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2이른 아침에 예수께서 다시 성전에 가시니, 많은 백성이 그에게로 모여들었다. 예수께서 앉아서 그들을 가르치실 때에 3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이 간음을 하다가 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가운데 세워 놓고, 4예수께 말하였다. “선생님, 이 여자가 간음을 하다가, 현장에서 잡혔습니다. 5모세는 율법에, 이런 여자들을 돌로 쳐 죽이라고 우리에게 명령하였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6그들이 이렇게 말한 것은, 예수를 시험하여 고발할 구실을 찾으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몸을 굽혀서,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를 쓰셨다. 7그들이 다그쳐 물으니, 예수께서 몸을 일으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가운데서 죄가 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8그리고는 다시 몸을 굽혀서, 땅에 무엇인가를 쓰셨다. 9이 말씀을 들은 사람들은, 나이가 많은 이로부터 시작하여, 하나하나 떠나가고, 마침내 예수만 남았다. 그 여자는 그대로 서 있었다. 10예수께서 몸을 일으키시고,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여자여, 사람들은 어디에 있느냐? 너를 정죄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느냐?” 11여자가 대답하였다. “주님, 한 사람도 없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 가서, 이제부터 다시는 죄를 짓지 말아라.” (요 8:2-11)

당신, 참 애썼다.

올해 2023년은 새해 첫날인 1월 1일이 주일이고, 또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도 주일인 좀 특별한 해였습니다. 그래서 1월 1일 주일에 ‘성탄 후 첫째 주일’ 메시지가 아니라 ‘신년’ 메시지를 선포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역시 ‘성탄 후 첫째 주일’ 메시지가 아니라 ‘송년’ 메시지를 선포하는 것이 맡겠다 싶었습니다. 그 이유는 날짜가 주는 무게감 때문이기도 하고, 또 작년과 올해 송구영신예배를 드리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래서 본문도 ‘성서일과’를 따르지 않고, 제가 임의로 골랐습니다.

매년 연말이면 교수신문에서 그해의 사자성어를 택해서 발표합니다. 작년에 전국 대학교수 설문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사자성어는 “잘못하고도 고치지를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였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견리망의(見利忘義)’가 선정되었습니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라는 뜻입니다. 견리망의. 뭘 지적하고자 하는지는 잘 알겠는데, 작년 사자성어에 비해 올해 사자성어는 마음에 차지 않습니다. 발등이 가려운데 구두 위를 긁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왜 교수님들은 이리 어려운 한자만 고집하는지, 차라리 첩첩산중(疊疊山中)이나 점입가경(漸入佳境), 또는 설상가상(雪上加霜)이 우리 현실을 더 속 시원하게 표현한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힘들었던 올 한해 사느라, 아니 살아내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애쓰셨습니다. 욕보셨습니다. 그런 여러분 모두에게 정희재 작가의 책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에서 찾은 ‘위로의 말’로 응원을 해 드리고 싶습니다.

나는 이제 안다.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야 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에 지쳐, 당신에게 눈물 차오르는 밤이 있음을.

나는 또 감히 안다. 당신이 무엇을 꿈꾸었고, 무엇을 잃어 왔는지를.

당신의 흔들리는 그림자에 내 그림자가 겹쳐졌기에 절로 헤아려졌다.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어갔지만 끝내 가 버리던 버스처럼 늘 한 발짝 차이로 우리를 비껴가던 희망들.

그래도 다시 그 희망을 좇으며 우리 그렇게 살았다.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

다시 시작하기

좀 위로가 되셨는지요? 송년주일 메시지를 고민하다가 오늘은 위로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아니 위로를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 각자는 올해를 사느라, 살아내느라 참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몸도 마음이 지쳤습니다. 그래서 위로가 필요합니다. 위로를 받아야 새해를 다시 시작할 힘이 생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증언 제목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로 정했습니다. 이 제목은 오래전에 읽은 故 장영희 교수의 유고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에 실려있는 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그 글의 제목은 “다시 시작하기”인데, 1980년대 중반에 장 교수가 미국 뉴욕주의 주도(州都) 올버니(Albany)에 있는 뉴욕주립대학교에서 겪은 체험담을 전하고 있습니다.

당시 장 교수는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는데, 유학 생활 6년 만에 학위 논문을 ‘거의’ 마무리 짓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심사만 남겨둔 상태에서 LA에 있는 언니 집을 방문하여 그곳에서 논문을 마지막으로 수정한 후 학교로 돌아와서 논문 심사를 받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모든 짐을 정리하고, 논문도 최종본만 남기고 초고 및 논문 참고 자료들을 다 버렸습니다.

그런데 여행 도중에 도둑이 차 트렁크를 열고 장 교수의 짐 꾸러미를 몽땅 훔쳐서 달아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짐 꾸러미 속에는 2년 동안 온갖 정성을 기울여서 쓴 학위 논문 최종본도 들어 있었습니다. 당시인 1980년대 중반에는 컴퓨터 워드프로세서가 대중화되기 전이라서 모든 작업을 전동타자기로 하던 때였습니다. 그러니 요즘처럼 다른 곳에 저장했다가 다시 프린트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습니다. 2년 동안 힘들게 작성한 그 복잡한 내용의 박사학위 논문을 순전히 기억을 되살려 다시 복원해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얼마나 충격이 컸던지 장영희 교수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학교로 돌아온 후, 말 그대로 식음을 전폐하고 닷새를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거울을 보니, 거울 안에는 헝클어진 머리에 창백한 얼굴의 ‘유령’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거울 속 유령에게 장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되잖아.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기껏해야 논문인데 뭐. 그래, 살아 있잖아!

