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침묵’

4주 하나님께서 나를 학자처럼 말할 수 있게 하셔서, 지친 사람을 말로 격려할 수 있게 하신다. 아침마다 나를 깨우쳐 주신다. 내 귀를 깨우치시어 학자처럼 알아듣게 하신다. 5주 하나님께서 내 귀를 열어 주셨으므로, 나는 주님께 거역하지도 않았고, 등을 돌리지도 않았다. 6나는 나를 때리는 자들에게 등을 맡겼고, 내 수염을 뽑는 자들에게 뺨을 맡겼다. 내게 침을 뱉고 나를 모욕하여도 내가 그것을 피하려고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7주 하나님께서 나를 도우시니, 그들이 나를 모욕하여도 마음 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각오하고 모든 어려움을 견디어 냈다. 내가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겠다는 것을 내가 아는 까닭은, 8나를 의롭다 하신 분이 가까이에 계시기 때문이다. 누가 감히 나와 다투겠는가! 함께 법정에 나서 보자. 나를 고소할 자가 누구냐? 나를 고발할 자가 있으면 하게 하여라. 9주 하나님께서 나를 도와주실 것이니, 그 누가 나에게 죄가 있다 하겠느냐?

(사 50:4-9a)

종려주일 및 고난주일

어느덧 사십일 간의 사순절 여정이 막바지에 이르러 2022년 사순절 마지막 주일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예수님이 당신 생애의 마지막 주간을 보내기 위해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날입니다. 그때 군중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예수님을 열렬히 환영했다고 해서, 오늘을 종려주일/ Palm Sunday라고 부릅니다. 또한, 오늘을 고난주일/Passion Sunday라고도 부르는데, 그 이유는 오늘부터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 죽음을 묵상하는 고난주간/Holy Week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오늘은 두 가지 이름으로 불리고, 두 가지 사건을 기념합니다. 하나는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입니다. 둘 중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가 없어, 예전/liturgy를 중요시하는 서구교회는 보통 전반부에는 ‘종려주일’에 초점을 맞추고, 후반부에는 ‘고난주일’에 초점을 맞추어 예배를 드립니다. 우리 교회는 예전을 ‘무시’하지는 않지만, 서구교회만큼 ‘중시’하지는 않아서, 어느 해에는 ‘종려주일’에 초점을 맞추고 또 어느 해에는 ‘고난주일’에 초점을 맞춰 예배를 드려왔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증언’을 그렇게 해 왔습니다.

우리 교회가 사용하는 ‘성서일과’(Revised Common Lectionary)는 오늘 종려주일 본문과 고난주일 본문 두 가지를 제시합니다. 저는 그중 주로 ‘종려주일’에 초점을 맞춰 증언했습니다. 이유는 첫째 한국교회가 종려주일 본문을 소홀히 다루기 때문이고, 둘째 고난주일 본문은 ‘성금요일’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서신서’를 본문으로 설교하기로 한 2019년부터는 그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성서일과’는 ‘종려주일’ 본문으로 ‘복음서’ 본문만 제시하지, ‘구약성서’와 ‘서신서’ 본문은 제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고난주일’ 구약성서 본문과 서신서 본문은 가해, 나해, 다해 구별 없이 3년 내내 똑같습니다. 올해는 구약 본문을 사용하기로 한 첫 번째 해입니다. 그래서 ‘고난주일’ 구약 본문인 이사야서 50장 4-9a절을 본문으로 증언합니다.

