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가 모여 교회가 되고

7주 하나님께서는, 아브람을 택하시어 바빌로니아의 우르에서 이끌어 내시고, 그의 이름을 아브라함이라고 고쳐서 부르셨습니다. 8아브라함의 마음이 주님 앞에서 진실함을 아시고, 가나안 사람과 헷 사람과 아모리 사람과 브리스 사람과 여부스 사람과 기르가스 사람의 땅을 그 자손에게 주시겠다고, 그와 언약을 세우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의로우셔서, 말씀하신 것을 지키셨습니다. ... 16그러나 우리 조상은 거만하여, 목이 뻣뻣하고 고집이 세어서, 주님의 명령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17주님께 복종하기를 거부하고, 주님께서 보여 주신 그 놀라운 일들을 곧 잊었습니다. 뻣뻣한 목에 고집만 세어서, 종살이하던 이집트로 되돌아가려고, 반역자들은 우두머리를 세우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용서하시는 하나님, 은혜로우시며, 너그러우시며, 좀처럼 노여워하지 않으시며, 사랑이 많으셔서, 그들을 버리지 않으셨습니다.(느 9:7-17)

여러분은 ‘청년 시절’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쪽지에 써주신 내용들은 이따 영상으로 더 자세히 보실 수 있겠지만, 그 중 공통적으로 많은 말은, 하고 싶은 걸 더 마음껏 해보라는. 시도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다양한 경험에 도전하라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이야기, 아쉬웠던 이야기나 힘들었던 이야기를 적어주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저는 그 글들을 보면서, 이 한 마디, 한 마디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여러분 대부분은 누군가 와서,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고 요청을 한다면, 아마 몇날 며칠이라도 이야기를 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우리 각자의 삶에만 이야기들이 있는 게 아니죠. 우리 교회에도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우리 교회에 <쉴 만한 물가>라는 회보가 있더라고요. 오늘 말씀을 준비하면서 작년 한 해 동안 나온 회보를 좀 읽어 보았습니다. 교우 여러분들 각자의 삶의 이야기들과 함께, 우리 교회가 겪어온 역경과 어려움, 그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들, 기쁜 일들, 감사한 일들 등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씨줄과 날줄이 엮여서 옷감이 되고 옷이 되고 작품이 되는 것처럼, 이 많은 이야기가 엮이고 엮여서, 지금의 이 교회를 이루고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 청년회에 있는 청년들에게는 교회는 어떤 곳일까, 그리고 어떤 곳이어야 할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우리 청년들에게 지금 현재 교회가 어떤 곳일까는 차차 더 알아갈 수 있겠죠. 오늘은, 우리 청년들에게 교회가 어떤 곳이어야 할까를 함께 고민하면서 말씀을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교회라는 개념.

‘교회’가 무엇인가, 에 대해서는 아마도 설교를 통해, 모임이나 책을 통해, 여러 번 들으셨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신약성서에서 교회는 ‘에클레시아’라는 그리스어를 번역한 말이죠. 사도행전을 통해서, 그리고 서신서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교회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복음이 전파되고 교회들이 세워져 갔는지 많은 이야기를 들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오늘은 구약성서에서 ‘교회’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구약성서에서 ‘교회’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구약에는 교회가 없었다는 건데요,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 신약 시대에는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사람들이 모여서 교회를 이루기 시작한 건데, 구약 시대에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따로 모인 게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냥 하나님의 백성이었던 거잖아요. 그냥 단편적으로 생각해 보면, 구약 시대에는 그냥 이스라엘 사람으로 태어나면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 살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교회라는 게 따로 필요하지 않지 않았을까.. 그냥 이스라엘 사람들 전체가 하나의 큰 교회인 것과 다름없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구약에 한국어로 ‘교회’로 번역된 단어는 하나도 없지만, 그리스어 ‘에클레시아’로 번역되는 단어는 하나 있습니다. 히브리어 ‘카할’이라는 단어인데요, 구약성서에서 123번이 나옵니다. 예수님 당시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을 그리스어 성서를 70인역이라고 부르는데, 이 70인역에서, 이 ‘카할’을 ‘에클레시아’로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이 ‘카할’을 에클레시아라고 읽었던 사람들이, 신약성서의 시대에, 교회를 에클레시아라고 불렀던 거죠. 그래서 지금도 기독교 신학에서는, 구약의 ‘카할’을 교회의 기원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구약성서를 읽다보면 ‘총회’, ‘회중’이라는 말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게 바로 카할입니다. 그렇다면, 구약시대에, 이 카할이라는 개념은 왜 필요했을까요? 조금 전 말씀드린 대로 태어나보니 부모님이 이스라엘 백성이라서 자동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되는 거라면, 이스라엘 민족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해도 이스라엘이 될 수 없는 거였다면, ‘총회’ ‘회중’이라는 의미의 카할이라는 단어가 굳이 자주 사용될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주 많이 나옵니다. 이 말은, ‘누가 이스라엘이고, 누가 이스라엘이 아닌지’를 구분하기 위해서, 이 카할이라는 개념이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카할이 필요했던 때 - ‘우리’가 우리임을 서로 확인해야 했던 때에.

