.

오늘 시편 85편 8절~13절까지 교독으로 함께 읽었습니다. 오늘 제가 구약 본문으로 정한 말씀이었습니다. “나는 듣나니, 주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는가?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 그것은 분명히 평화로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에게는 구원이 가까우니 그의 영광이 우리 땅에 깃들이시리라. 사랑과 진실이 눈을 맞추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추리라. 땅에서는 진실이 돋아 나오고 하늘에선 정의가 굽어보리라. 주께서 복을 내리시리니 우리 땅이 열매를 맺어 주리라. 정의가 하나님 앞을 걸어 나가고, 평화가 그 발자취를 따라가리라.” 하나님은 이 땅에 사랑과 진실, 정의와 평화가 넘치도록 충만하게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십니다.

이 사회에 구부러진 것은 무엇입니까? 허리를 펴지 못하고 구부러져 있는 사람들, 고통 가운데 신음하는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매듭이 풀리지 않고 여전히 사슬에 매여 있는 곳은 어디입니까?

서울제일교회 교우들은 고통당하고 아파하는 이 피조세계의 신음에 귀를 기울이면서 이 땅에 정의와 평화, 생명을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듣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시대를 맞아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해야 할 일을 찾고 개인이, 이 공동체가 이 일을 적극적으로 행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며 바다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이 소중한 일을 우리 기장 교회들이 앞장서고, 그 가운데서도 서울제일교회가 중심이 되어 담당하고 있어서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교회가 하니까 되었다고 안주할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며 행한다면 얼마나 기쁘고 큰 힘이 되겠습니까?

우리 사회에서 허리가 굽어서 고통 가운데 있는 현장은 어디입니까? 세월호 참사 10주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안전한 사회를 요구하였습니다. 10년이 되었는데 또다시 이태원 참사로 귀한 생명들을 엄청나게 잃었습니다. “10년이나 지나지 않았느냐? 이제 그만 되었다”라며 그럴싸하게 말하는 회당장과 같은 목소리도 있습니다. 사회적 참사로 고통받고 허리를 펴지 못하는 사람들을 자유하게 하십시오.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이 사회에서 차별로 고통받고 죄인 취급 당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의 그 허리를 곧게 하고, 그 매임을 풀고 자유하게 하십시다.

세상의 고통과 신음소리를 안타까이 여기며 바라보시고 아주 오랫동안 굽었던 것을 펴주시는 예수님과 함께 우리의 마음을 얹습니다. 이 매임을 풀고 자유하게 하십시오. 하나님의 거룩하신 영께서 우리와 항상 함께하실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