고난받는 종

여러분이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이번 사순절의 구약 본문 중 절반이 제2 이사야서에서 주어졌습니다. 그러니까 여섯 번 중 세 번이 제2 이사야서 본문입니다. 제2 이사야서는 ‘바빌론 유배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특별히 그 이전과 ‘하나님관’(觀), 즉 ‘신론’(神論, Theology)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2 이사야를 본문으로 한 3주 전 첫 번째 증언에서는 “나의 길과 나의 생각은…”이란 제목으로 ‘간섭하지 않는 신과 인간의 책임’에 대해서 증언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두 번째 증언에서는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라?”라는 제목으로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라!’는 하나님의 말씀은 실은 ‘하나님, 보십시오. 우리가 새 일을 행할 것입니다’라는 이스라엘의 자기 고백임을 증언했습니다. 또한, 하나님이 우리를 두고 ‘모험’하시니, 그런 하나님의 선택/사랑을 믿고 우리도 기꺼이 하나님과 함께 모험해야 함도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제2 이사야를 본문으로 한 세 번째 증언 시간입니다. 제목을 “하나님의 침묵”이라고 했습니다. 첫 시간과 둘째 시간의 주제를 포함한 것으로, 본회퍼 목사가 말한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라는 말을 우리 삶에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 사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오늘의 구약 본문 말씀인 이사야서 50장 4-9a절은 세 번째 ‘하나님의 종의 노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2 이사야에는 소위 ‘고난받는 종의 노래’로 잘 알려진 네 개의 본문이 등장합니다. 42장 1~4절, 49장 1~6절, 50장 4~7절 그리고 52장 13절~53장 12절이 그것입니다. 이것들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초대 그리스도인들이 이 ‘고난받는 종’의 모습에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보았고,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이 ‘고난받는 종’으로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침묵과 잔인한 달 4월

문제는 하나님의 종이—예수님이 이유 없이 고난을 받는데 하나님이 침묵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의 과정을 아무리 살펴봐도 하나님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려 죽어가면서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다니? /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막 15:34)라고 울부짖어도 하나님은 침묵했습니다. 만일 이 순간 하나님이 예수님과 동행했다면, 그 하나님은 고난과 수치를 당하는 사람의 동반자지, 기적을 일으키는 하나님은 아니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하! 성전을 허물고 사흘 만에 짓겠다던 사람아, 자기나 구원하여 십자가에서 내려오려무나!”(막 15:29-30)라고 조롱했을 때, 만일 하나님이 거기 계셨다면 그는 예수님과 함께 그 모욕을 온전히 다 감당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불의한 현실에 개입하지 않고 끝내 침묵합니다. 불행하게도 이런 하나님의 침묵은 우리 현대사에서 매우 익숙합니다. 1948년 제주 4.3사건 때 그랬고, 1960년 4·19 혁명 때 그랬고, 또 2014년 4.16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군경에 의해서 양민들이 집단으로 학살당할 때,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학생들이 총칼에 쓰러질 때, 304명의 생명이 바다에 수장될 때, 하나님은 간섭하거나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기적은 없었고, 침묵만 있었습니다. 특히 이 세 사건이 모두 4월에 일어났기에 우리는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의 장시 ‘황무지’의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첫 구절이 마치 우리 이야기 같이 들립니다.

엔도 슈사쿠의 『침묵』

일본 나가사키의 ‘소토메’라는 작은 마을에 소설 󰡔침묵󰡕의 저자 엔도 슈사쿠의 문학비가 서 있는데, 거기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답니다. “인간은 이리도 슬픈데, 주여, 바다는 너무나 푸릅니다.” 왠지 가슴이 저릿해 오지 않습니까!

제2 이사야를 본문으로 하는 제 증언이 신론(神論)을 다루고, 나아가 익숙한 하나님 상이 아니라 낯선 하나님 상을 다루기에 어렵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많은 분께 익숙한 엔도 슈사쿠의 󰡔침묵󰡕으로 어려운 이야기를 좀 쉽게 전달해 보고자 합니다. 이미 많은 분이 소설을 읽었거나 영화로 보았기에 내용을 아시겠지만,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제가 다시 소개합니다.

배경은 가톨릭 박해가 극심했던 17세기의 일본입니다. 포르투갈 예수회에서 일본 선교사로 파견했던 페레이라 신부가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배교(背敎)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그에게 가르침을 받은 세 명의 젊은 신부가 페레이라 신부를 찾아 일본으로 향합니다. 도중에 한 명은 병에 걸려 마카오에 남고, 로드리고와 가르페 두 신부는 다행히 가톨릭 신도 마을에 당도하여 은신처도 받고 미사도 집전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포교의 낌새를 눈치챈 관리들이 마을을 덮치고 마을 사람 세 명이 잡혀가서 그중 한 명은 성모마리아의 성화를 밟고 침을 뱉는 배교를 하고서 풀려납니다. 하지만 다른 두 명은 마을로 다시 끌려와 너무도 잔혹하게 처형당합니다. 그것은 거대한 십자가에 사람들을 매달고, 그 십자가를 바다에 세워놓는 처형 방식이었습니다. 거센 물살에 살이 쓸리고, 얼굴 위로 차오르는 밀물이 숨통을 막습니다. 그렇게 사흘이 지나고, 그들은 시체가 되어 땅 위에 놓입니다.

