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사람이요, 신이 아니다”

2“나 주 하나님이 이렇게 말한다. 너의 마음이 교만해져서 말하기를 너는 네가 신이라고 하고 네가 바다 한가운데 신의 자리에 앉아 있다고 하지만, 그래서, 네가 마음속으로 신이라도 된 듯이 우쭐대지만, 너는 사람이요, 신이 아니다.” (겔 28:2)

19“나는 오늘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세우고, 생명과 사망, 복과 저주를 당신들 앞에 내놓았습니다. 당신들과 당신들의 자손이 살려거든, 생명을 택하십시오.” (신 30:19)

탈핵주일 및 ‘탈핵(脫核)’의 범위

오늘은 후쿠시마 핵사고 13주기를 앞두고 지키는 ‘탈핵주일’입니다. ‘탈핵(脫核)’의 사전적 의미는 “핵무기, 핵발전소 등 원자력과 관계된 모든 일에서 벗어남”을 뜻합니다. 여러분 가운데는 ‘핵무기는 몰라도, 핵발전소까지 벗어나는 것이 옳은가?’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핵의 ‘군사적 이용’(=핵무기)은 반대하지만, 핵의 ‘평화적 이용’(=핵발전소)까지는 반대하지 않는 견해입니다. 이런 견해를 갖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핵무기는 반생명적이요 반윤리적이지만, 핵발전소는 그렇지 않다. ② 핵발전은 탄소 배출 없는 청정에너지이기에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이다. ③ 핵발전소는 전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값싼 에너지공급원이다.

특별히 현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견해를 가졌고, 지난 문재인 정부는 이와 반대되는 견해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핵발전소 찬반을 정치적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핵발전소 찬반은 정치문제가 아닙니다. ‘생명문제’요, ‘평화문제’요, ‘윤리문제’요, ‘안전문제’요, ‘과학문제’요, ‘경제문제’요, ‘기후위기문제’요, ‘민주주의문제’요, 근본적으로 ‘신앙문제’입니다. 그래서 NCCK가 ‘탈핵(脫核)’을 “하나님의 창조 세계와 인간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교회가 반드시 수행해야 할 선교 과제”라고 선언했던 것입니다.

핵무기와 핵발전소는 둘 다 반평화적이고 반생명적이다

핵무기와 핵발전소는 ‘일란성 쌍둥이’입니다. 그 작동 원리가 똑같기 때문입니다. 20세기 초에 물리학자들은 핵분열의 원리를 발견했습니다. 우라늄을 핵분열시키면 엄청난 열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우라늄을 순간적으로 한꺼번에 분열시키면 폭탄이 되고, 천천히 조금씩 분열시키면 핵발전소가 됩니다. 그러니까 둘 다 핵분열의 원리를 이용한 ‘인간의 발명품’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이 둘 중에 핵폭탄을 먼저 만들었습니다. 아니, 사실은 핵발전소의 핵심 장치인 원자로를 먼저 만들었습니다. 핵폭탄의 원료 중 하나인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해서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핵발전의 근본적인 목적은 전력생산이 아니었고, 핵폭탄 원료생산이었습니다. 이것이 지진 대국 일본이 수많은 핵발전소를 짓는 진짜 이유입니다. 이렇듯 핵발전은 핵무기에 대한 야망 위에 서 있고, 핵의 ‘평화적 이용’과 ‘군사적 이용’에는 경계가 없습니다. 따라서 ‘핵’은 그것이 ‘무기’이든 ‘발전’이든 결코 평화와 양립할 수 없습니다.

‘핵발전에서 멈추고 핵무기로 나아가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핵무기는 반생명적이지만, 핵발전은 안 그렇다고 주장합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핵폭탄은 단시간에 많은 인명을 살상하지만, 핵발전소 사고는 ‘체르노빌’처럼 서서히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핵분열은 열에너지만 발생시키지 않습니다. 방사능도 발생시킵니다. 그런데 세계보건기구도 인정했듯이, “방사능 피폭량과 암 발생은 비례합니다.” 세상 어디에도 안전한 방사능은 없습니다. 안전한 기준치는 0밀리시버트(mSv)입니다.

