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몸의 기적

…14몸은 하나의 지체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체로 되어 있습니다. 15발이 말하기를 “나는 손이 아니니까, 몸에 속한 것이 아니다” 한다고 해서 발이 몸에 속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16또 귀가 말하기를 “나는 눈이 아니니까, 몸에 속한 것이 아니다” 한다고 해서 귀가 몸에 속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19전체가 하나의 지체로 되어 있다고 하면, 몸은 어디에 있습니까? 20그런데 실은 지체는 여럿이지만, 몸은 하나입니다. 21그러므로 눈이 손에게 말하기를 “너는 내게 쓸 데가 없다” 할 수가 없고, 머리가 발에게 말하기를 “너는 내게 쓸 데가 없다” 할 수 없습니다. 22그뿐만 아니라, 몸의 지체 가운데서 비교적 더 약하게 보이는 지체들이 오히려 더 요긴합니다.… 26한 지체가 고통을 당하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당합니다. 한 지체가 영광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합니다.(고전12:12-26)

저는 2015년 2월 16일에 한국에 와서 만 7년 동안 머물며 거의 매주 서울제일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 날입니다. 처음 여기에서 예배를 드린 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때는 아직 서울제일교회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일본에서 몇몇 분들이 "한국 교회는 보수적이다"라는 말을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교회에 가기 하루 전에 무엇을 입고 가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흰색 양복 정장을 입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주일 당일 저를 만난 청년들이 "우와, 우리랑 완전 다른 보수적인 목사가 왔다. 큰일났다"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처음엔 긴장된 마음이었지만 이야기를 계속 나누다 보니 서로 "뭐야~ 우리쪽 사람이네~"라고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서울제일교회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교역자 중에서는 제가 가장 오래 이 교회에 머물러 있는 사람입니다. 예전엔 어땠다고 말할 정도로 외국인인 제가 꼰대가 되어 버렸단 말이죠. 그럴 때마다 농담 삼아 “아, 이제 일본으로 돌아가야 하는구나”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오늘은 제가 7년 동안 서울제일교회에서 지내면서 느꼈던 것, 또 바라는 것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의 추억을 풀기 전에 먼저 말씀을 함께 보겠습니다. 오늘 본문은 고린도 전서의 유명한 말씀입니다. 하나의 몸과 많은 지체들에 대한 내용이지요. 바울이 편지를 보낸 이 고린도 공동체는 서울제일교회와 닮은 부분이 있습니다. 고린도는 문화적으로 발달하고 규모가 큰 도시입니다. 이런 대도시에서 고린도 공동체는 가난하거나 사회적으로 약한 사람들을 위해 세워졌습니다. 서울제일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북에서 서울로 피난 온 분들과 함께하기 위해 세워진 교회죠. 고린도 공동체에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고급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나 잘 사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합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가진 배경이 다양해졌다는 거죠. 이것 역시 제일교회와 비슷합니다.

바울은 바로 이런 상황에 있는 고린도 공동체에 편지를 보냅니다. 1장을 보면 바울은 공동체의 분열을 염려하여 편지를 보낸 것 같습니다. 1장 10절과 12절을 읽겠습니다.

10그런데, 형제자매 여러분, 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권면합니다. 여러분은 모두 같은 말을 하며, 여러분 가운데 분열이 없도록 하며, 같은 마음과 같은 생각으로 뭉치십시오. 12다름이 아니라, 여러분은 저마다 말하기를 "나는 바울 편이다", "나는 아볼로 편이다", "나는 게바 편이다", "나는 그리스도 편이다" 한다고 합니다.

고린도 공동체는 하나이지만, 그 안에서 바울 편, 아볼로 편, 게바 편, 그리스도 편으로 분파가 생겼습니다. 바울이 누구인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아볼로는 바울 뒤에 고린도에 온 사람이자 바울의 동역자, 교회의 지도자입니다.　“나는 심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자라게 하셨습니다” 라는 고린도전서 말씀의 바로 그 아볼로입니다. 게바는 베드로를 뜻합니다. 즉 고린도 공동체에서는 저마다 다른 지도자를 따르겠다고 해서 분파와 분열이 생겼습니다. 참고로 "나는 그리스도 편이다"라고 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예수만 믿겠다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자기가 직접 예수의 말씀을 들었다고 자랑하는 유대 그리스도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들은 고린도 공동체 내의 그리스 기독교인들과 갈등을 일으켰지요.

