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이 가까워지고 있다!

25"그리고 해와 달과 별들에서 징조들이 나타나고, 땅에서는 민족들이 바다와 파도의 성난 소리 때문에 어쩔 줄을 몰라서 괴로워할 것이다. 26사람들은 세상에 닥쳐올 일들을 예상하고, 무서워서 기절할 것이다.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27그 때에 사람들은 인자가 큰 권능과 영광을 띠고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볼 것이다. 28이런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일어서서 너희의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구원이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29예수께서 그들에게 비유를 하나 말씀하셨다. "무화과나무와 모든 나무를 보아라. 30잎이 돋으면, 너희는 스스로 보고서, 여름이 벌써 가까이 온 줄을 안다. 31이와 같이 너희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로 알아라. 32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끝나기 전에, 이 모든 일이 다 일어날 것이다. 33하늘과 땅은 없어질지라도, 내 말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34"너희는 스스로 조심해서, 방탕과 술취함과 세상살이의 걱정으로 너희의 마음이 짓눌리지 않게 하고, 또한 그 날이 덫과 같이 너희에게 닥치지 않게 하여라. 35그 날은 온 땅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닥칠 것이다. 36그러니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을 능히 피하고, 또 인자 앞에 설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늘 깨어 있어라." (눅 21:25-36)

｢축제력｣의 새해 첫날

오늘 우리는 교회의 전례력으로 ‘대림절 첫째’ 주일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주일에 말씀드렸듯이 ‘양력’과 ‘음력’처럼 ‘교회의 전례력’에도 두 가지가 있습니다. ‘성부 하나님’을 기준으로 하는 ｢삼위일체력｣이 있고, ‘성자 예수님’을 기준으로 하는 ｢축제력｣이 있습니다. ｢삼위일체력｣에 따르면 어제로 9월부터 시작된 ‘성부’의 계절인 ‘창조절’이 끝났고, 오늘부터 ‘성자’의 계절이 시작됩니다. 성자의 계절은 ‘대림절—성탄절—주현절—사순절—부활절’로 이어집니다. ｢삼위일체력｣은 창조절 첫 번째 주일부터 전례력의 새해가 시작됩니다.

이에 반해 ｢축제력｣은 ｢삼위일체력｣의 성자의 계절에 해당하는 ‘대림절—성탄절—주현절—사순절—부활절’에 ‘성령감림절’까지 더하여 ‘축제 기간’으로 지키고, ‘성령강림절’ 다음 날부터 ‘대림절 하루 전날’까지를 ‘비축제 기간’으로 지킵니다. 그래서 이 전례력을 ｢축제력｣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축제력｣은 ‘대림절 첫째 주일’부터 전례력의 새해를 시작합니다.

대림절이란?

대림절은 그리스도의 오심을 준비하고자 성탄절 직전 네 주일 동안 지킵니다. ‘대림’은 그리스어 ‘파루시아’(παρουσία)의 번역으로 ‘오심’ (coming)을 뜻합니다. 라틴어로는 ‘아드반투스’(Advantus)인데, 여기서 영어 단어 ‘Advent’가 나왔습니다.

역사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는 약 2천 년 전 베들레헴에서 아기로 태어나셨습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의 초림—첫 번째 오심입니다. 또 그분은 종말에 다시 오실 것입니다. 이것을 그리스도의 재림—두 번째 오심이라고 합니다. 대림절에 우리는 ‘이미 오신’ 예수님과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억하고, 기념하며, 기다립니다.

그런데 대림절의 핵심은 단순히 ‘기다림’에 있지 않습니다. 기독교는 잘 아시듯이 유대교로부터 나왔습니다. 유대교도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종말을 기다렸습니다. 여기서 종말은 세상의 종말—the end of the world가 아니라 악의 종말, 불의의 종말, 억압의 종말, 착취의 종말, 폭력의 종말을 뜻한다고 제가 누누이 말씀드렸습니다. 앗시리아, 바빌론, 그리스, 로마의 연이은 침략과 지배로 인해, 이스라엘은 ‘제국’으로부터 해방된 세상을 꿈꾸었고,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때”를 기다렸습니다. 이렇듯 저들은 목 빠지게 기다렸지만, 정작 예수가 왔을 때 그가 메시아/그리스도임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예수가 ‘공짜 치유와 열린 밥상 공동체’를 통해 펼쳤던 ‘하나님 나라 운동’이 하나님 나라의 ‘선취(先取)’임을 알아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왜? 저들은 기다리기만 했지,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천 년 전 유대교도들이 범했던 이런 우(愚)를 우리 기독교인들도 똑같이 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대림절에 그리스도의 오심을 단순히 기다리기보다는 깨어서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오심을 위한 준비

그렇다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앞서 말했듯이 예수 그리스도는 약 2천 년 전에 ‘이미’ 오셨습니다. 그리고 장차 종말 때에 ‘다시’ 오실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미(already)’와 ‘아직(not yet)’ 사이의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이미’와 ‘아직’을 달리 표현하면 ‘시작’과 ‘완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2천 년 전 이 땅에 오셔서 하나님 나라를 ‘시작’하셨습니다. 달리 말하면 하나님 나라의 씨앗을 뿌리셨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 나라를 ‘완성’하시려고 다시 오실 것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 나라 추수를 위해 다시 오십니다.

