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켜라!

8안식일을 기억하여 그날을 거룩하게 지켜라. 9너희는 엿새 동안 모든 일을 힘써 하여라. 10그러나 이렛날은 주 너희 하나님의 안식일이니, 너희는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 너희나, 너희의 아들이나 딸이나, 너희의 남종이나 여종만이 아니라, 너희 집짐승이나, 너희의 집에 머무르는 나그네라도, 일을 해서는 안 된다. 11내가 엿새 동안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들고 이렛날에는 쉬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 주가 안식일을 복 주고, 그날을 거룩하게 하였다.(출 20:8-11)

안식일 계명

사순절 둘째 주일인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말씀은 출애굽기 20장 8절로 11절 말씀입니다. 원래 이 말씀은 ‘성서일과’가 이번 주일이 아니라 다음 주일 구약 본문으로 제시한 것인데, 다음 주일은 ‘탈핵주일’로 지키고 그에 따른 본문으로 증언해야 하기에, 제가 한주 앞서 오늘 본문으로 택했습니다. 그 이유는 ‘탄소 금식’이라는 이번 사순절 주제에 이 본문이 더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원래 ‘성서일과’가 제시한 본문은 출애굽기 20장 1절에서 17절까지로 ‘십계명’ 전체였습니다. 그 가운데 제4계명인 ‘안식일’ 계명만 본문으로 택했습니다. 열 개 계명을 모두 다룰 수도 없고, ‘안식일 계명’이 ‘탄소 금식’과 깊이 관련 있기도 하고, 또한 제4계명은 1~3계명과 5~10계명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잘 아시듯이 1~3계명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계명들입니다. ⑴ 내 앞에서 다른 신들을 섬기지 못한다. ⑵ 모양을 본떠서 우상을 만들지 못한다. ⑶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 그리고 5~10계명은 인간관계에서 지켜야 할 계명들입니다. ⑸ 너희 부모를 공경하여라. ⑹ 살인하지 못한다. ⑺ 간음하지 못한다. ⑻ 도둑질하지 못한다. ⑼ 이웃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을 하지 못한다. ⑽ 이웃의 소유는 어떤 것도 탐내지 못한다.

제4계명은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켜라”입니다. ‘기억하라’는 말은 ‘앞서 나온 세 계명’과 ‘쉬시는 하나님’을 뒤돌아보게 합니다. 아울러 ‘안식일을 지키라’는 말은 이웃과 관련된 ‘나머지 여섯 계명’을 미리 내다보게 합니다. 이 계명들은 이웃과 함께하는 쉼을 제시합니다. 따라서 안식일을 이야기하는 제4계명은 십계명 전체를 이어주는 중요한 ‘다리’역할을 합니다.

천지창조 기간은 엿새인가 이레인가?

그렇다면 왜 안식일을 기억하고 거룩하게 지켜야 할까요? 본문 11절은 그 이유를 “내가 엿새 동안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들고 이렛날에는 쉬었기 때문이다”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출애굽기 십계명’은 ‘천지창조’를 ‘안식일’의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본문에 앞서 천지창조 이야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창세기 1장 1절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고 선언하고, 이어지는 2절부터 31절까지는 창조주 하나님이 엿새간 펼친 천지창조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2장 1절 이하는 이렇게 증언합니다.

1하나님은 하늘과 땅과 그 가운데 있는 모든 것을 다 이루셨다. 2하나님은 하시던 일을 엿샛날까지 다 마치시고, 이렛날에는 하시던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쉬셨다. 3이렛날에 하나님이 창조하시던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쉬셨으므로, 하나님은 그 날을 복되게 하시고 거룩하게 하셨다. (창 2:1-3)

󰡔새번역󰡕에 따르면 하나님은 엿샛날까지 창조를 다 마치시고 이렛날에는 쉬셨습니다. 그런데 󰡔개역개정󰡕과 󰡔가톨릭 새번역󰡕은 창세기 2장 2절 번역이 󰡔새번역󰡕과 다릅니다.

