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

3“내가 요셉입니다! 아버지께서 아직 살아 계시다고요?” 요셉이 형제들에게 이렇게 말하였으나, 놀란 형제들은 어리둥절하여, 요셉 앞에서 입이 얼어붙고 말았다. 4“이리 가까이 오십시오” 하고 요셉이 형제들에게 말하니, 그제야 그들이 요셉 앞으로 다가왔다. “내가, 형님들이 이집트로 팔아 넘긴 그 아우입니다. 5그러나 이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자책하지도 마십시오. 형님들이 나를 이 곳에 팔아 넘기긴 하였습니다만, 그것은 하나님이, 형님들보다 앞서서 나를 여기에 보내셔서, 우리의 목숨을 살려 주시려고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6이 땅에 흉년이 든 지 이태가 됩니다. 앞으로도 다섯 해 동안은 밭을 갈지도 못하고 거두지도 못합니다. 7하나님이 나를 형님들보다 앞서서 보내신 것은, 하나님이 크나큰 구원을 베푸셔서 형님들의 목숨을 지켜 주시려는 것이고, 또 형님들의 자손을 이 세상에 살아 남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8그러므로 실제로 나를 이리로 보낸 것은 형님들이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이 나를 이리로 보내셔서, 바로의 아버지가 되게 하시고, 바로의 온 집안의 최고의 어른이 되게 하시고, 이집트 온 땅의 통치자로 세우신 것입니다. 9이제 곧 아버지께로 가셔서, 아버지의 아들 요셉이 하는 말이라고 하시고, 이렇게 말씀을 드려 주십시오. '하나님이 저를 이집트 온 나라의 주권자로 삼으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지체하지 마시고, 저에게로 내려오시기 바랍니다. 10아버지께서는 고센 지역에 사시면서, 저와 가까이 계실 수 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아버지의 여러 아들과 손자를 거느리시고, 양과 소와 모든 재산을 가지고 오시기 바랍니다. 11흉년이 아직 다섯 해나 더 계속됩니다. 제가 여기에서 아버지를 모시겠습니다. 아버지와 아버지의 집안과 아버지께 딸린 모든 식구가 아쉬운 것이 없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하고 여쭈십시오.” (창 45:3-11)

성조(聖祖) 요셉 이야기의 교훈

주현절 후 일곱 번째 주일인 오늘, 성서 일과가 제시한 구약 본문은 창세기 45장 3절로 11절 말씀입니다. 이 본문은 창세기 37장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성조(聖祖) 요셉 이야기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합니다. 바울 사도는 로마서 15장 4절에서 “성서 말씀은 모두 우리에게 교훈을 주려고 기록된 것이다”(공동번역)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창세기에 나오는 요셉에 관한 이야기는 무엇을 교훈하기 위한 것일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학자마다 또 설교자마다 다를 것입니다. 저는 예전에 요셉 이야기가 “신앙으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2019.10.6. 증언, “모든 일이 협력해서 선을 이룬다” 참고]

여러분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 조금 더 말씀드리면,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중국의 고사(古事)를 예로 들면서, “요셉 이야기는 어느 한 토막만 끊어 읽으면 안 되고 통째로 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즉, 요셉 이야기는 “우리가 인생을 바라볼 때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고난 자체가 아니라 그 고난 뒤에 숨겨진 하나님의 섭리를 보아야 함을 가르친다”고 했습니다. 그 증언을 위해 선택한 본문은 로마서 8장 28절이었습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개역개정).

