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그들은 회당에서 나와서, 곧바로 야고보와 요한과 함께 시몬과 안드레의 집으로 갔다. 30마침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워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 사정을 예수께 말씀드렸다. 31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다가가셔서 그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열병이 떠나고, 그 여자는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32해가 져서 날이 저물 때에, 사람들이 모든 병자와 귀신 들린 사람을 예수께로 데리고 왔다. 33그리고 온 동네 사람이 문 앞에 모여들었다. 34그는 온갖 병에 걸린 사람들을 고쳐 주시고, 많은 귀신을 내쫓으셨다. 예수께서는 귀신들이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들이 예수가 누구인지를 알았기 때문이다. 35아주 이른 새벽에, 예수께서 일어나서 외딴 곳으로 나가셔서, 거기에서 기도하고 계셨다. 36그 때에 시몬과 그의 일행이 예수를 찾아 나섰다. 37그들은 예수를 만나자 "모두 선생님을 찾고 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38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가까운 여러 고을로 가자. 거기에서도 내가 말씀을 선포해야 하겠다. 나는 이 일을 하러 왔다." 39예수께서 온 갈릴리와 여러 회당을 두루 찾아가셔서 말씀을 전하고, 귀신들을 쫓아내셨다. (막 1:29-39)

오늘은 절기상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입니다. 요 며칠 날씨가 비교적 포근해도, 아직은 겨울입니다. 저는 늘 왜 봄이 이렇게 일찍 시작되는지 궁금했습니다. 가을도 그렇습니다. 입추(立秋)는 말복이 지나지 않은 8월 초순에 있습니다. 미국 달력에는 3월 21일 춘분(春分)을 spring begins, 9월 21일 추분(秋分)을 fall begins라고 써놓았습니다. 느낌상 그게 맞는 것 같지만, 우리 조상은 그보다 한 달 이상 전에 봄과 가을이 시작된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겨울이 끝나야 봄이 시작되고, 더위가 지나야 가을이 오는 게 아니라, 봄은 겨울 한복판에서, 한여름 더위가 한창일 때 가을은 이미 시작된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요? 고생과 시련이 다 끝나야 평안과 복이 오는 게 아닙니다. 시련과 고난의 한복판에서 이미 평안이 시작되는 겁니다.

절기상 입춘이 되었지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우리 삶의 봄은 아직 멀기만 한 것 같습니다. 정치, 경제, 남북 관계, 국제 정세, 어느 것 하나 얼어붙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2년을 넘기고 있고,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은 중동 전쟁으로 확대될 기미마저 보입니다. 꽁꽁 얼어붙은 남북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걷는 가운데, 북한은 최근 남북한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언급하면서 더는 남한과의 통일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남한은 북한과의 대화는 포기한 채 한미일 동맹체를 강화하면서 북한을 자극하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 일정이 시작되었는데요, 증오와 혐오를 남발하는 트럼프가 압도적 선두를 달리는 공화당도 한심스럽고, 그런 트럼프에게 여론조사에서 한참 뒤지는 바이든 외에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민주당 또한 한심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정치는 말해 뭐 하겠습니까? 오늘 권사님 기도를 듣다가 울컥했습니다. 짧은 기도 속에 한국의 안타까운 현실이 잘 나타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는 봄에 총선이 치러진다는데, 정말 봄이 올지 더 혹독한 겨울이 다시 올지 알 수 없는 지경입니다. 이처럼 들려오는 소식은 안팎으로 소란하고 불안한 것들뿐이지만, 돌이켜보니 언제 우리가 평안하고 안락한 상태로 살았던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세상은 한시도 편안한 적이 없지만, 믿음의 사람은 주님 안에서 한시도 평안을 누리지 않은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 평안을 누리는 여러분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이번 주말에 설날을 맞습니다. 명절에는 많은 이들이 고향을 찾아갑니다. 고향은 시인 김준태의 말처럼 “넘어지고 자빠져도 풀과 흙이 편안하게 받아주는 곳”이기 때문일 겁니다. 세상에는 고향을 떠나 세상을 떠도는 난민들, 삶의 터전에서 내몰린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어디에서도 환대받지 못한다는 사실처럼 쓸쓸한 게 또 있을까요?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이들은 뿌리 뽑힌 나무와 유사합니다. 언제라도 찾아가 지친 어깨를 잠시 기댄 채 쉴 수 있는 장소 혹은 사람이 있다면 세상은 여전히 살만할 겁니다.

