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계승

6엘리야가 엘리사에게 말하였다. "나는 주님의 분부대로 요단 강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너는 여기에 남아 있거라." 그러나 엘리사는 "주님께서 살아 계심과 스승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합니다. 나는 결코 스승님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함께 길을 떠났다. 7예언자 수련생들 가운데서 쉰 명이 요단 강까지 그들을 따라갔다. 엘리야와 엘리사가 요단 강 가에 서니, 따르던 제자들도 멀찍이 멈추어 섰다. 8그 때에 엘리야가 자기의 겉옷을 벗어 말아서, 그것으로 강물을 치니, 물이 좌우로 갈라졌다. 두 사람은 물이 마른 강바닥을 밟으며, 요단 강을 건너갔다. 9요단 강 맞은쪽에 이르러, 엘리야가 엘리사에게 말하였다. "주님께서 나를 데려가시기 전에 내가 네게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느냐?" 엘리사는 엘리야에게 "스승님이 가지고 계신 능력을 제가 갑절로 받기를 바랍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10엘리야가 말하였다. "너는 참으로 어려운 것을 요구하는구나. 주님께서 나를 너에게서 데려가시는 것을 네가 보면, 네 소원이 이루어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11그들이 이야기를 하면서 가고 있는데, 갑자기 불병거와 불말이 나타나서, 그들 두 사람을 갈라 놓더니, 엘리야만 회오리바람에 싣고 하늘로 올라갔다. 12엘리사가 이 광경을 보면서 외쳤다. "나의 아버지! 나의 아버지! 이스라엘의 병거이시며 마병이시여!" 엘리사는 엘리야를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엘리사는 슬픔에 겨워서, 자기의 겉옷을 힘껏 잡아당겨 두 조각으로 찢었다. (왕하 2:6-12)

(산상)변모주일

설날 연휴 중에 있는 이번 주일은 교회력으로 주현절 여섯 번째 주일이고, 동시에 ‘(산상)변모주일’입니다. 교회의 전례력에서 주현절은 해에 따라서 넷째 주일로 끝날 때도 있고, 여덟째 주일로 끝날 때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해마다 부활절 날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부활절은 유대교의 ‘유월절’ 계산법에 따르는데, 춘분(春分, 3월 20일 또는 21일) 후 첫 만월(滿月, 보름달)이 지난 첫 주일입니다. 그래서 ‘부활절’은 3월 22일에서 4월 25일 사이에 위치합니다. 이렇게 해서 그해의 부활절이 정해지면, 그날로부터 주일을 제외하고 40일을 거슬러 올라가면 수요일이 되는데, 그날이 바로 ‘사순절’이 시작되는 ‘성회수요일’(Ash Wednesday)입니다. 그리고 그 성회수요일 직전 주일은 그해의 마지막 주현절이고, ‘변모주일’로 지킵니다. 꽤 복잡하지요? 그러니 저나 여러분은 복잡하게 계산할 필요 없이 그저 교회력이 가리키는 데로 절기를 지키기만 하면 됩니다.

아무튼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① 매년 주현절의 길이가 달라진다는 것, ② 주현절의 마지막 주일은 변모주일로 지킨다는 것, ③ 변모주일 후 사흘이 지난 ‘성회수요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가 사용하는 ‘교회력에 따른 성서일과’(RCL)는 오늘 ‘변모주일’ 구약 본문으로 열왕기하 2장 1절로 12절의 말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가—나—다 3년 주기 가운데 두 번째 해인 ‘나해’(Year B)인데, ‘가해’ 변모주일 구약 본문은 출애굽기 24장 12~18절이고, ‘다해’는 출애굽기 34장 29~35절입니다. 그러니까 올해 구약 본문에는 엘리야가 등장하지만, 다른 해에는 모세가 등장합니다.

잘 아시듯이 변모주일은 ‘변화산에서 예수님이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한 사건’을 기념하는 주일인데, 변화산에서 변모한 예수님과 말을 주고받은 이가 둘이 있었는데 바로 ‘모세’와 ‘엘리야’였습니다. 그래서 성서일과는 변모주일 구약 본문으로 ‘모세’ 이야기와 ‘엘리야’ 이야기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예언자 엘리야

엘리야가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 것은 아합이 북왕국 이스라엘을 다스리던 때였습니다. 열왕기상 16장 30절 이하는 아합에 대해 이렇게 증언합니다.