이 본문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단어가 둘 있는데, 하나는 ‘모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랑하는’입니다. 먼저 ‘모든 것’ 안에는 좋은 것은 물론이고 나쁜 것도 제외되지 않습니다. 즉, 성공, 승리, 행복, 기쁨, 즐거움, 희망, 건강 등 좋은 것만 우리를 선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실패, 좌절, 불행, 슬픔, 괴로움, 절망, 질병 등 나쁜 것까지도 서로 협력하고 작용해서 종국에는 우리를 하나님의 뜻 안에서 선으로 이끈다는 것이 바울의 고백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보아야 하고, 악을 선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기억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는”에서 “사랑하는”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즉 계속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는 과거에 하나님을 사랑했던 자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하나님을 사랑할 자를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하나님을 사랑하고 있는 자를 말합니다. 즉, 현재 어떤 형편과 처지에 놓여 있든지, 객관적인 삶의 모든 조건에 상관없이 지금 하나님을 사랑하고 있는 자를 가리킵니다. 비록 지금 고난 중에 있을지라도, 그리고 그 고난을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그런데도 한결같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사랑할 수 있는 자를 가리킵니다. 실로 요셉은 ‘그런 신앙의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서’ 살아간 신앙인

오늘 증언 제목을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라고 했습니다. 지난번 증언 “모든 일이 협력해서 선을 이룬다”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요셉은 신앙으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어떠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본보기’(role model)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신앙의 깊이와 넓이를 한 걸음 더 파고 들어가고자 합니다.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라는 말은 모순적으로 들립니다. 하나님이 없는데 어떻게 하나님 앞에 있을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이 말은 제 말이 아니고, 본회퍼 목사가 󰡔옥중서신󰡕이란 책에서 했던 말입니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하나님과 함께, 하나님 없이 산다. Before God and with God we live without God.” 오늘 증언 제목은 바로 이 문장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저는 이 말이 지닌 깊고 넓은 뜻을 요셉의 신앙을 통해 확인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창세기에서 요셉의 생애를 읽을 때 흔히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단 한 번도 요셉 앞에 가시적으로 나타난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요셉의 아버지 야곱은 꿈에서 하나님을 보았고, 목소리도 들었고, 심지어 하나님과 씨름을 하기까지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셉은 그런 체험이 전혀 없었습니다. 요셉이 열일곱 살 때 두 번의 꿈에서 암시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나님을 뵌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 야곱은 인생의 전환점이나 위기의 순간마다 늘 하나님의 현존을 체험했지만, 요셉이 낯선 타지에서 노예살이할 때도 강간미수 혐의로 내일의 운명을 알 수 없는 죄수가 되었을 때도 하나님께서는 요셉에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라면 어땠을까요? 우리가 요셉처럼 신비로운 꿈을 마음에 품고 언젠가 그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열심히 살았는데, 그 꿈이 이루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인생은 자꾸 꼬여만 간다면, 그래도 그 꿈을 붙들고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아마도 지쳐서 포기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셉은 하나님의 현존을 체험하지 못했으면서도 하나님께서 언제나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는 열일곱에 꾸었던 두 번의 꿈과 그 꿈을 보여주신 하나님의 돌보심을 절대적으로 믿었습니다.

실로 그는 놀라운 신앙의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놀라운 신앙의 사람인 것은 그가 파란만장한 인생유전을 겪어내고 마침내 승리자로 우뚝 섰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역경과 시련 한가운데서도 변함없이 하나님을 신뢰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억울한 일을 당했든, 어떤 상처를 받았든, 결코 하나님을 떠나지 않고 묵묵히 자기 삶을 걸어갔기에 그는 놀라운 신앙의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본회퍼 목사는 요셉과 같은 사람을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서’ 산 신앙인이라고 말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요셉 이야기에는 하나님이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요셉을 푸른 초장으로 이끌지 않았습니다.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홀로 걸어야 했고, 원수의 목전에까지 끌려가기도 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님은 단 한 번도 요셉에게 당신 음성을 들려주지 않았고 뒷모습조차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꿈을 푸는 지혜는 주셨는지 몰라도, 그의 꿈에 나타나서 그를 안도하게 한 적은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요셉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가 절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나타나 믿음을 북돋워 줬을 법한데, 단 한 번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요셉에게는 하나님이 안 계신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요셉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중대한 위기와 극심한 환란 속에서도 요셉은 하나님을 신뢰했습니다. 요셉이 보여준 이러한 태도는 비록 그에게 하나님은 ‘없었지만’ 늘 하나님 ‘앞에서’ 살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는 환란 중에서나 유복한 중에서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하나님을 의심하지 않고 신뢰했습니다. 고통 중에 있다고 해서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고, 축복을 누리고 있다고 해서 교만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유년 시절에 아버지의 편애를 받으며 철없이 살았지만, 삶의 굴곡을 겪으면서 인격이 달라졌습니다. 그의 인격과 신앙은 세월과 함께 성숙해졌습니다. 실로 그는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서’ 살았던 것입니다.

