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그리고 ‘전향’(轉向)

1예수께서 게네사렛 호숫가에 서 계셨다. 그 때에 무리가 예수께 밀려와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다. 2예수께서 보시니, 배 두 척이 호숫가에 대어 있고, 어부들은 배에서 내려서, 그물을 씻고 있었다. 3예수께서 그 배 가운데 하나인 시몬의 배에 올라서, 그에게 배를 뭍에서 조금 떼어 놓으라고 하신 다음에, 배에 앉으시어 무리를 가르치셨다. 4예수께서 말씀을 그치시고, 시몬에게 말씀하셨다. “깊은 데로 나가, 그물을 내려서, 고기를 잡아라.” 5시몬이 대답하였다. “선생님, 우리가 밤새도록 애를 썼으나,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6그런 다음에, 그대로 하니, 많은 고기 떼가 걸려들어서, 그물이 찢어질 지경이었다. 7그래서 그들은 다른 배에 있는 동료들에게 손짓하여, 와서 자기들을 도와달라고 하였다. 그들이 와서, 고기를 두 배에 가득히 채우니,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 되었다. 8시몬 베드로가 이것을 보고, 예수의 무릎 앞에 엎드려서 말하였다. “주님, 나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나는 죄인입니다.” 9베드로 및 그와 함께 있는 모든 사람은, 그들이 잡은 고기가 엄청나게 많은 것에 놀랐던 것이다. 10또한 세베대의 아들들로서 시몬의 동료인 야고보와 요한도 놀랐다. 예수께서 시몬에게 말씀하셨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11그들은 배를 뭍에 댄 뒤에,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를 따라갔다. (눅 5:1-11)

부르심과 소명(召命) 그리고 누미노제 체험

주현절 후 다섯 번째 주일인 오늘, ‘성서일과’(RCL)가 제시한 세 본문, 구약과 서신서와 복음서의 공통 주제는 ‘부르심’입니다. ‘구약’(사 6:1-8)은 이사야가 예언자로 부르심을 받은 이야기를, ‘서신서’(고전 15:1-11)는 바울이 사도로 부르심을 받은 이야기를, 그리고 ‘복음서’(눅 5:1-11)는 베드로가 제자로 부르심을 받은 이야기를 각각 다루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영어로는 ‘Calling’이라고 합니다. 우리말 ‘부름’과 ‘부르심’의 차이를 영어는 소문자 ‘calling’과 대문자 ‘Calling’으로 구별해서 표현하기도 합니다. ‘부름’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을 위하여 불러들임”입니다. 그러니까 ‘부르심’은 “하나님이 특별한 목적의 도구가 되게 하려고 부르는 것”을 뜻합니다. 이를 한자로는 ‘부를 소(召)’ 자와 ‘목숨 명(命)’ 자를 써서 ‘소명’이라고 합니다. ‘소명’은 “사람이 하나님의 일을 하도록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일”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부르심과 소명은 같은 말입니다. 하나님이 주시고, 사람이 받는다는 차이만 있습니다. 그래서 부르심을 뜻하는 영어 단어 calling과 소명을 뜻하는 영어 단어 vocation도 뜻이 같습니다. vocation의 어원은 라틴어 ‘보카레’ (vocare)로 이는 ‘부르다’ 또는 ‘신의 부르심’을 뜻합니다.

그런데 ‘vocation’은 ‘소명’이란 뜻 외에 ‘직업’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직업’을 뜻하는 영어 단어로 ‘job’도 있습니다. vocation과 job은 매우 다르기도 하고, 또 매우 비슷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조금 있다가 다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신이 인간을 부를 때, 하나님이 사람에게 어떤 소명을 줄 때 인간은 ‘하나님’을 만나게 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독일의 신학자 오토(Otto, R.)가 말한 ‘누미노제’(Numinose), 즉 성스러움/거룩함을 체험하게 됩니다. 오늘 본문들에서도 이사야는 성전에서의 신비체험을 통해, 바울은 죽어있는 자들에게서 그리스도가 드러나는 부활 체험들을 통해 누미노제를 경험하고 소명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어떻습니까? 그가 경험한 누미노제는 무엇입니까? ‘기적의 고기잡이’일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본문 9절은 베드로가 “그들이 잡은 고기가 엄청나게 많은 것에 놀랐다”고 증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꼭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조금 뒤에 다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여기서 제가 묻고 싶은 것은 “소명은 특별한 사람에게, 특별한 체험을 통해서만 주어지는가?”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소명을 받으셨습니까? 못 받으셨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하나님이 소명을 주시지 않아서일까요? 소명을 받는 누미노제를 체험하지 못해서일까요? 우리에게도 하나님이 소명을 주셨고, 또 소명을 주시기 위해 기꺼이 만나주셨는데, 혹시 누미노제를 누미노제로 깨닫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이러한 질문을 안고 오늘 본문으로 택한 누가복음을 살펴보시겠습니다.