교회는 그런 곳이어야 합니다. 넘어지고 자빠져도 흙과 풀이 포근하게 안아주는 고향 같은 곳이어야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 이 예배를 통해 평안을 누리시고, 혹시 너무 편안해서 설교 듣다가 자빠져 주무셔도 좋습니다.

교회력(lectionary)을 따라 읽은 오늘 본문은 마가복음에 기록된 최초의 치유 기적 사건입니다. 마가복음에 치유 기적이 몇 번 나오는지 아세요? 아홉 번 나옵니다. 베드로의 장모를 고치신 것이 첫 번째 치유 기적이고, 1:40—45절에 문둥병자를 고치신 이야기, 2:1-12절에서 중풍 병자를 고치신 기적, 3:1-6절에 회당에서 안식일에 손 마른 자를 고치신 사건, 5장에서 12년 동안 혈루병을 앓던 여인을 고치신 이야기와 회당장 야이로의 딸을 살리신 사건, 7:31-35절에서 귀먹고 말 더듬는 자를 ‘에바다’라는 말로 고치신 사건, 8:22-26절에서 벳세다의 소경을 고치신 사건, 그리고 마지막 아홉 번째로 10:46-52절에서 소경 거지 바디메오를 고치신 기적 등입니다. 물론 귀신 들린 자들을 고치신 이야기는 따로 계산한 겁니다. 이렇게 9번의 치유 기적 가운데 세 명이 여자들입니다. 당시 여자는 사회적으로 천대받던 약자들이었습니다. 나머지 여섯 번의 기적도 대부분 사회적으로 소외당하고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물론 부유층도 있고, 상류층도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부유층이라고 해서 차별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더 많이 돌봐주셨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절박하게 찾는 이들을 보살펴 주셨습니다.

팔복에는 심령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심령이 가난하다고 할 때 헬라어 단어가 ‘푸토코스(πτωχός)’입니다. 누가복음 16:20절에서 거지 나사로를 지칭할 때 “푸토코스”라고 했어요. 내가 얼마나 소유했던, 내가 얼마나 많이 배웠던, 내가 얼마나 큰 권세가 있던, 예수님 앞에서 나는 거지입니다. 예수님 없이는 오늘 하루를 살 수가 없습니다. 그런 절박한 심정, 간절한 마음으로 구하는 게 푸토코스입니다. 이 마음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길이 되어 주십니다. 믿으십니까? 여기까지 간략하게 마가복음에 나타난 치유 기적에 대해서 정리를 해드렸고, 이제 본문을 살펴보겠습니다.

“회당에서 나와 곧 야고보와 요한과 함께 시몬과 안드레의 집에 들어가시니”(29절)

안식일에 회당에 가셨던 예수님이 베드로의 집으로 가셨습니다. 그런데 베드로의 장모가 베드로의 집에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장모님을 모시고 살았는지, 처가살이를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흥미로운 사실은 여기에 베드로의 아내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습니다. 고린도전서 9:5절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우리가 다른 사도들과 주의 형제들과 게바와 같이 믿음의 자매 된 아내를 데리고 다닐 권리가 없겠느냐.”

이 구절로 미루어 짐작건대 베드로가 전도 여행을 하면서 아내를 동반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베드로는 기혼자였고, 장모를 모시고 있었습니다. 예수께서 안식일에 회당에서 권위 있는 가르침을 주시고, 귀신을 내쫓으신 후에 베드로의 집에 갔는데, 베드로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워있었습니다. 누가복음 4:38절은 “심한 열병”이라고, 열병의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열병은 어떤 종류의 병이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아마도 화병(火病)이 난 것 같습니다. 여러분, 화병 앓아 보셨지요? 지금도 앓고 계신다고요? 이 화병이라는 게 특히 한국인에게 많습니다. 1995년 미국정신의학회에서 화병을 한국인 특유의 문화증후군으로 인정했고, 그래서 영어로도 그냥 Hwabyung이라고 씁니다. 어떤 연구에 의하면 한국인의 4.1%가 화병 환자라고 하더군요. 요즘은 아마 더 늘었을 겁니다.