‘예수 따름이’인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 나라의 씨앗이 싹트고 자라고 꽃피고 열매 맺도록 일하는 일꾼입니다. 마지못해 억지로 일하는 일꾼이 아니라, 기꺼이 감사함으로 열심히 일하는 일꾼입니다. 왜? 우리는 ‘종’(sub-worker)이 아니라 ‘동역자’(co-worker)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하나님 나라 확장 사역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나의 일’(my job)입니다. 우리도 그 나라의 ‘주인’이요 ‘공동상속자’이기 때문입니다. 내 일인데 어찌 나 몰라라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일인데 어찌 게으를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위해 해야 할 준비는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누가 하나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까? 누가 하나님을 대신해 이 세상을 통치하고 있습니까? 바로 ‘사탄’(satan)과 ‘악마’(demon)입니다. ‘구조악’(systemic evil)입니다. 달리 말하면 ‘제국’(empire)이요, ‘힘’(power)입니다.

힘의 유혹과 힘의 다른 이름들

힘이 최고다. 힘을 가지면 세상을 가질 수 있고, 타인을 복종시킬 수 있고, 지배하고 다스릴 수 있다. 갖고 싶은 것 다 가질 수 있고,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으며, 평안을 누릴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고, 아무도 날 무시하지 못하며, 뭐든지 내 맘대로 할 수 있다. 그러니 힘을 가져라. 힘으로 최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라. 정복하지 않으면 정복당할 것이니, 힘을 숭배하고 힘을 추구하라. 이것이 인간의 소명이다.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 ‘마귀’는 인류를 이렇게 유혹해 왔습니다. 물론 누구나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보통 사람은 이런 마귀의 유혹이 나와는 상관없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힘’은 상대적입니다. 내가 남보다 조금 더 힘을 가지면 나는 갑이 되고, 상대는 을이 됩니다. 갑을관계는 아주 쉽게 상하관계로 작동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나는 을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내가 갑이라면, “욕하면서 배운다”고 위에서 당한 것을 아래에 그대로 합니다. 아니 더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힘은 여러 다른 이름을 가졌습니다. 때론 ‘편리’라는 이름으로 작동합니다. 나 편하자고 우리는 아무 가책 없이 승용차를 이용합니다. 승용차 운행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를 가중하고, 기후 재난을 일으킵니다. 그 결과 지구 반대편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홍수나 가뭄 등으로 고통받고 죽어갑니다. 또 편리해서 사용하는 온갖 플라스틱 제품들은 한 번 쓰고 버려져서 땅과 바다를 오염시킵니다. 때로 ‘힘’은 ‘풍요’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내가 먹는 소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아마존 밀림이 불타 없어지고, 커피 생산과 팜유 생산을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또 냉방과 난방을 위해 전기가 필요하고, 전기생산을 위해 석탄발전소나 가스발전소, 또는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해야 하며, 그 전기를 촌에서 도시로 가져오느라 고압송전선이 필요하고, 그 아래 사는 사람은 전자파 때문에 큰 피해를 봅니다.

이렇듯 우리는 힘 숭배나 힘 추구와 아무 상관 없이 사는 것 같지만, 실상은 존재나 생활 자체가 힘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마태복음 25장 31절 이하에 나오는 ‘최후의 심판 비유’를 기억하시지요? 거기를 보면 종말에 인자가 최후의 심판을 할 때 왼쪽에 세운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저주받은 자들아, 내게서 떠나서, 악마와 그 졸개들을 가두려고 준비한 영원한 불 속으로 들어가라. (마 25:41)

그때 저주받은 자들이 이렇게 항의합니다.

