뵈뵈를 기억하라

1겐그레아 교회의 일꾼이요 우리의 자매인 뵈뵈를 여러분에게 추천합니다. 2여러분은 성도의 합당한 예절로 주님 안에서 그를 영접하고, 그가 여러분에게 어떤 도움을 원하든지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많은 사람을 도와주었고, 나도 그에게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롬16:1-2)

서울제일교회 성도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현재 한빛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성도입니다. 서울제일교회와 저희 교회는 자매와 같은 교회가 아니겠습니까? 다양한 현장에서 함께 깃발을 들고 기후위기 캠페인,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투쟁, 이태원 참사 추모, 현 정권 규탄을 위한 시국 기도회 등에서 함께 활동했고, 재작년 성탄절에는 칸타타를 은혜롭게 함께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혹은 연합예배의 장소에서 만난 서울제일교회 성도님들과 다시 이렇게 함께 강단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감사하고 더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오늘 제가 강단에 서게 된 이유는 한국기독교 장로회에서 정한 여신도회주일을 맞이하여 여성 목사로서 성서와 교회 내 여성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조명하는 시간을 갖자는 마음에서 초대받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특별히 교회내의 여성 리더십을 생각하면서 제가 안수르 받은 미국장로교회에서 여성안수를 기념하기 위해서 만든 스톨을 하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11살 난 아들을 두고 있습니다. 이름은 이산 인데요. 어느 날 교회에 가는 길에 산이가 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엄마, 우리 반에는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여자애들이 남자애들보다 더 많은데 왜 역사에서 유명한 사람들은 다 남자야?" 저는 이 질문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오, 아주 좋은 질문이다. 역사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대부분 남자인 이유는, 과거의 사회 구조가 남성 중심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야. 남자들이 권력과 기회를 독점했고, 여자들은 공부하거나 일을 할 기회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어. 업적을 남겨도 종종 무시당하거나 기록되지 않았단다." 이 대답을 하고 나서 생각을 해 보니, 과거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여전히 많은 분야에서 우리 사회는 남성 중심의 구조로 돌아가고 있으며, 여성들이 정치와 리더십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교회 내의 상황은 어떠할까요? 한국 교회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여신도가 한국 교회를 섬기고 이끌어왔습니다. 그들의 이름 없이 묵묵히 교회를 지탱해 온 헌신은 과연 얼마나 인정받고 있을까요? 한국 교회의 여신도가 전체 교인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그에 비해 여교역자의 수는 몇 퍼센트일까요? 여교역자들이 교회 내에서 맡고 있는 역할과 지위는 과연 적절한가요?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바울의 가르침을 전하며 활동적이고 헌신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은 누구였을까요? 당시 공동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을 이끌어갔던 주요 인물 중에 많은 여성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얼마나 기억하고 있나요?

바울은 로마서 16장 등에서 여러 여성을 언급하며 그들이 교회와 공동체의 중요한 일꾼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바울서신에서는 모두 14명의 여성이 등장합니다. 바울 공동체에 속한 회중들 가운데서 공적으로 여성이 수행한 적극적 역할은 로마서 16장 1절에서 16절의 문안 인사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 문안 인사에서 26명이 호명되는데, 그 중에서 10명이 여성입니다. 그 10명 중에서 오늘은 목사와 지도자의 호칭을 받았던 겐그레아 교회의 뵈뵈를 중심으로 초기교회 여성들의 역할과 활약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뵈뵈라는 이름이 익숙하십니까? 뵈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여러분에게 뵈뵈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이유는 뵈뵈는 신약성서에서 오늘 읽은 딱 두 절에만 언급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뵈뵈의 이름이 낯선 이유는 초기 교회에서 뵈뵈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기록자의 입장에서 혹은 후세의 사람들이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고 많이 불러주지 않아서가 아닐까요?

오늘 우리는 말씀 증언 시간을 통하여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뵈뵈를 재조명하고 뵈뵈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이 무엇인지 기억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뵈뵈는 바울의 공식 추천장을 통해 "목사"와 "지도자"라는 공식 칭호를 받은 바울의 교회들 안에서 가장 특출났던 여성이었습니다. 오늘의 본문 말씀을 다시 한번 읽어 보겠습니다.