용기를 내서 조심스럽게 말씀드립니다. 저는 현재 서울제일교회가 분열되어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물론 2부 사람들과의 문제는 있지요. 개인적으로 그분들과 인사 정도만 할 뿐, 직접 만나서 이야기할 기회는 없었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단지 저는 지금 여기에 모인 서울제일교회 공동체 안에서 때때로 온도차이를 느낍니다. 물론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에 하나를 꼽자면 이 교회에 언제부터 다니고 있었는지가 될 것 같습니다. 서울제일교회의 초기를 알고 있는지, 노상 예배를 직접 경험했는지, 혹은 어느 목사님 때 이 교회에 왔는지. 언제 이 교회에 왔는지에 따라 겪은 경험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바울의 편지는 온도 차이 그 자체에 관하여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교회의 지도자가 그 차이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까 꼰대 얘기를 했었죠. 제가 "정진우 목사님 때 말이야"라고 말한다면 일단 정원진 목사님은 기분이 좋지 않겠지요. 그런데 정 목사님이 기분이 좋을지 나쁠지를 떠나 중요한 것은 바울 자신이 "나는 바울 편이다"라고 하지 말라고 했다는 사실입니다. 자기편은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요? 보통은 아볼로나 게바가 아니라 나를 따르라고 할 테지만 바울은 오히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편지의 첫 부분에서 말합니다. 그리고 편지의 결말이 되어서 오늘의 본문이 나옵니다. 우리는 하나의 몸이며 그리스도의 몸이다, 누가 지도자인지가 아니라 하나의 몸, 하나의 공동체인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21절에 이렇게 나옵니다.

21그러므로 눈이 손에게 말하기를 "너는 내게 쓸 데가 없다" 할 수가 없고, 머리가 발에게 말하기를 "너는 내게 쓸 데가 없다" 할 수 없습니다.

쓸 데가 없다는 부분을 원문으로 보면 더 직접적으로 “너는 필요 없다”는 뜻으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아마 고린도 공동체 안에서 "너는 필요 없다"라고 실제로 말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바울이 이런 말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서울제일교회에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떤가요? "나는 손이 아니니까, 몸에 속한 것이 아니다", "나는 눈이 아니니까, 몸에 속한 것이 아니다". 이런 감각은 여러분도 느낀 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비단 제일교회에서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정말 여기에 속해있는지 뭔가 불편하고, 나는 여기에 필요한 사람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서운했던 적은 없으세요? 마치 자신이 몸 안에서 가장 필요 없는 부분, 새끼 발톱이 된 것 같은 기분 말입니다.