정확하게 1년 후에 장영희 교수는 논문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기”라는 글 후반부에 이렇게 썼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끝낸 내 논문은 이제 반짝거리는 젊은 학자들의 논문에 비하면 내놓을 만한 것이 못 될지 모르지만, 맨 첫 페이지만큼은 누가 뭐래도 자랑스럽다. 헌사에서 나는 ‘내게 생명을 주신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께 이 논문을 바칩니다. 그리고 내 논문 원고를 훔쳐 가서 내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다시 시작하는 법을 가르쳐 준 도둑에게도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그리고 장 교수는 다음과 같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누군가 지금 불합격과 실패의 좌절을 안고 다시 시작하면서 슬퍼하는 사람이 있다면, 도둑에게 헌정한 내 논문을 보여 주면서 ‘인생이 짧다지만 다시 시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1년은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습니다’라고 말해 주고 싶다.

오해(誤解)

그렇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것은 실패나 낙오가 아닙니다. 오히려 인생의 참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하고 가치 있는 시간이자 기회입니다. 좌절을 안고 다시 시작해 본 사람은 살면서 그런 일이 또 닥쳐도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해보았기 때문입니다.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제의 실패는 단순히 실패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은총의 시간입니다. ‘위기’(危機)는 ‘위험’(危險)과 ‘기회’(機會) 둘 다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둘 중에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잡을 수도 있고, 반대로 위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요? 예전에 읽었던 짧은 글을 소개합니다.

하나님이 나를 너무 사랑하심으로

나를 더욱더 주님의 형상과 닮게 하시기 위해

나의 모난 부분을 깎으실 때….

하나님은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시지만

나는 그것을 ‘고난’이라고 부릅니다.

하나님이 나를 너무 사랑하심으로

나를 아버지의 나라에 인도하시기 위해

낮은 마음과 넓은 마음을 갖게 하시려고

좁은 길로 인도하시는 것….

하나님은 그것을 ‘은혜’라 부르시지만

나는 그것을 ‘연단’이라고 부릅니다.

사탄이 나와 하나님의 관계를 질투하여

나를 하나님에게서 멀어지게 하려고

나에게 물질의 부함과 세상의 즐거움을

풍족하게 불어 넣어 주었을 때….

하나님은 그것을 ‘유혹’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그것을 ‘축복’이라고 부릅니다.

이 글의 제목은 ‘오해’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매사를 이렇게 오해하며 삽니다. 하나님의 사랑 표현을 고난으로 여기고, 하나님의 은혜를 연단이라고 부르고, 반대로 유혹을 축복으로 착각하고 오해합니다. 이 오해를 직시하면, 우리는 비로소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내 눈이 아니라 하나님의 눈으로 우리 인생을 보면 고난이 사랑으로, 연단이 은혜로 제대로 보이고, 그럴 때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오늘의 본문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혀 온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그 줄거리는 잘 아실 것이기에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본문으로 택한 이유는 마지막 예수님 말씀 때문입니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 가서, 이제부터 다시는 죄를 짓지 말아라.”

여러분은 이 말씀이 어떻게 들립니까? 저에게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 안에서는 다시 시작 못할 실패한 인생은 없습니다. 이 진리를 믿는 것이 바로 기독교 신앙입니다. 오늘 본문은 ‘간음죄’를 소제로 택했고, 율법에 따르면 그것은 ‘투석형’에 처해야 하는 ‘중범죄’입니다(신 22:22-24 참조). 하지만 그것마저도 하나님께 용서받고 새 출발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작은 실수나 잘못, 실패 따위야 다시 시작하는데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기독교의 하나님은 ‘지우개’ 같은 분입니다. 우리의 실수, 잘못, 허물, 실패는 물론 심지어는 ‘죄’까지도 깨끗이 지우시는 분입니다. ‘속죄’란 말은 우리가 죄를 지었다는 사실 자체를 하나님의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것을 뜻합니다. 세상에서 죄를 지으면 호적에 빨간줄이 간다고 표현합니다. 그 죄에 대해 벌을 다 받아도 호적에 빨간줄은 남습니다. 아마 사면·복권을 받아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혹시 지워질지라도 언론 기록이나 사람들의 기억에는 남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속죄는 호적에서 빨간줄을 지울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기억에서조차 지우는 것입니다. 그러니 하나님 안에서 다시 시작 못 할 인생이 어디에 있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기독교는 ‘다시’의 종교입니다. 기독교는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가르치는 종교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믿는 하나님 안에서는 언제나 ‘다시’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매일 태양이 다시 떠오르듯, 우리의 삶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시’를 용납해 주시고, ‘다시’ 시작하려고 애쓰는 사람을 인자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시는 하나님 안에서 말입니다.