겐그레아 교회의 일꾼이요 우리의 자매인 뵈뵈를 여러분에게 추천합니다.여러분은 성도의 합당한 예절로 주님 안에서 그를 영접하고, 그가 여러분에게 어떤 도움을 원하든지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많은 사람을 도와주었고, 나도 그에게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롬16:1-2)

이 추천장은 바울의 긴 인사목록(롬 16:3-15)과 연결됩니다. 로마서 16장 1절에서 바울은 뵈뵈를 "디아코노스"로 소개 합니다. "디아코노스"란 말의 뜻은 섬긴다, 종(service)이라는 뜻으로 신약의 세계 밖에서는 "식탁에서 시중들다, 돌보다"라는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역사가 요세프스에 의하면 유대주의에서는 디아코노스의 의미가 "식탁에서 시중들다"에서 발전하여 성직자의 직무까지를 의미했다고 합니다. 신약에서 예수께서는 디아코노스(섬김)라는 말의 의미를 하나님의 사랑과 관련시켜 희랍의 개념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개념을 발전시켰습니다. 즉, 예수께서 그렇게 사신 것처럼 "섬기다"라는 말은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사랑을 의미했습니다. 믿는 이들이 자신을 바치는 모범적인 섬김처럼 그리고 마태복음 25장 40절에서 말하듯이 남을 위한 섬김은 곧 주님을 섬기는 일이 된다고 했습니다. 바울은 이 디아코노스라는 단어를 자신이나 아볼로에게 (고전 3:5, 고후 3:6), 두기고에게 (엡 6:21, 골 4:7), 디모데에게 (딤전 4:6), 심지어는 그리스도에게 (롬15:8)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바울이 이런 의미있는 단어를 뵈뵈를 가르키는데 사용했다는 것은 뵈뵈가 겐그리아 교회의 복음사역을 맡은 공식적인 중요한 사역자였음에 틀림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디아코노스라는 단어는 남자에게 적용될 때는 대부분의 영어성경에서는 종/목사(Servant/minister)로, 한글성경에는 일꾼(엡 3:7, 6:21; 골 1:7, 23, 25; 4:7; 살전 3:2; 딤전 4:6)으로 번역한데 비해, 뵈뵈에 대해서는 영어 성경에는 겐그리아 교회의 집사(deacon)로, 그리고 한글 성경에는 일꾼, 여교우 (롬 16:1-2)라고 번역했습니다. 왜 남성에게 적용될 때와 여성에게 적용될 때 그 번역이 달랐을까요?

뵈뵈에게 주어진 두 번째 칭호인 프로스타티스(롬 16:2)는 대부분의 영어 성경에는 Benefactor/helper/succorer(후원자/보호자/기증자/돕는자)로, 그리고 한글 성경에는 보호자, 돕는자, 후원자로 해석했는데 당시의 문헌에서는 주도적인 관리, 의장, 감독, 지휘자 등을 의미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뵈뵈는 겐그리아 교회에서 많은 사람을 보호하고 돕는 지도자 역할을 했으며 많은 사람과 바울에게 권위를 가지고 있었던 인물이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가부장적 흔적은 담은 성서의 번역에서 "뵈뵈"를 "최고의 책임자나 총독"이라는 원어의 번역보다는 "여성 조력자," 또는 "교회의 봉사자"로 번역하고, 그녀의 "사도(목사)"라는 칭호를 "여집사"로 바꾸어 번역했다는 데에 여러 학자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학자의 언어해석을 통해 뵈뵈는 분명히 남자와 평등하게 장로나 목사 역할을 수행했고 바울이 이를 인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해서 볼 때 뵈뵈는 겐그리아 교회에서 지도자 역할을 했으며, 많은 사람과 바울에게서 권위를 갖고 있었던 인물로서 목사의 존칭을 받을 만큼 뛰어난 선교활동을 한 여성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뵈뵈는 로마서에서 딱 두 절 에만 그녀의 활동이 언급되어 있고, 그마저도 후대에서는 그녀의 지도자적인 부분을 강조하지 않고 보조자의 역할로서 그녀의 역할을 강등시켰습니다. 오늘날에 우리는 바울과 베드로와 같은 남성의 이름만 기억하지만, 그리스도교의 복음전파는 결코 베드로와 바울 두 사람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거기에는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많은 여성 복음 사역자도 있었고, 자신의 소유와 집을 가정교회로 내어놓으며, 옥에 갇히고 고난을 당하면서 바울보다 먼저 그리스도의 부활을 증언하여 복음전파에 앞장선 여성들의 불붙는 열정과 힘겨운 수고가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성경에서 많은 여성을 희생자, 왜곡된 사람으로 이야기되거나 혹은 슬쩍 지나치는 듯 나타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서 역사에서 결코 숨길 수 없는 것이 여성들의 역할입니다.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 사라미아 여인, 유니아, 도르가, 요한의 어머니 마리아, 루디아, 눔바, 뵈뵈, 브리스길라 등을 비롯해 많은 초대교회 여성들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그러나 성서의 기자들 혹은 번역자들은 이 여성들의 실제 활동이나 역할을 제대로 소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오늘 성경에 단 두 절만 언급되는 뵈뵈를 재조명하며 여러분과 함께 말씀을 나누고 싶었던 이유도 바로 그것입니다. 뵈뵈를 기억하는 것, 이름없이 잊혀져 간 역사 속의 여성들을 기억하는 것, 그리고 오늘날 우리 가운데 함께 있는 뵈뵈를 기억하는 것이 평등하고 아름다운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 가는데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교회 내에서 여신도의 비율은 남신도의 비율에 비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잘 아실 것입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신교 내 여신도의 비율이 60%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교회 내에서 여성들의 숫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리더십은 여전히 제한적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제일교회가 속해 있는 한국기독교장로회는 1974년에 여성 목사 안수를 허용했지만,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3,257명 목사 중 여성은 437명(13.4%)에 불과하고, 여성 장로는 279명(10.9%)입니다. 이 숫자에서 나타나는 불균형은 우리 사회와 교회에서 여전히 여성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는 데 있어 많은 장애물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교회와 사회에서 여성들의 입지는 어떠할까요? 2016년에 발생한 강남역 살인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그 당시 그 사건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 사건 이후 9년이 지났지만, 여성혐오 범죄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수많은 여성이 목숨을 잃고 있으며, 그들의 고통과 아픔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고발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서 그동안 쌓아 두었던 울분을 터트린 여성들이 더이상 이 세상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의 목소리에 가만히 있지 않고 저항하고 목소리를 내려는 움직임을 드러내었고, 교회 내 여성들도 그 운동에 동참하였습니다. 2016년 강남역 사건 이후로 기독 여성들은 그동안 있어왔던 여성혐오 사건을 기억하고, 안전한 세상과 교회가 될 수 있도록 매년 함께 기도하며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함께 모여 여성혐오 문제를 잊지 않고 더이상 이런 폭력과 차별이 반복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주도하는 이 예배를 통해, 사회와 교회 내에서 여성들에게 주어진 차별과 억압에서 해방되고, 그들의 목소리가 교회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 기도와 예배는 단지 아픔을 추모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아픔을 기억하고, 그 고통을 새로운 의미로 풀어내어 교회와 사회의 변혁을 이끌어 가는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들의 기도와 행동은 과거의 사건들을 단순히 되새김질하지 않고 오히려 그 사건들을 기억하고 그것을 통해 교훈을 얻고, 미래를 향한 길을 열어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여성들이 겪어온 억압과 고통을 추모하고 기억하며,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교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간절한 염원이 담긴 행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연대의 기도가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며, 그것이 교회와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으면서 말입니다.