30오므리의 아들 아합은 그 이전에 있던 왕들보다 더 심하게, 주님께서 보시기에 악한 일을 하였다. 31그는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의 죄를 따라 가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더 앞질렀다. 그는 시돈 왕 엣바알의 딸인 이세벨을 아내로 삼았으며, 더 나아가서 바알을 섬기고 예배하였다. 32또 그는 사마리아에 세운 바알의 신전에다가 바알을 섬기는 제단을 세우고, 33아세라 목상도 만들어 세웠다. 그래서 그는 그 이전의 이스라엘 왕들보다 더 심하게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진노하시게 하였다. (왕상 16:30-33)

하나님의 진노를 아합에게 전한 사람이 바로 예언자 ‘엘리야’입니다. 성경은 엘리야의 첫 등장을 열왕기상 17장 1절에서 이렇게 증언합니다.

길르앗의 디셉에 사는 디셉 사람 엘리야가 아합에게 말하였다. "내가 섬기는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합니다. 내가 다시 입을 열기까지 앞으로 몇 해 동안은, 비는 커녕 이슬 한 방울도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왕상 17:1)

이렇게 엘리야는 하나님의 진노를 아합에게 전했지만, 이제는 아합의 진노를 피해서 도망자 신세가 됩니다. 그래서 주님의 말씀 따라 요단강 동쪽에 있는 ‘그릿 시냇가’에서 혼자서 숨어 지냅니다. 시냇물을 마시고 까마귀가 날라다 주는 먹을 것을 먹으면서 말입니다(왕상 17:2-6). 가뭄으로 시냇물까지 마르자, 주님은 엘리야에게 ‘시돈에 있는 시르밧’으로 가서 한 과붓집에서 지내라고 합니다. 엘리야는 한 가난한 과붓집에서 밀가루와 기름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기적과 병들어 죽은 아들을 소생시키는 기적을 일으키며 숨어지냅니다(왕상 17:3-24).

3년 후 엘리야는 아합을 만나 이스라엘 온 백성과 바알의 예언자 450명을 갈멜산에 모이게 하고, 세기의 대결을 펼칩니다. 엘리야는 대결에 앞서 백성들에게 결단을 촉구하며 이렇게 외칩니다.

여러분은 언제까지 양쪽에 다리를 걸치고 머뭇거리고 있을 것입니까?

주님이 하나님이면 주님을 따르고, 바알이 하나님이면 그를 따르십시오.

(왕상 18:21b-c)

천둥과 같은 엘리야의 외침에 사람들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묵묵히 서 있기만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야훼 신앙’을 버리고 ‘바알 신앙’을 좇았던 것은 왕 아합만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백성들 대부분도 그랬던 것입니다. 바알은 물직적 풍요의 신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잘 알듯이 갈멜산에서의 대결은 엘리야의 완승으로 끝납니다. 하지만 이 일로 해서 엘리야는 이세벨 왕비의 살해 위협을 받게 되었고, 그는 다시 홀로 도망칩니다. 그는 남왕국 유다의 브엘세바로 갔습니다. 브엘세바는 북왕국 이스라엘의 왕비 이세벨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장소였지만, 엘리야는 미친 듯이 남쪽으로 더 내려갔습니다. 광야를 지났고 하룻길을 더 걸어 한 로뎀나무 아래 앉았습니다. 거기서 그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죽기를 간청합니다. “주님, 이제는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나의 목숨을 거두어 주십시오”(왕상 19:4).

하지만 천사의 수발로 겨우 기운을 차린 엘리야는 밤낮 사십 일 동안 걸어서 하나님의 산 호렙의 한 동굴에 이릅니다. 거기서 그는 ‘부드럽고 조용한 소리’ 가운데서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15"너는 돌이켜, 광야길로 해서 다마스쿠스로 가거라. 거기에 이르거든, 하사엘에게 기름을 부어서, 시리아의 왕으로 세우고, 16또 님시의 아들 예후에게 기름을 부어서,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워라. 그리고 아벨므홀라 출신인 사밧의 아들 엘리사에게 기름을 부어서, 네 뒤를 이을 예언자로 세워라. …18나는 이스라엘에 칠천 명을 남겨 놓을 터인데, 그들은 모두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도 아니하고, 입을 맞추지도 아니한 사람이다."

(왕상 19:15-18)

엘리야의 승천

‘엘리야’라는 이름은 ‘나의 신은 야훼다’라는 뜻입니다. 자기 이름을 이렇게 지을 정도로 엘리야는 평생 ‘야훼 신앙의 화신’으로 살았습니다. 그랬던 그가 자기의 고단한 인생이 끝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아주 조용히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어 한 것 같습니다. 칭송의 말도, 작별의 말도 다 부질없음을 알기에 그는 마지막으로 ‘야훼 신앙’의 출발지였던 출애굽의 성지들을 둘러보면서 홀로 조용히 물러가려고 합니다.