이스라엘 역사를 생각해 보면 구약의 에클레시아, 이 카할이라는 말이 왜 필요했는지를 좀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창세기부터 말라기까지의 책들을 통해 우리가 이스라엘의 역사를 본다고 할 때, 5개의 시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창세기에 기록된 ‘이스라엘의 조상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창 1-11장의 창조, 바벨탑, 노아 홍수 이야기들을 역사 이전의 이야기라고 하고, 12장부터 50장까지는 이스라엘의 역사라고 부르는 족장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우리가 잘 아는 아브라함, 이삭, 야곱, 그리고 이스라엘의 12아들드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고, 마지막으로 요셉을 통해 이 이스라엘 일가가 이집트로 이주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창세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출애굽/광야시대로 부를 수 있는데, 출, 레, 민, 신. 이 4권의 책에 이 출애굽과 광야 이야기가 나오죠. 요셉 이후에 400여년 만에 이집트에서 인구가 엄청나게 늘어나게 된 히브리인들이, 모세의 인도를 받아 이집트에서 나와 가나안 땅을 향하는 길에 40년 동안 광야에서 지낸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시대에 대한 기록들의 역사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아주 많이 있지만, 이스라엘 사람들의 전체 역사에서 이 출애굽과 광야시대의 이야기들이 갖는 의미는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가나안 땅에서의 시대입니다. 지금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지역을 말하는 거죠. 구약성서를 기준으로 이 시대를 보면, 이스라엘은 부족 연합체로 국가가 없는 시기를 보내다가, 왕정 시대를 지나서, 얼마 되지 않아 분열 왕국 시대를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기원전 8세기 말에 북이스라엘이 망하고, 다시 150년쯤 뒤에 남유다 왕국이 망하는데, 북이스라엘은 앗수르 제국에 의해서, 그리고 남유다는 바벨론 제국에 의해서 멸망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바벨론 시대에 들어서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 가나안 땅에서의 시대는, ‘우리’가 누구인지가 비교적 확실한 시대입니다. 그 국가에 속한 사람들, 그 부족에 속한 사람들이 이스라엘 사람이었던 거죠.

그런데 그 다음 시대인 바벨론 시대는, 땅도 잃고, 국가도 잃고, 성전도 잃고, 유대인들은 흩어져 살던 시대였습니다. 그리고 그 바벨론이 페르시아에 의해 멸망하고 페르시아 제국 시대가 시작되면서,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으로 귀환해서 성전을 재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이때부터 제2성전 시대, 페르시아 시대가 시작됩니다.