사실 저도 서울제일교회에서 그런 기분이 든 적이 있습니다. 2017년 한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할 무렵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성가대와 일본어반에 있었지만, 사역을 담당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청년회 담당 교육 목사가 된다는 거예요. 당시 저는 아직 언어적으로도 부족했고, 한국 교회에서 청년회가 어떻게 활동하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한다, 저렇게 한다고 조언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저에게 와 닿지 않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사람들이 저에게 기대하는 모습과 실제의 내 모습이 너무나 달랐고, 내가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 솔직히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들이 해소된 계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2018년 4월에 청년들과 일본에 다녀왔는데요, 이 기행을 계기로 니시카타마치교회 청년들과 교류가 활발해지고 지금도 3-4개월에 한 번씩은 줌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이 활동을 통해 니시카타마치교회 청년들과 서울제일교회 청년들이 좀 더 친밀해졌을 뿐만 아니라 저와 제일교회 청년들의 관계도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제가 한국 목사처럼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잘 안되었을뿐더러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저만의 방식으로 청년들과 관계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성경 말씀대로 비유하자면 저는 사실 코인데 “손이 되고 싶다, 멋진 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래서 노력은 하는데 잘 안 되고 불편하고 슬프고,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손이 아니라 코였구나 라고 깨닫고 나서는 코의 역할을 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도 생겼고 스스로가 정말로 서울제일교회의 한 지체가 되었다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저는 서울제일교회라는 몸의 한 지체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이야말로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몸의 지체들, 즉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이죠. 바울이 말한 것처럼 누가 지도자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목사도 그리스도의 몸의 한 지체일 뿐이기 때문이죠. 저 스스로가 목사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교회라는 하나의 몸은 목사의 힘으로 걸어가지 않습니다. 목사도 장로도 권사도 집사도, 청년들도 아이들도. 모두가 한 몸의 지체입니다. 그리고 예전부터 다니고 있던 사람도, 새롭게 합류한 사람도 모두가 같은 몸의 지체이며 똑같이 중요합니다. 내가 있든 없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내가 있기에 제일교회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게 너무 심해져서 거만해지는 바람에 "나는 필요한 사람이지만, 너는 쓸 데가 없다"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지요. 나도 필요하고, 너도 필요하다, 각자 경험도 역할도 다르지만, 그 다름이 있기에 서울제일교회가 하나의 몸으로서 앞으로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서울제일교회는 이미 그렇게 걸어왔습니다. 제일교회는 내년에 창립 70주년을 맞이합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제일교회 역사의 10%를 함께 했네요. 니시카타마치교회와의 교류는 3년 후인 2025년에 50주년을 맞이합니다. 제일교회 역사의 70%이상의 시간을 니시카타마치교회와 함께 걸어왔습니다. 서울제일교회라는 몸과 니시카타마치교회라는 몸이 만나서, 손에 손을 잡고 같은 방향으로 걸은 지가 50년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한때 한국 교회와 일본 교회가 자매 관계를 맺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관계가 유지되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서울제일교회와 니시카타마치교회가 지금까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제일교회의 힘든 시기에 니시카타마치교회가 함께 했기 때문에? 물론 그것도 큰 이유입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목사가 아니라 신도들, 즉 여러분이 중심이 되어 이 관계를 계속해 왔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른 교회에서 한일간의 자매 교류가 지금까지 이어지지 않았던 것은 그 관계가 주로 목사의 리더십으로 맺어졌기 때문입니다. 한쪽의 목사가 사역지를 옮기면서 관계가 약해지고, 그러다가 또 다른 쪽 목사도 사역지를 옮기면 관계가 거의 끊어지는 모양새였습니다. 그런데 제일교회와 니시카타마치교회의 경우는 여러분이 주체적으로 해왔기에 관계가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설교를 준비하면서 이 30주년기념지를 다시 꼼꼼히 읽어 보았습니다. 1975년 자매 관계를 체결했을 때에는 5년이라는 기한을 두고 관계를 맺었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그 기한이 조금씩 연장되어 처음 예상했던 시간의 10배, 50년 동안 이 관계가 이어져 왔습니다. 체결식 때 박형규 목사님은 감옥에 계셨기 때문에 체결식에 참석하지도 못했다고 기록되어있습니다. 요즘이라면 어떤 이유로든 한쪽의 목사가 참석하지 못한다면 보통은 체결식을 연기할 겁니다. 하지만 제일교회와 니시카타마치교회는 박형규 목사님이 감옥에 계시는 어려움의 시기에 함께 걷기로 선언했습니다. 그 첫 만남 때부터 한쪽이 고통을 당했을 때 함께 아파하는 그런 관계로 출발했습니다.

야마모토 유지 목사님의 전전임 목사이신 스즈키 마사히사 목사님은 일본기독교단 전쟁 책임 고백을 발표하신 분입니다. 목사님은 30주년기념지 79페이지에 이렇게 쓰셨습니다. "이 교회는 목사가 없어도 잘 해나갈 수 있을 만한 교회가 되길 바란다. 처음에는 목사가 중심이 되어야겠지만, 점차 목사가 없어도 신도만으로 정말로 유지되는 교회로 만들어 보고 싶다." 번역은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하는데, 일본어는 “그렇게 되길 바란다”는 뜻입니다.