주님, 우리가 언제 주님께서 굶주리신 것이나, 목마르신 것이나, 나그네 되신 것이나, 헐벗으신 것이나, 병드신 것이나, 감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도 돌보아 드리지 않았다는 것입니까? (마 25:44)

이 항의에 대한 임금의 대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기 이 사람들 가운데서 지극히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하지 않은 것이 곧 내게 하지 않은 것이다. (마 25:45)

인다라의 구슬

예수님이 이 비유를 통해 말씀하고자 한 것은 무엇입니까? 예수님은 ‘지극히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와 당신을 ‘동일시’하셨습니다. 화엄경에 나오는 인다라의 구슬처럼 모든 사람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시인 박노해가 쓴 ‘인다라의 구슬’은 화엄경을 인용하면서 시작합니다.

인다라의 하늘에는 구슬로 된 그물이 있는데 구슬 하나하나는 다른 구슬 모두를 비추고 있어 어떤 구슬 하나라도 소리를 내면 그물에 달린 다른 구슬 모두에 그 울림이 연달아 퍼진다고 한다.

사람은 혼자가 아닙니다. 이웃과 연결되어 있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따라서 “내 것 갖고 내 맘대로 쓰는데 남이 무슨 상관이냐”는 말은 애초부터 성립되지 않습니다.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이웃과 상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박노해 시인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지구 마을 저편에서 그대가 울면 내가 웁니다

누군가 등불을 켜면 내 앞길도 환해집니다

내가 많이 갖고 쓰면 저리 굶주려 쓰러지고

나 하나 바로 살면 시든 희망이 살아납니다

따라서 우리가 사람이라면 내 멋대로 나만 생각하며 살 수 없습니다. 이웃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웃은 삶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여야 합니다. 특히 그 이웃이 고통받고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고통 앞에서 등을 돌리는 사람이 있고, 그 고통을 나누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복음 10장 25절 이하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에 이 두 부류의 사람이 등장합니다. 제사장과 레위인은 강도 만난 사람을 보고도 모르는 체하고 지나쳤습니다. 사마리아 사람은 그의 곁에 다가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습니다. ‘최후의 심판 비유’에서와 마찬가지로 예수님이 사람을 가르는 척도는 고통받는 사람에 대한 태도입니다. 제사장과 레위인의 죄는 무엇일까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들이 강도질하지는 않았지만, 고통받는 사람을 방치함으로써 인간성에 반하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우리 몸의 중심은 ‘아픈 곳’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실제 우리의 경험입니다. 그러면 우리 사회의 중심, 세계의 중심은 어디이겠습니까? 아픈 사람이 있는 곳, 고통받는 사람이 있는 곳 아니겠습니까? 인다라의 구슬처럼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개인은 공동체라는 한 몸의 각 지체입니다. 한 지체가 아프면 몸 전체가 아픕니다. 그러면 다른 지체들은 그 아픔을 치유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집중합니다. 그게 바로 사람 사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힘이 최고라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은 짐승이 사는 세상입니다. 남이야 죽든 말든, 고통받든 말든, 나만 잘살면 그만입니다.

우리말 ‘나쁘다’는 ‘나 뿐이다’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한편 ‘좋다’라는 말은 ‘돕다’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악인은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아닙니다. 나만 아는 사람입니다. 나밖에 모르는 사람입니다. 의인은 큰 선행을 한 사람이 아닙니다. 남을 배려하고 도우며 더불어 사는 사람입니다. 의인이나 악인이나 공평하게 햇빛도 내리시고 비도 내리시는 하나님은 모두를 구원하십니다. 하지만 구원의 방법은 다릅니다. 의인은 해방을 통해서 구원하고, 악인은 심판을 통해서 구원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선취(先取)

종말을 다룬 오늘의 본문 말씀에 “구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어떤 구원이 가까워지고 있습니까? 해방을 통한 구원입니까, 아니면 심판을 통한 구원입니까? 부디 ‘전자’이기를 소망합니다.

앞에서 우리는 대림절에 그리스도의 오심을 단순히 기다리기보다는 깨어서 ‘준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위해 해야 할 준비는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세상은 힘을 사랑하라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나만 아는,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 아닌) 짐승을 키워냅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힘을 사랑하지 않고, 사랑의 힘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나뿐 아니라 남도 고려하며 살아가는, 고통받는 이웃에게 등을 돌리지 않고 고통을 나누는 사람을 양육하셨습니다. 당신이 한 알의 밀알이 되어 모범을 보이셨고, 우리에게 뒤따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야 사람 사는 세상이 온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온갖 흉악한 짐승이 우글대는 정글 같은 세상에서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기다립니다. 우리는 ‘그 구원의 날’을 앞당겨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를 꿈꾸는 사람들은 지금 여기서 하나님 나라를 선취해야 합니다. 새 하늘과 새 땅을 지금 여기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우리가 기다리는 세상을 먼저 시작합시다. 아니, 주님이 이미 시작하신 그 일을 우리가 계속합시다. 이것이 교회력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우리 모두의 다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