이렇게 다섯 개의 시대로 구약 시대를 나누어 보았을 때, 어느 시대에 총회, 회중이라는 의미의 ‘카할’이라는 개념이 많이 필요했을까요? 광야 시대와 페르시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구약의 책들에서 ‘카할’이라는 말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이 됩니다. 먼저 광야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출, 레, 민, 신에서는 30번 카할에 대해서 언급을 합니다. 우리 잘 알다시피, 출애굽할 때 이집트에서 나온 사람들은 히브리민족이라는 단일민족이 아니었습니다. 출애굽기 7:38에서는 “그 밖에도 다른 여러 민족들이 많이 그들을 따라 나섰고... ”라고 되어 있습니다. 난리통에 온갖 민족들이 섞여서 나온 것 같은 상황이었던 거죠. 이 광야 시기에 카할이 아주 많이 언급됩니다. 카할에 들어오는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카할에 들어올 수 없다, 이스라엘 카할은 무슨 절기를 지키고, 무슨 법을 지키고, 하나님께 제사는 어떤 식으로 하고.. 이걸 지키는 사람들이 카할인거야, 라는,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함께 확인하기 위해 사용된 단어가 바로 카할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광야 시대보다 더 많이 카할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기가 바로 페르시아 시대입니다. 한 책에 카할이 가장 많이 나오는 책이 역대기인데요, 역대기는 바벨론 포로기 이후, 페르시아 고레스 왕이 예루살렘 성전 재건을 명령하는 장면으로 끝나죠. 그리고 이어지는 에스라, 느헤미야까지 포함해서, 카할이 총 43번 언급이 됩니다. 나라가 없는 상황에서, 이제 예루살렘 성과 성전을 재건하는 상황에서, 무엇이 필요했을까요? ‘우리’가 누구인지, 누가 ‘우리’인지를 함께 확인하고, 공동체의 정체성과 비전을 확인하는 일이 필요할 때, 카할이 강조되었던 것입니다.

느 9장. 카할을 위해 필요했던 것, 이야기.

오늘 우리가 함께 읽었던 느헤미야 9장이, 바로 그 시점에 선 이스라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느헤미야서의 전반부는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하는 이야기를 주요 내용으로 합니다. 온갖 역경과 위협을 이기고 우여곡절 끝에 성벽을 완공합니다. 그러나 벽만 세워져 있지, 사람도 없고, 집들도 없었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느 7:4. “성읍은 크고 넓으나, 인구가 얼마 안 되고, 제대로 지은 집도 얼마 없었다.” 이게 성벽이 완공된 직후의 유대인들의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이 시기 예루살렘의 유대인들은 아주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 느헤미야서는 사실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갔다가 페르시아 제국의 지원을 받고 귀환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쓰여진 기록입니다. 느헤미야도 에스라도 페르시아의 임명을 받고 파견나온 총독이었고, 서기관이었습니다. 그래서 성벽을 짓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페르시아 왕에게 편지를 쓰는 모습도 우리는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예루살렘에 오기 전까지 예루살렘에 살고 있던 토착민들이 또 있었거든요. 이 사람들 중에는 원래 예루살렘에 살던 유대인들의 자손도 있고, 바벨론 제국에 의해서 이주해 들어온 사람들도 있고, 아니면 근방에 살다가 이주하게 된 다른 민족인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조용히 잘 살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페르시아 제국 권력을 등에 업은 사람들이 와서 막 개발을 하는 걸로 보일 수도 있었겠죠. 게다가 이 사람들은 사상도 다 달랐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페르시아 제국이 우리를 살릴 것이다,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던 반면, 어떤 사람들은, ‘왕의 혈통인 다윗의 자손이 유대 왕국을 재건해야 한다’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성전만 재건되면 나라가 자동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주변의 다른 민족들과 연합해서, 반란을 일으켜서 제국으로부터 독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마치 지금 우리 나라가 그렇듯, 느헤미야 시대에도 다양한 생각과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예루살렘과 유대에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한 일이, 율법책을 다시 읽은 것이었습니다. 느 8:1에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모든 백성이 한꺼번에 수문 앞 광장에 모였다. 그들은 학자 에스라에게, 주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명하신 모세의 율법책을 가지고 오라고 청하였다.” 모세의 율법책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을까요? 우리가 아까 보았던 창세기의 족장 이야기들,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야기들,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은 이야기, 광야에서 먹고 마시면서 살아남은 이야기,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언약을 주고 받고, 이스라엘이 배신도 하고 용서도 받고 그리고 또 배신하고 실망시키는 그 이야기들을, 이스라엘 회중이, 재건된 예루살렘 성벽 안에서 읽고 또 읽은 것입니다.