로드리고와 가르페 두 신부는 한 명이라도 살아남아서 선교를 이어가기 위해 서로 흩어져 다니기로 합니다. 저들은 도피 중에 지방 영주의 학정에 찌든 가련한 신도들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하나님의 냉담한 침묵에 낙담하면서 신앙에 대한 회의로 마음이 약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다 얼마 되지 않아 로드리고 신부는 관료들에게 잡혀 나가사키에 호송되어 옥에 갇히게 되는데, 얼마 후 헤어졌던 가르페 신부도 관리들에게 잡혀 오다가 함께 잡힌 신도들이 거적에 감겨 바닷물에 수장당하는 과정에서 함께 익사하게 됩니다. 로드리고 신부는 이 광경을 멀리서 목격합니다.

감옥에 갇힌 로드리고 신부는 하나님의 무서운 침묵에 몸서리치면서 다시금 회의에 빠집니다. “주님께서 고통 속에서 죽어가던 그들의 비명도 들으셨을까? 하나님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만약 하느님이 없다면 풍랑이 몰아치는 바다를 횡단하여 이 머나먼 불모의 땅에 한 알의 씨를 가져온 자신의 반생(半生)은 얼마나 우스꽝스럽단 말인가! 그건 정녕 희극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윽고 로드리고 신부는 이전에 여러 신부를 배교시킨 관리 이노우에로부터 심문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관리 이노우에는 그의 예상과 달리 부드럽게 심문하고, 로드리고는 뜻밖의 환대에 내심 놀랍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승이었던 배교한 페레이라 신부를 만나게 됩니다. 페레이라 신부는 로드리고 신부에게 배교하라고 설득합니다. “일본은 밑이 없는 늪지대다. 모든 묘목은 거기서 뿌리가 썩어 말라가는데, 그리스도교라는 묘목도 이 늪지대에서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말라갔다.”

얼마 후 로드리고 신부는 결국 배교의 실체와 만나게 됩니다. 감방에 갇힌 채 아무 고문도 받지 않고 며칠을 지내던 어느 날, 밤이 되자 바로 밖에서 누군가 심하게 코를 고는 것 같은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런데 이 소리는 코를 고는 소리가 아니라, ‘구멍 매달기’ 고문을 당하는 일본 신도들의 신음이었습니다. ‘구멍 매달기’는 악취 나는 구덩이에 거꾸로 매달아 놓고 코에 물을 붓는 고문이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고문당하는 불쌍한 신도들은 이미 배교하고 성화를 밟은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신부가 배교하지 않으므로 계속 고문을 당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로드리고 신부는 진실을 알고 나서 큰 충격을 받습니다.

이때 페레이라 신부가 찾아와서 자기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그 또한 바로 그 감방에 갇혀서 신도들의 고문당하는 신음을 들었는데, 자신이 배교한다면 신도들을 살려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결국 굴복했다는 것입니다. “신음하는 저들에게 하나님의 침묵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저들에게 고통을 줄 권리가 그대에게 있는가? 그 고통은 신이 아니라 자네만이 끝낼 수 있네. 그리스도일지라도 사랑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죽어가는 신도들을 위해 배교했을 것일세”라고 페레이라 신부는 말합니다.