더구나 핵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는 방사능 오염이 적어서 사람이 살 수 있지만, 핵발전소 사고가 난 ‘체르노빌’ 근처에는 방사능 오염 때문에 앞으로도 수백 년 동안 사람이 거주할 수 없습니다. 이렇듯 핵발전소 사고는 한순간의 폭발이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방사능 오염이 문제입니다. 피폭의 영향은 아주 오랫동안 느리게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자연 방사능 물질은 농축이 안 되지만, 인공 방사능 물질은 먹이 사슬을 통해서 계속해서 축적되고, 최종 섭취자의 생명을 위협합니다. 쉽게 말해 핵폭탄은 순식간에 생명을 빼앗지만, 핵발전소 사고는 아주 천천히 더 많은 생명을 빼앗습니다. 따라서 둘 다 반생명적입니다. 46억 년 전 지구 탄생 이후, 최초의 원시 생명체가 출현하기까지 10~20억 년이 지나야 했습니다. 이유는 지구에 가득 찬 방사능이 제거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방사능과 생명은 공존할 수 없습니다.

핵발전소는 비윤리적이고, 깨끗하지도 싸지도 않고, 차별적이다

‘핵발전소가 반생명적인 것은 사고가 났을 때가 아니냐, 사고가 나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지 않으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 사고 없이 핵발전소를 폐쇄해도 핵폐기물은 남습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데, ‘핵발전소는 죽어서 핵폐기물을 남깁니다.’ 그런데 인류는 지금까지 이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도 세우지 않고 마구 핵발전소를 지어왔습니다. 핵분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플루토늄239는 단 1g만으로도 5만 명을 폐암에 걸리게 할 수 있는 물질입니다. 그런데 반감기는 무려 2만 4천 년이나 됩니다. 이론상으로는 100만 년 정도 지나야 그 독성이 청산가리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인간의 수명은 길어야 100년입니다. 핵발전소의 수명은 40년 안팎입니다. 핵폐기물은 최소 10만 년 동안이나 무서운 방사능을 내뿜습니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볼 때 3,000세대 이상의 후손에게 피해를 줍니다. 약 40년 동안 전기를 공급받기 위해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위험한 물질을 수천 세대에 걸쳐서 남겨주는 것이 과연 바람직합니까? 너무나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범죄행위 아닙니까?

핵발전은 기후위기의 답이 될 수 없습니다. 핵발전의 원료인 우라늄의 채굴과 가공 그리고 농축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온실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핵발전은 싸지도 않습니다. 발전소의 건설과 폐쇄 그리고 핵폐기물 처리 비용까지 다 따지면 지극히 비경제적입니다. 햇빛발전이 더 경제적입니다. 더구나 핵발전은 인간 차별을 구조적으로 내포하고 있습니다. 약자들의 희생 없이는 한순간도 버틸 수 없는 대표적인 시스템입니다. 원료인 우라늄의 채굴에서부터 핵발전소의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마다 방사선 피폭은 피할 수 없고, 이를 최전선에서 담당하며 희생을 강요당하는 이들은 사회적 약자들입니다.

핵발전소는 폐쇄적이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일본 국회에 의해 꾸려진 ‘후쿠시마 원자력사고 독립조사위원회’는 2012년 7월에 낸 보고서에서 “핵사고로부터 안전해야 할 국민의 권리”를 짓밟은 후쿠시마 사고의 근본 원인은 지진이나 쓰나미가 아니라 “원자력을 취급하는 기관과 개인들의 용서할 수 없는 무지와 교만”에 있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요컨대 후쿠시마 참사는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人災)였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그 ‘무지와 교만’은 정부와 산업계, 언론, 학자들 사이의 뿌리 깊은 유착관계에 의해 조장·강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범죄적인 ‘유착관계’를 폭로한 생생한 증언이 있습니다. 그것은 독일의 반핵활동가들이 만든 《후쿠시마 거짓말》(2012)이라는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일본계 미국인 기술자의 증언입니다. 이 기술자는 후쿠시마 제1원자로를 제작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사의 직원으로서 여러 해 동안 후쿠시마 원전 상태를 점검하는 일에 종사했는데, 그 과정에서 원자로 내부의 증기건조기가 거꾸로 부착되어 있는 등 허다한 결함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안전상의 중대한 위험을 지적했을 때마다 회사 측이 침묵을 강요하고, 보고서 내용을 수정·조작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더욱 기막힌 것은 나중에 회사를 그만두고 일본정부와 관계기관에 이 내용들을 알렸으나 일관되게 무시돼 왔다는 점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안전대책을 강화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미국 회사든 일본 관계 당국이든 쉬쉬하며 사실을 은폐하고, 위험을 방치해 왔던 것입니다.

이 믿어지지 않는 일들은 핵발전소를 보유하거나 운영하는 나라라면 어디든지 공통된 현상입니다. 비단 경제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적·군사적 측면이 개입하고 있어서, 관련 정보는 늘 은폐되고 국민은 항상 거짓말만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후쿠시마의 경우 이러한 비밀주의의 궁극적인 결과는 폭발 사고였습니다.