자매 교회인 여러분이 보시기에 니시카타마치교회는 어떻습니까? 목사 없이도 유지될 수 있는 교회인가요? 적어도 제일교회와의 관계에서는 그러지 않을까요? 물론 야마모토 유지 목사님과 야마모토 마사노부 목사님도 중요한 역할을 해 주셨습니다만 야마다 상이나 츠부라야 상처럼 자기 일을 그만두면서까지 한국으로 유학을 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사정도 있으셨을 테지만 어쨌든 제일교회와의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결단하실 수 있었습니다. 니시카타마치교회라는 몸의 한 지체로서, 그동안 함께 걸어온 서울제일교회라는 몸과의 관계를 더욱 깊어지도록 하기 위해, 한국어도 배우고, 한국 문화도 이해하기 위해 유학을 결정하셨습니다. 정말 대단하시죠. 하지만 꼭 유학을 해야만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 회보에서 읽으셨겠지만 지난 한일합동수양회에 참석하신 모리 케이코 상이 이렇게 소감을 남기셨습니다.

사실 저는 십수 년 전에 니시카타마치교회로 이적한 이후, 서울제일교회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으나 왠지 한국이라는 나라에 친밀감이 없어 양 교회 교우 관계에 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원해서 참여하게 된 일은 아니지만, 이것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기회라고 해석하고 뒤늦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줌 화면에 나오는 한국 분들은 밝으며 에너지가 넘치는 즐거운 분들이었습니다. "츠부라야 상! 야마다 상!"이라고 손을 흔들면서 이야기하는 미소는 그리움과 선의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런 즐거운 분들과 개인적으로 사귀게 된다면 얼마나 인생도 즐거워질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심코 컴퓨터 화면에 끌려, 화사한 웃음으로 격려를 받아 나도　모르게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양 교회의 오랜 우호적 관계의 역사는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저는 순식간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모리 상이 쓰신 감상문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모리 상은 10년 넘게 니시카타마치교회에 계셨지만 서울제일교회와의 교류에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왜? 왠지 한국이라는 나라에는 친밀감이 없었기 때문이죠. 즉 지난 십 수년뿐 아니라 니시카타마치교회에 오기 훨씬 전부터, 수 십년이나 한국이라는 나라에 친밀감을 느끼지 못했을 뿐더러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저런 편견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일본에서 살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니시카타마치교회와 서울제일교회의 지체들이 너무나도 반갑게 서로의 이름을 부르면서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을 보자 편견과 걱정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기적의 증언이 아닐까요? 기적은 여러분을 통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기적을 증언해 주신 모리 상 덕분에 제가 감동을 받아 힘을 얻었습니다. 한 지체가 영광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한다는 말이 이럴 때 나오는 게 아닐까요? 새로 온 사람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 생각할지도 모릅니다만, 새로 참여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모리 상은 큰일을 해주셨습니다. 그렇기에 교회 구성원으로 있었던 기간은 그다지 중요한 점이 아닙니다. 아니, 중요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그런 차이가 있어야만 이런 기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손이었거나 모두가 눈이었으면 이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차이가 있어야 한 몸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은 니시카타마치교회와의 관계 안에서만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서울제일교회 안에서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만 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 주셨기에 서울제일교회가 하나의 몸,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각자가 다르기에 한 몸을 유지하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또 한 지체가 고통을 당할 때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느끼고, 한 지체가 영광을 받을 때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하는 기적도 일어납니다.

사랑하는 서울제일교회의 여러분, 저는 이제 7년간의 서울제일교회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일본에 갑니다. 그동안 저를 서울제일교회라는 몸의 한 지체로 받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더이상 이 교회의 지체가 아니게 된다고 생각하면 어색합니다만 크게 보면 기독교 전체가 그리스도의 한 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만의 방식으로 그리스도의 몸의 한 지체로서 일본에서 일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각자 자신만이 할수 있는 방법으로 서울제일교회라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한 몸을 이루어가시길 기원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앞으로도 함께 아파하고 함께 기뻐할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