오늘 본문 말씀을 보면, 그는 처음에 제자 엘리사만 데리고 길갈을 떠났습니다. 길을 가다가 그는 엘리사에게 자기는 주님의 분부대로 베델로 가야 하니 “너는 여기에 남아 있거라” 하고 명합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엘리사는 스승의 지시를 따를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주님께서 살아 계심과 스승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합니다. 나는 결코 스승님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함께 베델까지 내려갔습니다.

베델에 이르렀을 때 예언자 수련생들이 엘리사에게 와서 “선생님의 스승을 주님께서 오늘 하늘로 데려가려고 하시는데, 선생님께서는 알고 계십니까?” 하고 묻습니다. 수련생들도 어떤 조짐을 보았던 모양입니다. 엘리사는 그들에게 침묵을 명합니다. 엘리야는 다시 그곳에서 여리고로 가야 한다며 엘리사에게 베델에 남아 있으라고 말합니다. 엘리사는 이번에도 그 명령을 어기고 스승을 따라나섭니다. 여리고에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오늘 본문은 여리고에서 요단강으로 가는 이야기부터 선택했습니다. 여기서도 앞과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됩니다. 하지만 엘리야는 더 이상 엘리사를 따돌리기 어렵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요단강을 건너자 마침내 엘리야가 엘리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께서 나를 데려가시기 전에 내가 네게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느냐?" 엘리사는 엘리야에게 "스승님이 가지고 계신 능력을 제가 갑절로 받기를 바랍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왕하 2:9)

언뜻 들으면 굉장히 당돌한 요청입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고 하지만 “스승이 가진 능력의 갑절을 원한다”니 지나친 요구로 보입니다. 이 요구에 대한 엘리사의 대답과 그 이후에 벌어진 일을 성경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10엘리야가 말하였다. "너는 참으로 어려운 것을 요구하는구나. 주님께서 나를 너에게서 데려가시는 것을 네가 보면, 네 소원이 이루어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11그들이 이야기를 하면서 가고 있는데, 갑자기 불병거와 불말이 나타나서, 그들 두 사람을 갈라 놓더니, 엘리야만 회오리바람에 싣고 하늘로 올라갔다. 12엘리사가 이 광경을 보면서 외쳤다. "나의 아버지! 나의 아버지! 이스라엘의 병거이시며 마병이시여!" (왕하 2:10-12)

이렇게 엘리야는 승천했습니다. 엘리사에게 엘리야는 아버지입니다. 육신을 낳아 준 아버지는 아니지만, 그의 정신을 낳아 준 아버지입니다. 또한, 엘리야는 무너져 내리고 있던 야훼 신앙을 일으켜 세워 이스라엘의 정신을 지킨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이스라엘을 지킨 자, 곧 이스라엘의 병거와 마병입니다.

갑절의 능력?

다시 본문 9절로 돌아가겠습니다. 새번역이 ‘능력’이라고 번역한 말을 다른 성경은 다르게 번역했습니다. 여러 한글 번역본을 비교해 볼까요?

스승님이 가지고 계신 ‘능력’을 제가 갑절로 받기를 바랍니다. (새번역)

당신의 ‘성령이 하시는 역사’가 갑절이나 내게 있게 하소서. (개역)

당신의 ‘영감’이 갑절이나 내게 있기를 구하나이다. (개역개정)

스승님, 남기실 ‘영검’에서 두 몫을 물려주십시오. (공동번역 & 개정판)

스승님 영의 두 몫을 받게 해 주십시오. (가톨릭 새번역)

보듯이 개역은 ‘영감’으로, 개역개정은 ‘성령이 하시는 역사’로, 공동번역과 공동번역 개정판은 ‘영검’으로, 가톨릭 새번역은 ‘영’으로 각각 번역했습니다. 이외에 영어성경 CEV는 ‘power’로 NAB 등 많은 영어 성경은 ‘spirit’으로 번역했습니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

새번역이 ‘능력’이라고 번역한 단어의 히브리어 원어는 ‘ruach’(루아흐)입니다. 바람, 숨, 기(氣), 영(靈) 등으로 번역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흔히 ‘성령’(聖靈)으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엘리사가 바랬던 것은 재물도 아니고 지위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엘리야를 사로잡고 있던 ‘하나님의 영’—‘성령’이 그에게 충만하기를 구했습니다. 그렇다면 엘리사가 구했던 ‘하나님의 영’은 과연 무엇일까요?