어른이 된 세상에서 크리스천으로 살아가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왜 요셉에게 그토록 당신을 숨기셨을까요? 왜 한 번이라도 그에게 나타나서 위로하고 격려하고 그의 믿음을 북돋워 주지 않았을까요? 그것은 믿었기 때문입니다. 누가 누굴 믿었습니까? 앞에서 “요셉이 하나님을 믿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놀라운 신앙의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한 가지를 더 보태고자 합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요셉을 믿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굳이 당신이 나타나시지 않아도 요셉이 충분히 잘 해결해 내리라 신뢰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요셉을 철저하게 ‘어른 대접’ 하셨던 것입니다.

본회퍼 목사는 ‘어른이 된 세상’에서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 없이’ 사는 기독교 신앙을 말합니다. 이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믿되, 하나님에게 뭔가를 해달라고 조르지 않고, 그런 기대도 하지 않고 사는 것을 말합니다.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서 산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본회퍼 목사는 그것은 우리가 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나님이 해주기를 바라는 바로 그것을 ‘우리가’ 직접 해야 한다고 합니다. 마치 우리가 하나님인 것처럼 말입니다.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심지어는 하나님도 하시지 않을 거라고 믿고, 내가 하나님인 것처럼 행하는 것, 바로 이것이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 없이 산다는 말의 의미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하나님이 되라는 말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지금 이 땅에 계신다면 하셨을 것 같은 일을 내가 한다는 말입니다. 그것은, 어른이 된 세상을 관리하는 일을 하나님이 어른이 된 나에게 맡기셨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본회퍼 목사는 󰡔옥중서신󰡕에서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하나님과 함께, 하나님 없이 산다”라는 말 앞에 이런 말도 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당신 없이 우리 삶을 스스로 관리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 원하신다.

God would have us know that we must live as those who manage our lives without him.