이번 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20-30대 여성들을 두고 "새로운 정치 주체"라고 많은 언론이 말을 하고 있습니다. 정치에 관심도 없던 이들이 갑자기 시위의 선봉에 나선 것일까요? 그들은 30년전 40년전 아니 100년전에도 있었고. 그 이전에도 늘 있어 왔습니다. 그들은 최근에 각성하여 광장에 나타난 새로운 얼굴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동안 숨겨졌거나 무시당했던 주체였고, 혐오를 뒤집어쓰고 화형당한 이들이기도 합니다.

아래의 글은 제주 강정마을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제 지인이 페이스북에 2030 여성들에 대해 새로운 주체라고 말하는 것에 반박하면서 쓴 글의일부입니다.

"그들은 일제시대에 만세운동을 알리기 위해 치마저고리에 문서를 넣고 겨울 산을 넘다 잡혀서 갈기갈기 고문당해 죽은 학생이었으나 "의사"로 불리지 못한 여자였을 뿐이다.

있는집 배운집 사내자식으로 태어나 아내와 어머니의 돌봄을 받으며 의거를 일으킬 수 없었을 뿐이고, 미국이나 중국으로 건너가 "큰 일" 하지 못하고 "뒷 일" 하느라 이름이 지워진 가난한 여자였을 뿐이다.

쇠파이프로 시민 때려잡던 민주화운동 시절에 남학생들과 똑같이 싸우고도 당연하게 밀려난 여학생이었을 뿐이다.

여성들은 주먹밥을 날라주며 응원해줘야 칭송받았고, 싸우고 돌아온 남자를 위로할 줄 알아야 조금 인정받았다. 그들은 남성 관리인에게 쥐어박히며 무시당한 어린 노동자였다.

이런 세상에서 여성이 무엇을 한대도 도우미에 지나지 않았고, 주목 받는 일은 용납되지 못했다. 여성들은 불평등과 폭력의 대상이며 당사자였기에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예민하고, 가장 용감했다.