누가의 수정

새번역성서는 오늘의 복음서 본문 위에 ‘어부들을 제자로 부르시다’라는 소제목을 붙여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의 병행 구절을 표시해 놓았습니다. 그러니까 같은 내용이 누가복음 말고도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에도 있다는 말입니다.

서울제일교회 교우들은 성경공부를 통해 ‘마가—마태—요한—누가’의 순서로 복음서가 집필되었으며, 누가복음은 최초의 복음인 마가복음과 지금은 없어진 Q복음서를 두 개의 큰 자료로 하고 여기에 누가가 가진 특수자료를 더하고 편집해서 지금처럼 완성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누가복음을 읽을 때는 원자료인 마가복음을 편집자 ‘누가’가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파악하고, 왜 그렇게 바꾸었는지를 추적함으로써, 누가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어부들을 제자로 부르신 이야기’는 마가, 마태, 누가, 공관복음서 모두에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마태는 마가를 거의 그대로 옮겨쓴 데 반해, 누가는 원자료인 마가의 이야기를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바꾸어 놓았습니다. 첫째, 마가의 간단한 이야기에 다른 이야기를 첨가했습니다. 마가와 마태는 예수께서 갈릴리 바닷가를 지나가시다가 어부 시몬과 동생 안드레를 보고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막 1:16, 마 4:19)고 말씀하시니 그들이 곧 그물을 버리고 따랐다고 전합니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다가 어부 형제 야고보와 요한을 보고 불렀고, “그들도 곧 예수를 따라갔다”(막 1:20, 마 4:22)고 합니다. 그런데 누가는 여기에다가 예수께서 호숫가에 있던 시몬의 배에 올라 밀려온 무리를 가르친 이야기와 기적의 고기잡이 이야기, 그리고 베드로가 “주님, 나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나는 죄인입니다”라고 고백한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그래서 마가와 마태에서는 5절이었던 이야기를 총 11절로 늘려놓았습니다.

둘째, ‘어부들을 제자로 부르신 이야기’ 앞에 예수께서 갈릴리 이곳저곳에서 활동한 여러 이야기를 먼저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마가는 예수께서 광야에서 시험받은 이야기(1:12-13) 직후에 갈릴리에서 사역을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1:14-15), 곧바로 어부 넷을 제자로 부르신 이야기가 나옵니다(1:16-20). 마태복음도 이와 똑같습니다(4:1-22 참조). 하지만 누가는 광야 시험 이야기 직후에 예수께서 갈릴리의 여러 회당에서 가르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거기에는 고향 나사렛 회당에서 이사야서를 읽어 당신의 소명과 정체를 밝혔으나 고향에서 배척받은 이야기도 있습니다(눅 4:16-30). 또 가버나움 회당에서 가르치고 귀신들린 사람을 고친 이야기와 이어 시몬의 집에서 장모의 열병을 고치는 등 거기에 찾아온 많은 병자를 치유한 이야기가 나오고, 이어서 여러 마을로 전도 여행을 떠난 이야기도 나옵니다(눅 4:31-44).

특히 가버나움 회당에서부터 전도 여행까지의 이야기는 마가에서는 첫 제자선택 직후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누가는 마가의 이야기 순서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왜일까요? 중요한 것은 제자로 부르심을 받기 전에 시몬은 갈릴리 여러 회당에서 권위 있게 가르치고 온갖 병자를 치유했던 예수를 알았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막연히 소문으로 들어 안 정도가 아니라 자기 집에서 직접 목격했기에 안 것이었습니다.