베드로 장모는 사위가 생업을 팽개치고 무명의 거리 예언자를 따라나선 것에 열받아서 화병으로 머리를 싸매고 드러누웠던 게 아닐까요? 여기 본문에 베드로의 아내가 나오지 않는 건 아내도 열받아서 남편 꼴을 보기 싫어 자리를 피한 게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30절에서 “사람들이 그 사정을 말씀드렸다.”라는 표현도 뭔가 이 병에 사정이 있음을 암시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예수님은 안식일에 휴식을 위해 베드로의 집으로 오셨지만, 사람들의 필요를 결코 외면하지 않으셨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님께서 회당과 같이 많은 사람이 있는 공적인 장소에서도 귀신을 쫓아내셨지만, 베드로의 집과 같이 사적인 공간에서도, 매우 제한적인 소수의 사람들 앞에서도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장소를 따지지 않으셨습니다. 사람이 많고 적고 상관없이 사람들의 필요가 있는 곳에서 그 필요를 채워주시는 자비로우신 분이셨다는 사실을 우리가 기억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한 번도 기적을 인기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회당에서나 가정에서나 예수님은 한결같으셨습니다.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위해서는 40일을 굶고도 빵을 만드는 기적을 행하지 않았지만, 배고픈 무리를 위해서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셨고, 마침내는 우리를 위해서는 당신의 몸을 빵으로 주셨습니다. 마가복음 7;33절을 한번 보세요.

“예수께서 그 사람을 따로 데리고 무리를 떠나사 손가락을 그의 양 귀에 넣고 침을 뱉어 그의 혀에 손을 대시며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시며 그에게 이르시되 에바다 하시니 이는 열리라는 뜻이라.”(막7:33)

예수님께서 여기서 귀먹고 어눌한 자를 고치실 때 무리를 떠나셨습니다. 이것은 사람들의 이목이나 인기에 연연해하시는 분이 아니셨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마가복음 8:22-23절을 한번 같이 읽겠습니다.

“벳새다에 이르매 사람들이 맹인 한 사람을 데리고 예수께 나아와 손 대시기를 구하거늘 예수께서 맹인의 손을 붙잡으시고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사”

소경을 고쳐 달라는 마을 사람들의 요청을 받고는 그 소경을 마을 밖으로 데리고 가셨어요. 그렇지만 요한복음 9장에서 소경을 고치실 때는 다른 방법으로 고치셨습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천편일률적으로 일을 행하시지 않고 상황에 맞게, 그 사람에게 최적의 환경이 무엇인지를 고려해서 일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누구를 대하든 항상 인격적으로 대하셨습니다. 단지 병을 고치는 일만 중요한 게 아니고 인격적인 만남을 가지셨다는 겁니다. 예수님은 큰일이나 작은 일이나 구별하지 않고 우리의 필요를 채워주시는 섬세하고 긍휼이 넘치는 분이심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에 보면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귀신을 쫓으실 때 “잠잠하고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고 꾸짖으셨습니다. 요즘도 그렇습니다만, 무당이 귀신을 쫓을 때 어떻게 합니까? 부적을 붙이고 굿을 하고 요란하게 주술 행위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예수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한마디 말씀만으로 귀신을 쫓아내셨습니다. 그래서 당시 회당에 있던 사람들이 놀란 겁니다. 그 예수님이 이번에는 베드로의 장모를 고치십니다. 후대 유대교 문서에 보면 열병을 고치는 사례들이 나오는데 며칠 동안 고쳤다고 기록되어 있고, 출애굽기의 말씀을 인용하기도 했고, 나무를 흔들기도 했고, 여러 가지 주술적인 행동들을 사용했던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 보면 예수께서 베드로의 장모를 고치신 이야기는 매우 간결합니다. 31절, “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다가가셔서 그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열병이 떠나고” 오늘 예수님께서 여러분들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실은 예수께서 베드로 장모의 손을 잡았다는 건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이건 당시의 율법적 관행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행동이었습니다. 선을 넘고, 금기를 깨는 행동이었습니다. 그랬더니 어떻게 됐습니까? “그 여자는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여기서 ‘수종들었다’는 단어 ‘디아코네오(διακονέω)’는 “to serve 섬기다, 봉사하다” 그런 뜻입니다. 영어의 deacon 즉 집사라는 단어의 어원입니다. 누워있던 장모가 일어난 행위, 그리고 수종을 든 행위는 단순히 동작을 설명하는 게 아닙니다. 더구나 ‘수종들었다’는 단어의 시제가 imperfect 미완료 시제입니다. 한 번으로 끝난 동작이 아니라 지속되는 행동을 나타내는 겁니다. 병을 고쳐줘서 고맙다고 식사나 한 번 대접하고 끝난 게 아닙니다. 영어번역에는 began to serve라고 되어 있습니다. 섬기는 일을 시작한 겁니다. 누워있던 장모가 일어난 행위, 그리고 수종을 든 행위는 단순히 동작을 설명하는 게 아닙니다. 더구나 ‘수종들었다’는 단어의 시제가 imperfect 미완료 시제입니다. 한 번으로 끝난 동작이 아니라 지속되는 행동을 나타내는 겁니다. 그러니까 병을 고쳐줘서 고맙다고 식사나 한 번 대접하고 끝난 게 아닙니다. 영어번역에는 began to serve라고 되어 있습니다. 섬기는 일을 시작한 겁니다. 제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겁니다. 놀랍지 않으세요? 베드로의 장모, 열병이 나고 화병이 나서 누워있던 나이 많은 베드로의 장모도 새로운 삶, 제자의 삶을 시작했던 겁니다. 무기력하게 열병 또는 화병으로 누워있던 여인이 그 자리를 털고 일어나 예수님과 그의 일행을 섬기는 일을 시작한 겁니다.