누구나, 언제나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잘난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못난 사람일지라도 다시 시작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하지만 그 ‘다시’가 저절로 ‘기회’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시’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과거와 단절해야 합니다. 과거와 단절하지 않고는 다시 시작할 수 없습니다. 아니 다시 시작해도 똑같은 실수나 잘못, 실패와 죄를 반복할 뿐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합니다. 낡은 부대에 담으면 둘 다 못 쓰게 되는 법입니다.

과거와의 단절이 이루어져야 우린 진정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과거와의 철저한 단절, 그리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우린 이 둘을 합쳐서 ‘회개’라고 부릅니다. 과거의 잘못을 깨닫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다시’가 없으면, 다시 시작하는 ‘용기’가 없으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회개가 아닙니다. 후회만으로는 안 됩니다. 눈물, 콧물 흘리는 것만으로도 부족합니다. 눈물, 콧물 다 닦아내고 새로 시작하기 위해서 결연히 일어설 때까지 회개는 미완성이라는 말씀입니다.

명심하십시오. 어제 내가 살았던 방식이 오늘 내 삶을 결정합니다. 하지만 내일의 삶은 바로 오늘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렸습니다. 매일 매일이 새로운 기회입니다. 오늘은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 기회이자, 내가 원한 것대로의 삶을 가질 수 있는 기회입니다.

개과천선(改過遷善)했습니까?

작년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였다고 했습니다. “잘못하고도 고치지를 않는다”는 뜻입니다. 살면서 누구나 실수하고, 잘못도 합니다. 실수나 잘못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실수나 잘못을 하고도 이를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는 것입니다. 인정 안 하고 사과 안 하니, 당연히 고치지도 않습니다. 고치지 않으니 개선이 없고, 개선이 없으니 진보하지 않고 ‘퇴보’합니다. 이렇게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기를 계속하면 결국은 망(亡)하고 맙니다.

그래서 제가 올해 1월 1일에 신년 메시지를 선포하면서 제목을 ‘개과천선(改過遷善)’이라고 했습니다. “과(過)를 개(改)해서—잘못(過)을 고쳐서(改), 선(善)으로 천(遷)한다—좋은(善) 쪽으로 옮겨간다(遷)”라는 뜻의 ‘개과천선’은 “잘못하고도 고치지를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와 정반대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개과천선은 “지금까지 살던 대로 살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왜? 지금까지 살던 대로 (그냥) 살면 세상과 나라와 교회가 어떤 꼴이 될지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2023년에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었습니다. (1) 기후위기 비상행동, (2) 40년 묵은 비정상적인 교회의 정상화, (3) 검찰독재 청산을 위한 행동. 어느덧 365일이 훌쩍 지나고 되돌아보니 많은 진전이 있었습니다. 제로웨이스트샵 〈나아지구〉 개점과 기후위기시계 설치를 통해 우리 교회는 명실상부한 ‘기후위기 비상행동’의 대표교회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후쿠시마 핵 폐수 해양투기 반대 한국교회 연대’를 결성하고 여러 활동에도 앞장섰습니다. 아직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40년 묵은 교회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일에도 큰 진전이 있었습니다. 또 주말마다 계속된 촛불행동에도 교회 깃발을 들고 꾸준히 참석하고 있습니다. 집회에 직접 참석하지 못해도, 어떤 분은 참석자의 식비를 후원하는 것으로, 또 다른 분은 기도하고 관심하고 격려하는 것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여러분 모두 참으로 애쓰셨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도 계속 수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대들과 한 해를 여네

1월 1일 신년주일에 감사찬송으로 독일의 순교자 본회퍼 목사의 시에 곡을 붙인 ‘선한 능력으로’란 찬송을 불렀습니다. 12월 31일 송년주일인 오늘도 같은 감사찬송을 부릅니다. 많은 교회에서 송구영신예배 때 이 찬송가를 부르는 이유는 1절 가사 때문입니다.

그 선한 힘에 고요히 감싸여

그 놀라운 평화를 누리며

나 그대들과 함께 걸아가네

나 그대들과 한 해를 여네

본회퍼 목사는 히틀러가 ‘거짓 주’로 등장하면서 독일 국민을 폭력과 광기로 몰아대는 현실을 묵과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자기 시대를 참 주님이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식별하고 고백해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의를 위하여 싸우다가 결국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감옥에서 “선한 힘에 고요히 감싸여 놀라운 평화를 누리고 있다”고 노래합니다. 그를 낙심치 않도록 지켜준 것은 하나님에 대한 깊은 신뢰와 사랑하는 이들의 존재였습니다. 새해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도 그에게 희망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신앙동지들과 함께 새해를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는 기뻐했습니다.

2023년을 떠나보내고, 2024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심정도 이와 비슷합니다. 혼자서는 갈대처럼 흔들리지만, 함께라면 바위처럼 굳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힘이 되어 주기 때문입니다. 이제 속죄의 하나님이 함께 계시고, 신앙 동지들이 곁에 있으니 힘을 내서 다시 새해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올해처럼 내년에도 큰 진보를 이루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