어부를 제자로 부르시다

이제 이것들을 전제하고 오늘의 복음 말씀을 보시겠습니다. 본문 1절을 보면, 예수께서 게네사렛 호숫가, 즉 갈릴리 호숫가에 서 계십니다. 그때 무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예수께 몰려옵니다. 마침 배 두 척이 호숫가에 대어 있었습니다. 아마 한 척은 시몬 베드로와 안드레의 것이었고, 다른 한 척은 야고보와 요한의 것이었을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그중 장모의 열병을 고쳐주어 잘 알고 있던 시몬의 배에 올라 그에게 배를 뭍에서 조금 떼어 놓게 하신 다음, 배에 앉아 무리를 가르치셨습니다.

말씀을 다 마치신 다음 예수께서는 시몬에게 “깊은 데로 나가, 그물을 내려서, 고기를 잡아라”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시몬은 “선생님, 우리가 밤새도록 애를 썼으나,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그물을 내리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는 그대로 합니다. 사실 해가 중천에 있는 그 시간에 그물을 던진다는 것은 무지를 넘어 몰상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엄청나게 많은 고기가 걸려들어 그물이 찢어질 지경이 되었습니다. 급기야 아고보와 요한까지 와서 같이 고기를 끌어 올려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두 배가 가득 찼습니다.

이것을 본 시몬 베드로는 예수의 무릎 앞에 엎드려 말합니다. “주님, 나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나는 죄인입니다.” 그런 시몬 베드로에게 예수께서 말씀합니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그러자 그들—베드로와 안드레 그리고 야고보와 요한은 배를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를 따라갔습니다.”

보통 이 장면은 시몬 베드로를 비롯한 네 명의 어부가 기적의 고기잡이를 통해 ‘누미노제’를 체험했고, 그때 ‘제자가 되라’는 부르심을 받고 순종했다고 해석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석할 때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8절에서 베드로가 한 말과 11절에서 베드로가 한 행동이 그것입니다. 8절에서 베드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나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나는 죄인입니다.” 왜 베드로는 자신을 가리켜 ‘죄인’이라고 했을까요? 기적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예수의 능력을 의심한 데서 온 죄책감의 표현이었을까요? 아니면 신적 권능과 마주한 나약한 인간의 두려움을 표현한 것이었을까요? 적어도 후자는 절대 아닙니다. 누가에 따르면 베드로는 고기잡이 기적에 앞서서 예수의 치유 기적을 여러 차례 목격했고, 그때 이미 누미노제를 체험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때 베드로는 자신이 죄인이라고 고백하지도 않았고, 예수께 떠나 달라고 청하지도 않았습니다.

더구나 직업이 어부인 베드로가 고기잡이 기적을 맛보았으니, 저라면 “주님, 나에게서 떠나지 마십시오. 나의 부족한 능력에 당신의 권능을 보태시어 늘 이런 고기잡이 기적이 일어나게 해 주십시오”라고 청했을 것입니다. 그게 더 자연스럽고 인간적입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적의 고기잡이를 ‘보고’ 자기 죄를 깨닫고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했습니다. 과연 고기잡이의 기적과 죄의 깨달음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요?

다음으로 11절에 나오는 베드로의 행동을 보시지요.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라는 말을 들은 어부들은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를 따라갔습니다.” 조금 전에는 “나에게서 떠나 주십시오”라고 말했던 사람이 지금은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스로 따라나섭니다. 이 둘 사이에는 는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라는 말씀이 놓여 있습니다. 과연 ‘사람을 낚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생업을 버리고 선교에 나서라는 말일까요? ‘사람을 낚으라’는 소명은 베드로에게만 해당하고 우리와는 상관없는 것일까요?

베드로의 깨달음

저는 위 질문들에 대한 답의 실마리가 베드로가 무엇인가를 깨닫고 자신을 ‘죄인’이라고 고백한 사건에 있다고 봅니다. 그날 베드로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를 따를 만큼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었을까요?