이 이야기들이 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했는지, 오늘 우리가 읽었던 느헤미야 9장에 그 이야기들이 다시 반복되어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세하게 남기지 않아도, “모세의 율법책을 읽었더라” 정도로 기록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텐데, 느헤미야서에서 굳이 다시, 이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금 전 우리는 7절부터 17절까지만 읽었지만, 이 단락은 5절부터 시작해서 38절까지 이어집니다.

“주 하나님께서는, 아브람을 택하시어 바빌로니아의 우르에서 이끌어 내시고, 그의 이름을 아브라함이라고 고쳐서 부르셨습니다. … 주님께서는 우리 조상이 이집트에서 고난받는 것을 보시고, 홍해에서 부르짖을 때에 들어주셨습니다.” (9:7-9)

“조상 앞에서 바다를 가르시고, 그들이 바다 한가운데를 마른 땅처럼 지나가게 하셨지만, 뒤쫓는 자들은, 깊은 바다에 돌이 잠기듯이, 거센 물결에 잠기게 하셨습니다. 몸소 시내 산에 내려오시며, 하늘에서 그들에게 말씀하셔서, 바른 규례와 참된 율법, 좋은 율례와 계명을 주셨습니다.” (9:11, 13)

“주님의 거룩한 안식일을 알려 주시고, 주님의 종 모세를 시키셔서 계명과 규정과 율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굶주릴까봐 하늘에서 먹거리를 내려 주시고, 목마를까봐 바위에서 물이 솟아나게 하셨습니다.” (9:14, 15)

“그러나 우리 조상은 … 금붙이를 녹여서 송아지 상을 만들고 … 그런데도 주님께서는 언제나 그들을 불쌍히 보셔서, … 그들의 입에 만나가 끊이지 않게 하시며, 목말라 할 때에 물을 주셨습니다. 광야에서 사십 년 동안이나 돌보셔서, 그들이 아쉬운 것 없게 하셨습니다.” (9:16-21)

21절까지 광야 이야기. 거기서 끝나지 않고, 가나안 땅에 들어간 이야기, 예언자들을 보내주셨지만 죽였던 이야기들을 길게 합니다. 여기 모인 이 사람들 중에는, 이 이야기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고, 어쩌면 처음 듣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함께 읽고 들음으로써, 그리고, 함께 읽고 듣는 이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감으로써, 이들은 하나의 회중이 되고, 에클레시아가 되고, 교회가 되어 갔던 것입니다.

우리 시대 교회

저는 이 느헤미야서의 이스라엘 회중을 통해서, 우리 시대의 교회의 모습을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설교를 시작하면서, ‘우리에게, 우리 청년들에게, 교회는 어떤 곳이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말씀드렸습니다. 교회는 우리가 공동의 이야기를 쌓아가는 곳이어야 합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자신을 발견하고,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가는 곳이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함께 고민하고, 우리가 믿는 바대로 살아갈 힘을 얻는 곳이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 이준의 교우님이 대표 기도에서도 말씀하셨듯이, 지금의 청년들은 광야와 같은 시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땅을 잃고 성전을 잃은 제국 시대의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무력감과 비통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능력주의, 신자유주의로 가득 찬 구조와 문화 속에서 각자도생할 방법을 찾으면서 겨우겨우 현재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모두 괜찮기 위해 애쓰지만, 그저 괜찮기 위해서 애써야 한다는 자체가 우리를 불안하게 하기도 하고, 우울하게 하기도 합니다.

이 불안하고 우울한 시대에 필요한 것이 이야기입니다. 자기 혼자만의 경험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들을,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누어야 합니다. 다른 이들은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서로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그리고 성경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듣고 나누어야 합니다. 각자가 경험한 복음과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성경의 이야기들을 함께 배우고 나누며, 나아갈 방향을 찾아 나가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같이 출애굽도 해보고, 같이 홍해도 만나 보고, 같이 광야를 헤매는 시간들을 통해서, 우리는 교회를 이루어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연결이 우리 각자의 삶을 더 단단하게 하고, 풍성하게 할 것입니다.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경험한 이야기들이 씨줄이 되고, 우리가 함께 경험하는 이야기들이 날줄이 되어서, 이스라엘 회중이 함께 하나님의 백성으로 세워져 갔던 것처럼, 우리 청년회가, 우리 교회가, 함께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