여성들을 "새로운 정치주체"라고 호명하지 마라. 남성들이 변화를 못 이겨 보수화되며 고착된 사이 고단한 광장에 여성들이 남아있는 것이지, 여성이 이제야 각성해서 뛰어나온 게 아니다. 여성들은 과거에도, 오늘날에도 항상 싸웠고, 무엇보다 싸울 자격을 위해 싸워야 했다. 지금 여성을 새로운 정치 주체라고 부르는 사람들아, 제발 그러지 마라!"

우리가 여성들을 '새로운" 정치 주체라고 부를 때, 우리는 그들이 이미 과거에도 그리고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싸워왔다는 사실을 잊게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요? 여성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불평등과 폭력에 맞서 싸워왔으며, 언제나 가장 예민하고 용감한 존재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들이 전혀 새로운 존재가 아니며, 그들의 투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서에서 단 두 절에만 언급되었지만 우리는 겐그리아 교회에서 지도자로서 바울과 함께 섬겼던 뵈뵈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뵈뵈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고 평등한 하나님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 교회 내에서 여성들이 사도와 목사로서 동등하게 사역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주어져야 함을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교회 내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뵈뵈와 같은 여성들의 리더십을 인정하고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오늘 이 시간, 뵈뵈와 같은 여성 리더들이 우리 가운데 있음을 기억하며, 그들의 사역을 더욱 인정하고 지지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교회 내의 여성 리더십이 더욱 확립되고,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데 있어 모든 성도가 동등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하며, 우리 각자가 이 변화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그동안 숨겨졌던 여성들의 역사와 역할을 되돌아보아야 할 때입니다. 기독교가 '개독교'라는 비판을 받는 이 시대에, 우리는 진정한 사랑과 평등을 실현하는 그리스도 공동체로 회복하고자 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꿈꾸는 부활의 생명이 차고 넘치는 그리스도의 영이 가득한 교회는, 여성들이 사도, 목사, 평신도 리더 등으로 동등하게 함께 일할 수 있는 공동체에서 시작되지 않을까요?

오늘날 한국 교회가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려면, 초대교회와 같이 여성들의 리더십을 인정하고 그들의 사역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바로 지금, 교회 안에서 이 뵈뵈를 기억하고 그녀의 리더십을 되살려야 할 때입니다. 그 뵈뵈는 단지 성경에 두 절만 등장하지만, 그녀는 분명히 교회의 중요한 리더였고,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 위대한 사역자였습니다. 우리가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오늘날에도 교회 내에서 숨어 있는 많은 뵈뵈들을 기억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여성들의 리더십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이유는, 여성들은 남이 알아주던, 그렇지 않던 이미 많은 것을 이루었고, 그들이 우리와 함께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중요한 역할을 맡아 왔고 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뵈뵈를 기억하며, 그와 같은 여성들이 교회 안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더욱 목소리를 내는 것을 힘써 도우며, 잊혀져 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일을 게을리하지 맙시다. 이 길이 바로 부활의 생명이 넘치는 교회로 나아가는 길일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는 길이며, 교회가 진정으로 변화하는 길임을 믿습니다.

성경 속 뵈뵈처럼 오늘날 우리 주변의 많은 여성이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고 교회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교회 안에서의 모든 이들이 평등할 수 있도록 평등과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시기를 기원합니다. 여신도주일을 맞이하여, 성경 속 여성들이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보여준 리더십을 되새기며, 오늘날 우리 사회와 교회에서 여성들이 당당히 자리를 잡고,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여러분의 기도와 헌신이 이 변화의 큰 힘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오늘의 말씀을 마무리하면서 2021년 여성주의 연합예배공동체에서 여성 지도자들이 함께 여성의 시선과 경험을 반영하여 재해석한 주기도문을 읽으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주기-도문

우리 하나님, 하늘에서 인생을 굽어 살피시는 분!

우리를 통하여 당신의 이름이 거룩하게 하시며,

우리 가운데 하나님 나라가 임하였으니,

당신의 뜻에 우리의 삶이 기억되고

우리의 삶에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길 원합니다.

오늘날 당신의 은총이 깃든 일용할 양식을 주심에 감사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빼앗기지 않게 지켜주시고,

각자에게 필요한 양식을 욕심내지 않게 해주십시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용서하기 위해

죄 지은 자가 자신의 잘못을 바로 알아

진실로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기 원합니다.

힘 있는 자의 넘어짐을 작은 자의 탓으로 돌리지 않게 하시고,

여성을 시험에 들게 하는 존재, 유혹하는 존재라고 여기는

뿌리 깊은 혐오와 차별 속에서 우리를 속히 구하여 주십시오.

차별 없는 나라와 주변으로부터의 권세, 평화의 영광이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께 영원히 있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