본문 8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시몬 베드로가 이것을 보고.” 그는 무엇인가를 ‘보고’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했습니다. 그가 본 것은 무엇입니까? 본문 7절은 그것이 “고기를 두 배에 가득히 채우니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 된” 장면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베드로가 본 것은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 된 것’입니다. 배가 왜 그 지경에 이르렀습니까? 물고기를 가득 채웠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베드로가 봤던 것은 ‘물고기를 가득 채웠더니 배가 가라앉기 시작한 현상’이었습니다. 영어 성경은 이를 더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는데, 이 부분을 “they began to sink”라고 번역했습니다. 여기서 ‘they’는 ‘배들(boats)’을 가리킬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그 배에 타고 있던 어부들 자신을 가리킵니다. 즉 ‘침몰(하기 시작한 것)’을 보고 베드로는 죄를 고백했던 것입니다.

‘침몰’과 ‘죄’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저는 이것을 고기잡이 기적과 누미노제 체험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너무 많은 물고기가 잡힌 사건에서, 엄청난 성공에서 오히려 자기 인생이 잘못됐음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 이야기는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베드로가 ‘보고 깨달았던’ 것은 자기가 그동안 삶의 목표로 두고 소원했던 것을 비로소 이루었는데, 그 성취가 도리어 자기가 타고 있는 배, 즉 자기 존재의 기반을 침몰시키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밤새도록 애를 쓰면서’ 했던 고기잡이와 만선의 꿈이 ‘그물이 찢어질 지경’으로 이루어졌는데, 그것이 도리어 자기 인생을 가라앉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즉, 베드로는 가라앉고 있는 배에서 이제껏 살아왔던 자기 삶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아 ‘나는 죄인입니다’라고 고백했고, 나아가 예수님의 말을 듣고 삶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를 따라갔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 베드로를 움직인 것은 기적 자체가 아니라, 기적을 통해 뚜렷하게 보게 된 자기 삶의 방식에 대한 성찰이었습니다.

베드로에게 주신 예수님의 말씀은 “두려워하지 말아라!”였습니다. 이는 삶의 방식을 ‘전향(轉向)’하려는 사람의 출발을 격려하는 말입니다. 이제껏 고기를 낚던 베드로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새 삶은 ‘사람을 낚는 일’입니다. 여기서 ‘낚는다’는 단어 ‘조그레오’(ζωγρέω)는 ‘생명’이라는 뜻의 ‘조에’(zoē)와 ‘잡는다’라는 뜻의 ‘아그뤼오’(agreuó)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살게 하려고 잡는다’(capture for life)는 뜻입니다. 보통 어부는 물고기를 죽이려고 잡고, 죽여서라도 잡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베드로를 초대한 것은 ‘살리기 위해서 잡는 일’이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사람을 낚는 어부’의 사명이요, 새롭게 걸어가야 할 베드로의 길이며, 모든 시대에 그리스도인들의 소명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베드로가 ‘소명을 위해 직업을 버렸다’고 전합니다. 그는 vocation을 위해 job을 버렸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그래야 할까요? 가장 이상적인 것은 자기 job과 vocation이 일치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에게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job은 먹고 살기 위해서 할 수 없이 하는 일인 경우가 많습니다. 젊어서부터 job과 vocation이 일치하는 좋은 직업을 가지면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좋은 직업이 vocation을 꼭 실현하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남을 살리는 의사가 vocation과 job이 일치하는 아주 좋은 직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누군가 의사에는 병을 고치는 소의(小醫)와 환자를 고치는 중의(中醫), 그리고 사회를 고치는 대의(大醫)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뿐 아니라 악의(惡醫)도 있다고 합니다. 돈만 벌기 위해서 의사라는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성직자 가운데도 성직을 vocation이 아니라 job으로 삼고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따라서 job과 vocation을 차이 나게 하는 것은 직업 자체가 아닙니다.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삶의 자세’입니다. ‘사람 낚는 일’은 ‘살리기 위해서 잡는 일’입니다. 나만 위해서 일하고, 나와 내 가족만 잘 먹고 잘살려고 일하면 결국은 남을 죽이게 됩니다. 반대로 같은 일을 해도 나만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도 일하고, 함께 잘 먹고 잘살려고 일하면 나도 살고 너도 살고 함께 잘살게 됩니다.

베드로는 이 깨달음을 통해 삶의 자세를 전향했습니다. 주님은 오늘 우리에게도 똑같이 명하십니다. 너를 돌아보라고, 너의 삶의 자세를 성찰해보라고, 그리고 잘못된—이기적인 삶의 자세와 태도를 버리고 이타적인 삶으로 전향하라고. 이 초대에 ‘아멘’으로 응답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