2하나님이 그가 하시던 일을 일곱째 날에 마치시니 그가 하시던 모든 일을 그치고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니라 (개역개정)

2하느님께서는 하시던 일을 이렛날에 다 이루셨다. 그분께서는 하시던 일을 모두 마치시고 이렛날에 쉬셨다. (가톨릭 새번역)

여기서는 하나님이 엿샛날이 아니라 이렛날에 창조를 마치셨습니다. 이 하루 차이로 ‘안식일의 의미’가 크게 달라집니다. 󰡔새번역󰡕은 창조를 6일간 했고, 7일째는 쉬었습니다. 6일간 일했기에, 7일째 쉰 것입니다. 여기서 안식일은 일종의 ‘부록’입니다. 이와 달리 󰡔개역개정󰡕과 󰡔가톨릭 새번역󰡕은 하나님이 7일간 일했고, ‘쉼’도 하나님의 일입니다. 그러니까 안식일은 창조의 ‘별책 부록’이 아니라 ‘창조의 클라이맥스’입니다.

󰡔새번역󰡕과 󰡔개역개정󰡕의 차이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그것은 원문의 차이에서 왔습니다. 󰡔새번역󰡕은 ｢칠십인역｣—｢그리스어 성경｣을 따랐고 󰡔개역개정󰡕은 ｢히브리어 성경｣을 따랐습니다. 저는 이 경우 󰡔개역개정󰡕과 󰡔가톨릭 새번역󰡕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본 영어 성경 대부분도 6일이 아니라 7일로 되어 있고, 또 창조 이야기 자체를 분석해 보아도 그렇게 보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창조의 면류관은 (인간이 아니라) 안식일이다

창세기 1장을 보면 창조의 단계마다 같은 표현들이 일관되게 반복됩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생겨라... 그대로 되었다... 하나님이 보시니 참 좋았다. 이렇게 밤, 낮 하루가 지났다”가 바로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하나님이 말씀하셨다”입니다. 그때마다 무언가가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음의 ｢표｣를 보십시오. 이 말이 6번이 아니라 8번 나옵니다. 창세기 1장의 저자는 하나님이 창조한 여덟 개의 큰 작품들을 8일 동안이 아니라, 6일 동안 만든 것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그 ‘목적과 의도’는 분명합니다. 모든 창조의 클라이맥스/면류관을 이렛날인 안식일로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것은 심하게 말해서 심지어, 하나님조차도 창조에서 안식일을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안식일은 창조의 ‘별책 부록’이 아니라 창조의 ‘클라이맥스’요 ‘하이라이트’입니다. 창조의 ‘목표’입니다. 하나님은 6일간 일했기에 7일째 쉰 것이 아니라, 7일째 쉬기 위해서 6일간 일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식일에는 하나님을 포함하여 모두가 예외 없이 쉬었습니다.

메누하(menuchah)

이와 같은 이유로 저는 창세기 2장 2절을 󰡔새번역󰡕이 아니라 󰡔개역개정󰡕의 번역을 따릅니다. 다시 창세기 2장 2절을 보겠습니다.

2하나님이 그가 하시던 일을 일곱째 날에 마치시니 그가 하시던 모든 일을 그치고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니라

이 말씀을 보면 하나님은 “하시던 일을 일곱째 날에 마치셨습니다.” 그 말은 일곱째 날에도 무언가를 창조하셨다는 뜻입니다. 20세기에 가장 유명한 유대교 신학자요 랍비인 ‘아브라함 요수아 헤셀’(Abraham Joshua Heschel)은 그의 책 󰡔안식󰡕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고대의 랍비들은 일곱째 날에 또 하나의 창조 행위가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엿새 동안 천지가 창조되었듯이, 일곱째 날에 ‘메누하'(menuchah)가 창조되었다. …보통 “휴식”으로 풀이되는 메뉴하에는 노동과 수고를 그만두는 것 이상의 의미, 힘든 일과 피로와 여하한 종류의 활동에서 벗어나는 것 이상의 의미가 들어 있다. …성서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에게 메누하는 행복, 고요, 평화, 조화 같은 것이다. …그것은 투쟁이나 싸움이나 두려움이나 불신이 없는 상태이다. …“주님은 나의 목자시니, 내게 아쉬움 없어라.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the waters of menuchah)로 인도하신다.” (73-74쪽)