로드리고 신부는 고뇌합니다.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계속되는 하나님의 침묵에 다시금 절망합니다. 배교란 약속받은 하나님 나라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바다에서 처참하게 처형된 주민들과 지금 바로 옆에서 ‘구멍 매달기’ 고문을 당하는 저들에게는 죄가 없습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의 뜻은 종교에 대한 신념을 철저히 지켜나가는 것인가? 아니면 타인을 위해 그 신념마저 포기할 수 있는 용기인가?” 결국, 그는 많은 사람에게 밟혀 거의 닳아 오그라진 예수 그리스도의 성화를 밟습니다. 우묵하게 들어간 주님의 얼굴은 괴로운 듯이 신부를 바라보고 호소합니다. “밟아도 좋다. 밟아도 좋다. 너희에게 밟히기 위해 나는 존재한다. 밟는 너의 발이 아플 것이니 그 아픔만으로 충분하다.”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

이상 소설 󰡔침묵󰡕의 내용을 말씀드렸습니다. 신의 침묵에 절망하면서 배교하는 로드리고 신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신앙적 가치는 무엇이었을까요? 로드리고 신부는 “그리스도일지라도 ‘사랑’ 때문에 자기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죽어가는 신도들을 위해 배교했을 것이다”라는 페레이라 신부의 말을 듣고, 자기 때문에 아무런 죄도 없이 고통을 받으며 죽어가는 신도들을 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배교를 결심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침묵’은 “하나님 없이”라는 우리의 ‘실존’을 이야기합니다. 하나님의 ‘존재’는 하나님의 ‘부재’로 드러납니다. 하나님의 부재는 간섭하지 않고 개입하지 않는 하나님의 행태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현실은 하나님의 ‘침묵’입니다. ‘무응답’입니다. 이런 하나님 없는 현실 속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비록 하나님은 침묵해도, 우린 꿋꿋하게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지켜야 할까요? 죽어도 배교하지 말아야 할까요? 본회퍼 목사님은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를 주장했습니다. 이 말은 “비록 우리 현실에 하나님은 부재해도, 침묵해도, 우린 하나님이 바로 우리 앞에 계신 것처럼 신앙하고 행동하라!”는 뜻으로 한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본회퍼 목사님이 뭘 했습니까? 히틀러 암살 조직에 가담해서 활동하다가 체포되어 순교했습니다. 어떻게 비폭력 저항에 앞장서야 할 기독교의 목사가 암살이라는 폭력적 저항에 가담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 목사가 감히 살인에 가담할 수 있습니까? 십계명의 제6계명은 “살인하지 말라”고 분명히 명령했는데 말입니다. 이것은 배교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배교라고 하면 배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본회퍼 목사님은 왜 배교를 했습니까? 그는 말합니다. “어떤 미친 운전자가 광장에서 버스를 몰면서 사람들을 마구 치어죽이고 있다면, 목사인 나는 죽은 사람들의 장례나 집전해야 옳은가? 아니다. 버스에 올라 미친 자를 운전대에서 끌어 내려야 한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신앙인의 태도입니다. 우리의 판단과 행동의 근거는 ‘교리’가 아닙니다. ‘신앙’도 아닙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을 원칙과 기준 삼아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왜? 하나님은 사랑이시고, 그 하나님이 부재한 세상에서 바로 우리가 하나님을 대신해서 하나님의 사랑을 세상에 펼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본회퍼 목사가 말한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도 결국은 ‘사랑의 귀결’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을 사랑했기에, 아무것도 아닌 자들을 가엾게 여기고 측은히 여겼기에 불의를 보고 가만히 있지 못하고 저항했고, 저항했기에 기득권자들에게 잡혀서 처형당한 사건이 십자가 사건입니다. 십자가는 결코 대속, 대신 속죄가 아닙니다. 사랑의 귀결입니다. 우리는 이번 고난주간에 이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말’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다 담아낼 수가 없기에 한 마디를 덧붙이고자 합니다. 크로산이 최근 쓴 책 어디에서나 늘 결론으로 하는 말입니다.

사랑과 정의는 동전의 양면처럼 구분될 수는 있어도 분리되지는 못한다. 정의 없는 사랑과 사랑 없는 정의는 둘 다 성립이 불가하다.

정의는 사랑의 육신이며, 사랑은 정의의 혼이다.

정의 없는 사랑은 진부하고, 사랑 없는 정의는 잔인하다.

결론적으로 정의는 사랑이고, 사랑은 정의다.

이것이 우리가 지상에서 알고 있는 전부이고,

우리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전부이다.

아무쪼록 하나님이 침묵하는 세상 속에서, 사랑과 정의로 하나님의 목소리를 크게 내는 우리 모두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