소위 하나님의 영을 받은 사람, 곧 성령의 충만함을 받은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성령을 받았다는 말은 하나님의 마음으로 세상과 사람을 보기 시작한다는 말입니다.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성령의 능력’ 안에 있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공감’(sympathy)의 사람입니다. 영감(靈感)은 영적(靈的) 감수성(感受性)입니다. 인간이 영감—영적 감수성을 가지면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웃들의 사정을 알아차리고, 피조물의 고통 때문에 마음 아파합니다. ‘나뿐이다’라는 삶의 태도에서 돌이켜서 (이웃을) ‘돕고 사는’ 삶을 삽니다. 또한, 피조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삶을 선택합니다.

아일랜드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자기 작품 『악마의 제자』에서 “동료 인간들에 대한 가장 사악한 죄는 그들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 관한 관심이 없는 것이다. 무관심은 비인간성이 본질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타인과 창조 세계에 대한 무관심이 바로 ‘죄’입니다. ‘하나님의 영’으로 충만한 사람은 타인과 창조 세계에 무관심할 수 없습니다. 왜? ‘하나님의 영’으로 충만하면 하나님의 사랑으로 타인과 창조 세계를 사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무엇입니까? 컴패션—Com-Passion입니다. ‘함께 고통을 느끼는 것’입니다. 타인과 창조 세계의 아픔과 고통을 내 아픔과 고통으로 느끼는 것에서 하나님 사랑은 출발합니다. 출애굽의 해방사건도 바로 이 컴패션에서 출발했습니다.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창조 세계 사랑

엘리야가 수호하고자 했던 ‘야훼 신앙’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당시의 사회적 약자였던 ‘히브리’가 이집트에서 노예살이할 때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자기 아픔과 고통으로 느껴 그들을 종살이에서 해방한 야훼가 참 하나님이니, 그 하나님만을 믿어야 한다는 신앙입니다. 그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것이 세상에 정의와 평화와 사랑을 이루는 ‘길’임을 믿고 고백하면서, 내 삶을 그 ‘길’에 헌신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바알 신앙’은 무엇입니까? ‘바알’은 물질적 풍요의 신입니다. 그런데 그 물질적 풍요는 내 것과 네 것을 가르고, 나보다 약한 이웃의 소유를 이런저런 방법으로 내가 가질 때 가능합니다. 수메르에서의 신석기 혁명 이후 소위 인류 ‘문명’은 그렇게 시작된 것입니다. 따라서 ‘바알 신앙’은 필연적으로 폭력과 불의, 수탈과 착취, 갈등과 불화를 낳습니다. 그래서 엘리야는 ‘바알 신앙’을 배척하고 ‘야훼 신앙’을 옹호했던 것입니다.

오늘은 ‘변모주일’입니다. 성경은 변화산에 모세와 엘리야와 예수님이 있었다고 증언합니다. 이 세 사람은 각각 율법서와 예언서와 복음서를 대표합니다. 그런데 율법서와 예언서와 복음서를 관통하는 핵심 정신이 무엇입니까? 바로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입니다. (마 22:37-40 참조)

우리가 ‘하나님의 영’—‘성령’으로 충만하게 되면, 하나님만 사랑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이웃도 내 몸처럼 사랑하게 됩니다. 특히 약자들의 아픔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고, 그들과 공감하게 됩니다. 나아가 이 기후 비상사태 시대에는 우리 이웃에 당연히 창조 세계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변모주일은 예수님의 변모사건을 기념하는 주일입니다. 동시에 우리의 변모를 생각해야만 하는 주일입니다. 그동안 인류가 ‘편리와 풍요’를 추구해 왔기에 지금의 기후 비상사태가 생겼습니다. 이제 그런 생활에서 변모해야 합니다. 절제하며 불편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순절에 온 기장교회가 함께하는 탄소금식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십시오. 그래서 ‘나는 다르게 믿는다’를 넘어 ‘다르게 산다’는 것을 우리 삶으로 입증하십시오. 그래서 이번에는 전 교우 탄소헌금을 실시합니다. 주보에 나와 있는 것처럼 차량을 운행하는 교우는 오늘 당장 계기판의 총 주행거리를 사진 찍어 두십시오. 그리고 부활절에 다시 총 주행거리를 확인해 차량을 운행한 거리만큼 km당 50원씩 계산해 탄소헌금을 드리십시오. 배기량 2000cc 이상이면 km당 50원이 아니라 100원씩 계산해 탄소헌금을 드리십시오. 탄소헌금 드려서 면죄부를 받자는 것이 아닙니다. 차량 운행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것입니다. 또 이처럼 우리 생활 속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삶을 습관화하자는 것입니다. 2003년생 청년 기후활동가인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의미 있는 기후행동을 하려면 많은 것을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따져보면 우리가 바꿔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이다.

변모주일을 맞아 ‘하나님의 영’으로 무장하고, 기후비상사태 시대에 탄소금식으로 희망을 만들어 가는 모두가 되기를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