그렇다면 ‘메누하’는 단순히 일을 멈추는 것이 아닙니다.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활동을 뜻합니다. 엿새 동안 구체적으로 무엇을 발생하게 했던 하나님의 노동과 이렛날에 안식 가운데 거하며 지속하시는 하나님의 활동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창조는 엿새에 끝난 것이 아니라 이레에 완성되었고, 이렛날에 지어진 ‘메누하’가 모든 창조의 꽃이요 정점입니다. 엿새 동안 노력하고 수고한 이유는 결국 ‘메누하’ 즉 ‘온전한 행복’에 이르기 위함이요, ‘메누하’에 이르면 모든 일을 멈추고 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활동을 하기에 이릅니다.

철학자요 신학자인 김용규는 이런 맥락에서 그의 책 󰡔데칼로그󰡕에서 ‘안식일의 존재론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갈파합니다.

안식일은 우리의 관심이 무엇-됨에서 벗어난 상태를 의미한다. 오로지 자신의 ‘있음(存在)’에 관심을 갖고, 자신과 다른 모든 존재물들의 ‘있음’에 대해 놀라워하고 기뻐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안식의 존재론적 의미이다. 이때만이 인간은 자신의 무엇-됨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걱정, 근심 그리고 불안에서 벗어나 진정한 평안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137쪽)

안식일(sabbath)

그런데 우리 가운데 ‘진정한 평안을 맛보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하나님은 이렛날에 창조한 ‘메누하’를 당신 혼자가 아니라 피조물 전체와 함께 누리기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십계명의 네 번째 계명으로 ‘안식일 성수’를 명하신 것입니다.

안식일 계명은 유대인들이 인류에게 전해 준 가장 귀한 선물입니다. 유대인이나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온 세계 사람들은 일주일 중에 하루를 쉽니다. 안식일이 보편화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출애굽기 31장 17절은 안식일을 거룩히 지켜야 하는 이유를 흥미롭게 제시합니다. “나 주가 엿새 동안 하늘과 땅을 만들고 이렛날에는 쉬면서 숨을 돌렸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숨을 돌리다’(naphash)라는 동사입니다. 이 말을 의역하면 ‘영혼을 되찾았다’입니다. 하나님이 쉼을 통해 영혼을 되찾았다는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당혹스럽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은유적으로 받아들이면 상당히 강력한 메시지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그러하신데 인간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쉴 줄 모르는 사람은 자기 영혼을 상실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영혼을 상실했다는 말은 인간의 도리가 무엇인지 망각하고 산다는 말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안식일을 지키라는 말은 인간의 도리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그에 따라 살라는 말입니다.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소유와 누림’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지 말고, 어떤 존재로 살 것인지를 생각하며 살라는 말입니다.

어느 랍비는 안식일을 가리켜 ‘모든 인간의 왕 됨에 대한 기억을 회복하는 날’이라고 했습니다. 세상에서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해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효율성과 속도를 중시하는 세상에서 뒤처진 사람들은 스스로 별것 아닌 존재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그저 온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몸을 받아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사실 그 자체가 소명입니다. 우리는 누구에 의해서도 대체될 수 없는 고유하고 독자적인 존재입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가 필요하십니다. 함부로 살 수 없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메시지를 잃어버린 메신저”가 되어 살고 있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 온 까닭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안식일’은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돌아보면서,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소명을 이루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는 날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안식일’은 ‘나’의 왕 됨을 기억하는 날인 동시에, ‘다른’ 이들의 왕 됨도 기억하는 날입니다. 내 마음에는 차지 않아도 우리가 만나는 이들은 모두 하나님의 형상입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이 사실 하나를 마음으로 깨닫기 위한 기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안식일은 세상에 사는 동안 우리의 마음에 각인된 온갖 편당심, 차별 의식을 지우는 날이어야 합니다. 빈부, 학력, 피부색, 인종, 종교, 문화, 성적 지향의 차이가 차별의 빌미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안식일을 지킨다는 것은 우리 속에 깃든 그런 마음을 하나님 앞에 내려놓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안식일은 저항이다

그런 뜻에서 ‘안식일은 저항입니다’. 이 말은 제 말이 아니고, 저명한 구약성서 학자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의 책 제목입니다. 물론 브루그만은 그 책에서 안식일이 우리의 잘못된 생각이나 마음에 대한 저항이라고만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잘못된 생각이나 마음이 낳은 이데올로기와 시스템에 대한 저항의 행위라고 말합니다.