우리가 잘 알듯이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목사는 히틀러 암살 계획에 가담했다가 체포되어 연합군 승전 두 주 전에 39살의 나이로 순교한 분입니다. 그는 우리에게 ‘값싼 은혜’(cheap grace)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보여주신 하나님의 사랑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고귀한 것인데, 교회가 ‘회개 없는 용서’를 남발하면서 그것을 ‘싸구려 은혜’로 전락시켰다고 개탄했습니다. 더 나아가 본회퍼 목사는 ‘비종교적인 기독교’(religionless Christianity)가 되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기독교도 엄연히 하나의 종교인데 이게 무슨 말일까요? 본회퍼 목사에게 ‘종교’란 세상을 성(聖)과 속(俗)으로 분리하는 힘입니다. 실제로 사람이 종교적으로 되면 될수록, 종교에 깊이 귀의하면 할수록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성의 영역에 바치게 됩니다. 하지만 본회퍼 목사는 성과 속에 대한 이런 이원론적 분리가 문제임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독일의 그리스도인들이 성의 영역에서 그리스도를 주(主)로 섬기는 동안, 속의 세계는 히틀러가 지배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본 본회퍼 목사는 이 세계 안에서 그리스도에게 속하지 않은 영역이나 그리스도에게 속하지 않은 시간이 있다는 이원론적 생각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대신 우리는 그리스도를 교회에서만이 아니라 이 세상 안에서, 그리고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주(主)로 섬겨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교회에서만이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주로 섬겨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리스도는 교회만의 주인이 아니라 이 세계 전체의 주권자가 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당신 없이 우리 삶을 스스로 관리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 원하신다”는 말과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하나님과 함께, 하나님 없이 산다”는 말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나왔습니다. 이 발언은 현실에서 생겨나는 모든 문제를 하나님께 핑계 대지 않고, 하나님이 도와주지 않으셨다 탓하지 않고, 하나님께 칭얼거리는 유아적 신앙에서 벗어나 성숙한 자세로, 내가 해야 할 것을 (하나님이 없는 것처럼—내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할 것처럼) 그렇게 치열하게 성취해나가는 제자의 길, 믿음의 길을 당당히 걸어가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이 인간의 고통스러운 상황에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때가 있습니다. 우리의 피난처라고, 약속했기에 도와주실 것이라고 믿던 하나님은 그런 기대를 다 무너뜨리고 마치 존재하지 않으시는 것처럼 인간들을 고난과 죽음 가운데 버려두시는 것으로 보이는 때가 있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것이 지금도 진행형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때 “하나님은 어디 계십니까? 이럴 수가 있습니까?”라고만 외치지 말고, 더는 요행을 바라지 말고, 내가 일어나서 그리스도의 진정한 제자로서—하나님의 도구로서 일하고 뛰면서 악의 세력에 대항하여 싸우는 것이 하나님이 이 시대에 내게 원하시는 것이라고 본회퍼 목사는 믿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값비싸게 갚아나가는 성숙한 신앙의 길이라고 본회퍼 목사는 믿었습니다. “히틀러가 600만 유대인을 살해하고 있는 이때, 나는 목사이기 때문에 정치에 참여해서는 안 되고 보고만 있거나, 또는 기도만 하고 있어야 맞는가?” 아마 수많은 신학적 질문이 그에게 오고 갔을 것입니다. “왜 하나님은 히틀러에게 침묵하고 계시는가? 그렇다면 내가 하나님의 도구로서 내 결단과 판단으로 하나님의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제 그는 하나님의 도우심을 기대하지 않고 스스로 일해나갑니다. 이는 하나님의 도우심을 거부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처럼 하나님의 절대적 섭리를 성숙한 신앙으로 받아들이며,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내 스스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성숙하고 자율적인 신앙인의 ‘행동 고백’입니다. 그러므로 본회퍼 목사의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라는 고백은 무신론적인 세속적 고백이 아닙니다. 대단히 깊고도 진지한 성찰 끝에 이루어진 고백입니다.

이제 자신에게 진지하게 물어보십시오. 뭔가를 해달라고 하나님에게 빌지 않고 우리 스스로 할 수는 없습니까? 하나님이 여기 계셨으면 하셨을 일을, 하나님이 우리가 놓인 상황에 계셨으면 분명히 하셨을 일을 우리가 할 수는 없습니까? 이것은 기독교인으로서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니면 하나님은 아무것도 하실 수 없다는 믿음으로, 그래서 역설적으로 우리의 삶 속에는 하나님은 안 계신다고 생각하고 하나님이 하셨을 일을 우리 자신이 하는 것, 그 일을 ‘없이 계신’ 하나님 ‘앞에서’ 하는 것, 바로 이것이 어른이 된 세계에서 어른 기독교인으로 사는 것입니다. 요셉처럼, 본회퍼 목사처럼 우리 모두 그런 어른 신앙인으로 살 수 있기를 축원합니다.

끝으로 한 마디를 첨가합니다.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서, 어른 기독교인으로 살려면” 하나님에 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신론, 즉 하나님에 관한 신앙을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이번 수요일부터 시작되는 <우리 안의 가짜 하나님 죽이기> 성경 공부는 이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가능하면 이 공부에 많이 참여하셔서 우리 신앙을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고 성숙시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