핵발전은 이제는 이별해야 할 과학 기술이다

핵발전소는 핵분열의 원리를 이용한 인류의 발명품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핵분열은 열에너지뿐만 아니라 핵폐기물이라는 위험물질도 함께 배출한다고 했습니다. 이렇듯 인류가 발견 또는 발명한 기술이나 물질이 인류에게 꼭 유익했던 것은 아닙니다.

냉장고나 에어컨의 냉매, 스프레이 같은 분무제 등에 쓰였던 염화불화탄소(CFC), 일명 ‘프레온 가스’는 1928년에 미국 듀폰사가 발견한 이후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가스는 인체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독성이 없고 불에 타지도 않아서 꿈의 물질로 불렸습니다. 안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몇십 년이 지난 다음에 보니까 문제가 생깁니다. 공기보다도 가벼운 성질을 가진 프레온 가스는 계속 대기권으로 올라가 쌓이고, 거기서 오존층을 파괴합니다. 오존층은 태양으로부터 날아온 자외선을 막아 주는 역할을 했는데,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에 구멍을 내자 사람의 건강에 문제가 생깁니다. 백내장을 일으키고, 피부와 면역 체계에 이상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지금은 프레온 가스의 생산과 소비를 규제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가정마다 취사 기구로 쓰던 ‘곤로’의 심지는 1급 발암물질 ‘석면’이었고, 최고의 살충제였던 DDT는 벌레뿐 아니라 뿌리는 인간까지도 죽이는 독극물이었습니다. 프레온 가스나, 석면 그리고 DDT처럼 그 위험을 몰랐을 때는 잘 사용하던 인류의 발명품들이 위험을 알고 나서는 다 퇴출당하였습니다. 이제 핵발전도 유익보다 해악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만 이별을 고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왜 핵발전소를 당장 멈춰야 하는가?

일본 사법부의 ‘히구치 히데아키’라는 한 판사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두 지역의 원전 가동을 멈추라는 판결을 하고, 󰡔내가 원전을 멈춰 세운 이유󰡕라는 책을 저술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원전 분야의 전문가가 아님을 분명히 밝히면서, 원전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이라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전의 안전성이 얼마나 불확실하고 통제가 안 되는 위험시설인가를 명백히 알 수 있기에, 이를 일반 대중에게 알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는 “전문 지식이 없는 아마추어 눈에도 원전의 위험성이 분명하다는 상황만큼 무서운 일은 없다”고 하면서, 핵발전소 가동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이 책이 새롭게 밝힌 사실은 후쿠시마 핵사고로 일본이 직면했던 ‘동일본 괴멸의 위기’를 피할 수 있었던 이유가 후쿠시마 핵사고를 소재로 한 영화 《후쿠시마 50》(2020)이나 넷플릭스 드라마 《더 데이스》(2023)가 말하듯이 최선의 노력 때문이 아니었고, ‘결함’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기적’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후쿠시마 핵사고는 원자로와 그것을 감싸고 있는 격납 용기가 폭발한 것이 아닙니다. 격납 용기의 ‘외부 건물’이 폭발한 것입니다. 격납 용기 안에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1,000개 분량의 ‘죽음의 재’가 들어있습니다. 따라서 그것이 폭발하면 ‘동일본 괴멸’이 현실이 됩니다. 2호기에서도 전원이 끊기자, 우라늄 연료가 녹아 내리고, 대량의 수증기와 수소가 발생했습니다. 점점 압력이 높아져, 격납 용기의 대폭발을 막기 위해서는 벨브를 열어 가스를 배출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전기는 끊겼고,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데 높은 방사능 때문에 접근이 불가했습니다. 그런데 대폭발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2호기에 있어서는 안 될 결함이 있었기 때문에 압력이 새어 나왔던 것입니다. 만약 격납 용기가 결함 없이 견고하게 만들어졌더라면 도쿄를 포함한 반경 250km의 지역에서 4천만 명의 시민이 피폭되는 피해를 당하였을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요행의 기적은 4호기에서도 있었습니다.

핵발전소는 핵폭탄과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한번 사고가 나면 핵폭탄 투하와 맞먹는 큰 피해를 봅니다. 아니 핵폭탄보다 피해 규모가 큽니다. 방사능 피폭 범위도 넓고, 그 영향은 당대를 넘어 수천 세대에까지 이어집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핵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불완전한 인간은 완전한 핵발전소를 만들 수도 없고, 완벽히 안전하게 유지하고 관리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히구치 히데아키’ 판사는 원전의 위험을 ‘완벽한 위험’이라고 말합니다.