시장 이데올로기는 여러 필요와 욕구 생성에 의존하는데, 이러한 필요와 욕구는 우리를 끝없이 쉬지 못하게 하고 충족을 느끼지 못하게 하며 만족을 모르게 하여, 욕구를 채워 줄 만한 것을 끝없이 추구하게 만든다. 이 욕구 …때문에 우리는 하루 24시간—일주일 내내 많은 일을 하는 사회를 이루어 무언가를 얻고, 행하고, 소유하려 한다. …이러한 상품 소비 시스템은 우리가 더 많이 원하고,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많이 사용하고, 더 많이 먹고 마시기를 요구한다. 이런 …극심한 경쟁은 쉼 없이 이어지며, 그 때문에 결국은 종종 제어가 불가능한 …불안을 낳을 수밖에 없다. (13-14쪽)

브루그만은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저항인 이유는 이날이 상품 생산과 소비가 우리 삶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강조해 주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안식일이 우리를 지킨다

어쩌다 보니 오늘 증언은 여러 신학자의 책 소개가 됐습니다. 끝으로 한 분 더 소개하고자 합니다. 영성신학자 마르바 던이 쓴 󰡔안식󰡕입니다.

안식일의 그침은 단지 일 자체에 대한 그침만이 아니라 성취와 생산의 필요에 대한 그침,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성공의 기준으로 인한 염려와 긴장에 대한 그침, 마치 우리가 하나님인 양 자신의 삶을 통제하려는 노력에 대한 그침, 소유욕과 문화에 대한 그침, 마지막으로 하나님을 삶의 중심에 두지 않고 살아갈 때 생겨나는 단조로움과 무의미에 대한 그침이다.(20쪽)

분석심리학자 칼 융(Carl Jung)은 “분주함은 악에 속한 것이 아니라 악 자체다”라고 했습니다. 그가 그렇게 말한 것은 바쁘게 쫓기며 살아가는 삶은 영원을 잊고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기 때문입니다.

탈무드는 “이스라엘이 안식일을 지킨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이스라엘을 지켰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안식일을 지키는 게 아닙니다. 안식일이 우리를 지켜줍니다!’ 왜? 안식일은 우리를 멈추게 하기 때문입니다. 안식일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에게 일의 중단, 생산의 중단, 소비의 중단, 광고에 현혹됨의 중단, 탐욕의 중단을 요구합니다. 소를 부리려면 ‘이랴’뿐 아니라 ‘워’도 가르쳐야 합니다. 자동차를 운행하려면 ‘엑셀레이터’뿐 아니라 반드시 ‘브레이크’도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고를 막고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브레이크가 없으면, 인간은 신이 되고자 폭주합니다.

우리는 멈출 뿐만 아니라 쉬어야 합니다. 쉬어야 비로소 주변이 보입니다. 이웃과 창조 세계가 보입니다. 그들의 고통과 눈물이 보이고, 신음과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과 같이 울고 웃으면서 더불어 생명과 평화와 정의와 사랑을 누리는 것이 바로 ‘메누하’입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는 산업혁명 이후 성장 이데올로기라는 신화가 인류에게 ‘대량생산—대량유통—대량소비—대량쓰레기’로 쉼 없이 질주하게 한 것에서부터 왔습니다. 그것을 멈춰 세우려면 안식일을 기억하고 거룩하게 지켜야 합니다. 멈추고, 쉬고, 오늘을 그리고 지금 그대로를 기뻐하며 감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탄소 금식은 그런 삶을 연습하게 합니다. 우리 모두 이 훈련을 통해 ‘기후위기’를 멈추게 하고, 하나님과 이웃과 창조세계와 더불어 ‘메누하’, ‘참된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