주님이 손을 잡아주시면 넘어지고 쓰러지고 누워있던 이들이 일어납니다. 열병을 앓고, 화병을 앓던 이들이 회복됩니다. 오늘 이 아침에 우리 주님이 누워있는 우리들의 손을 만져주실 줄 믿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치유되고 회복된 사람들의 증거는 무엇인가? 그것은 “수종드는 일”입니다. 다른 사람을 섬기는 겁니다. “We are saved to serve.” 우리는 serve 하기 위해, 섬기기 위해 구원받은 겁니다. 정말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구원받은 백성은 섬김으로 그 구원받은 증거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마가복음 10:43-45절을 보세요.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않을지니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이게 얼마나 엄청난 말씀인지 아시죠? 이게 마가복음의 주제성구에요.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이고, 우리가 이 땅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섬기기 위해 구원받은 것입니다.

세상에서의 성공의 기준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종으로 부리는가, 이겁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삶의 성공의 기준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종이 되어 섬겼는가, 이게 기준입니다. 가정에서 섬기시고, 일터에서 섬기시고, 교회에서 섬기시고, 열방을 향해 섬김의 삶을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예수님은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사람을 일어나게 하시고, 섬김의 삶을 살도록 회복시켜주시는 분이십니다. 이 주님이 오늘 여러분들을 찾아와 주시리라 믿습니다.

오늘 설교 제목이 ‘만지면 살아난다.’입니다. 여러분, 주님이 만지면 무기력한 것들이 힘을 얻습니다. 넘어진 것들이 일어납니다. 죽은 것들이 살아납니다. 만지면 안 되는 것이 많았던 금기의 사회, 차별과 배제가 팽배했던 세상에서 예수님은 금기를 깨뜨리고, 선을 넘었습니다. 만지면 안 되는 것들을 만지셨습니다. 문둥병자의 환부를 만지셨습니다. 만지면 살아납니다. 구미정 교수의 글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그 어머님이 시골에서 텃밭을 가꾸시는데, 어느 여름날 긴 외출을 하고 돌아오니 텃밭의 작물들이 다 시들어 죽어갔답니다. 어머님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서둘러 텃밭으로 달려가 땡볕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 동안 작물들을 돌보셨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허리를 편 어머님의 얼굴이 환해지더니 이렇게 중얼거리셨답니다. “참, 신기하지? 만지면 살아난다니까.” 우리는 비약적 기술 발전이 이루어진 하이테크(high tech) 시대를 살고 있지만, 정말 필요한 건 하이테크가 아니라 하이터치(high touch)가 아닐까요? 대면의 반대말이 비대면이 아니라 외면이라고 하더군요. 외면하고, 차별하고, 금기시하고, 배척하는 외면의 시대,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지 못하고, 자꾸만 소외되는 이 시대에 우리 주님의 손길이 여러분과 고향 잃고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과 화병과 열병으로 드러누운 이들을 만져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래서 일어나 수종드는 삶, 섬기는 삶, 제자의 삶을 살아가게 되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