너는 사람이요, 신이 아니다

제 증언은 여기서 중단하고, 오늘 증언 결론은 동영상 시청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이 동영상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한국교회 연대》가 이번 탈핵주일을 위해 제작한 것입니다.

‘후쿠시마 핵폭발’ 13주년이 다가옵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지진해일이 덮쳐 후쿠시마의 핵발전소들이 오래된 것부터 차례로 폭발했습니다. 당시 녹아내리는 원자로 안을 들여다보기 위해 투입된 로봇은 두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멈춰버렸습니다. 무서운 방사능 때문입니다. 아직도 후쿠시마에서는 방사능 오염수가 줄줄 새고 있습니다.

올해 1월 1일에도 진도 7의 대지진이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를 덮쳤습니다. 사망자는 230여 명, 피난민은 1만 7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여기에도 핵발전소 두 기가 있는데 강진 직후 외부에서 들어오던 전원 5개 가운데 2개가 끊어졌습니다. 제2의 후쿠시마가 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이 원전이 가동 중이지 않아 대폭발은 없었으나, 방사능에 오염된 물과 기름이 또다시 바다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지진 대국’ 일본은 핵발전을 멈춰야 삽니다.

핵은 안전하지도, 깨끗하지도, 싸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핵과 기독교 신앙이 함께 갈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원자핵을 쪼갤 수 있고, 또 원자핵을 쪼개면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얻은 엄청난 에너지로 맨 처음 한 일은 폭탄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지은 우주에서 가장 가벼운 원소는 원자번호 1번인 수소입니다. 그리고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는 가장 무서운 원소는 원자번호 92번인 우라늄입니다. 인간은 92번 원소를 가지고 플루토늄이라는 핵폭탄 원료를 추출했습니다. 플루토늄은 하나님께서 만드신 물질이 아닙니다. 그 물질은 각설탕 크기 다섯 조각만 가지고도 일본 인구 2억을 즉사시킬 수 있는 맹독성 물질입니다. 그것을 가지고 인간은 폭탄을 만들어 세상을 지배하려 들었습니다.

그러므로 핵 위기는 환경 위기가 아닙니다. 핵 위기의 본질은 인간의 위기입니다.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서 피조물의 하나인 인간이 핵을 가지고 인류의 생사여탈을 좌지우지하며 마치 자신이 신이라도 된 듯이 지구 위에 군림하려 듭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이 벌이는 탈핵 운동은 단순한 환경운동이 아닙니다. 영적 각성 운동이고 신앙의 결단입니다. 핵이라는 죽음의 에너지 위에 세워진 인간의 문명을 깊이 돌아보고 영적으로 회개하는 신앙 운동입니다.

과학자들은 지난 1942년 세계 최초의 인공 원자로를 미국 시카고대학 운동장 한구석에 지으면서 스스로 ‘조물주’의 영역에 들어서게 됐다고 자부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예언자 에스겔을 통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람아... 나 주 하나님이 이렇게 말한다. 너의 마음이 교만해져서 말하기를 너는 네가 신이라고 하고... 그래서, 네가 마음속으로 신이라도 된 듯이 우쭐대지만, 너는 사람이요, 신이 아니다.”(겔 28:2)

성서에서 말하는 죄는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유한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죄를 짓는다는 것은 인간이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입니다. 오래전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한 것처럼, 죄란 우리 인간이 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든 유형의 교만입니다. 일본인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게 핵발전소를 관리할 수 있다는 ‘기술적 오만’에 빠져 있었습니다. 절대로 10미터 이상의 지진해일은 오지 않는다고 장담하면서 태평양 연안에 핵발전소들을 마구 지었습니다. 하지만 13년 전 17미터의 쓰나미가 후쿠시마를 덮쳤습니다. 자연을 완벽하게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바로 오만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40년간의 광야생활을 마친 후 요단강을 건너기 전,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오늘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세우고, 생명과 사망, 복과 저주를 너희 앞에 내놓았다. 너희와 너희의 자손이 살려거든, [이제] 생명을 택하여라.”(신명기 30:19) 우리와 우리 자손이 살려거든 이제 죽음의 핵문명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말씀대로 생명을 택하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어김없이 봄이 찾아옵니다. 얼었던 땅을 뚫고 만물이 소생하는 이 좋은 계절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땅의 모든 생명을 지으시고 좋았다고 기뻐하시며, 우리에게 그 생명을 지키고 돌보라 명하신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을 따라야 합니다. 자기가 세상의 주인인 양 한없이 오만해진 우리 인간들을 본래 에덴동산의 겸손한 청지기로 부르는 탈핵운동에 다 함께 새 힘을 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