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그 구원의 길

38예수의 머리 위에는 "이는 유대인의 왕이다" 이렇게 쓴 죄패가 붙어 있었다. 39예수와 함께 달려있는 죄수 가운데 하나도 그를 모독하며 말하였다. "너는 그리스도가 아니냐? 너와 우리를 구원하여라." 40그러나 다른 하나는 그를 꾸짖으며 말하였다. "똑같은 처형을 받고 있는 주제에, 너는 하나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41우리야 우리가 저지른 일 때문에 그에 마땅한 벌을 받고 있으니 당연하지만, 이분은 아무것도 잘못한 일이 없다." 그리고 나서 그는 예수께 말하였다. 42"예수님, 주님이 주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에, 나를 기억해 주십시오." 43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네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44어느덧 낮 열두 시쯤 되었는데, 어둠이 온 땅을 덮어서,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45해는 빛을 잃고, 성전의 휘장은 한가운데가 찢어졌다. 46예수께서 큰 소리로 부르짖어 말씀하셨다.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이 말씀을 하시고, 그는 숨을 거두셨다. 47그런데 백부장은 그 일어난 일을 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말하였다. "이 사람은 참으로 의로운 사람이었다." 48구경하러 모여든 무리도 그 일어난 일을 보고, 모두 가슴을 치면서 돌아갔다. 49예수를 아는 사람들과 갈릴리에서부터 예수를 따라다닌 여자들은, 다 멀찍이 서서 이 일을 지켜보았다. (눅 23:38-49)

종려주일, 고난주일

교회력으로 사순절 마지막 주일인 오늘은 두 가지 이름으로 불립니다. 오늘은 예수님이 당신 생애의 마지막 주간을 보내기 위해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날입니다. 그때 군중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예수님을 열렬히 환영했다고 해서, 오늘을 종려주일/Palm Sunday라고 부릅니다. 또 오늘을 고난주일/Passion Sunday라고도 부르는데, 이유는 오늘부터 체포, 심문, 고문 그리고 십자가 처형으로 이어지는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 죽음을 묵상하는 한 주간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오늘은 두 가지 이름으로 불리고, 두 가지 사건을 기념합니다. 하나는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입니다. 둘 중에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가 없어, 보통 예배 전반부에는 ‘종려주일’에 초점을 맞추고, 후반부는 ‘고난주일’에 초점을 맞춥니다. 오늘 우리 예배도 그렇게 짜여 있습니다. 특별히 저는 오늘 ‘십자가 사건’에 대해서 증언하려고 합니다. 사실 오늘 ‘성서일과’(RCL)가 제시한 고난주일 복음서 본문은 누가복음서 22장 14절로 23장 56절까지인데, 너무 길어서 23장 38~49절만 주보에 실었습니다. 전체 본문은 성금요일에 읽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오늘 증언은 본문을 풀이하지 않고 ‘십자가 구원 사건의 의미’를 풀이하는 데 초점을 두겠습니다.

대속 신앙?

제가 3주 전에 “고백과 믿음: 기독교의 원죄?”라는 제목의 증언에서 ‘근본주의’와 ‘복음주의’가 도긴개긴이라고 했습니다. 둘 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고 “오직 예수”를 주장하는데, 이는 결국 담을 쌓아 배제하고, 배제한 자를 차별하고, 마침내 정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갈라치기는 혐오를, 혐오는 폭력을 낳고, 그런 기독교는 결국 ‘극우’가 되고 ‘테러’까지 저지르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왜 ‘근본주의’와 ‘복음주의’ 기독교가 “예수 천국, 불신 지옥”과 “오직 예수”를 주장하는지 아십니까? 그것은 바로 ‘대속(代贖) 신앙’ 때문입니다. ‘대속(代贖)’은 ‘대신(代身) 속죄(贖罪)’의 준말입니다. 누가 누구를 대신했습니까? 예수가 인류를 대신했습니다. 예수가 나를 대신해서 속죄, 즉 죗값을 치렀습니다. 왜 그랬어야만 했을까요? 1097년에 캔터베리의 대주교 안셀무스(Anselmus)는 󰡔왜 하나님은 인간이 되셨는가?󰡕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1. 하나님께 대한 우리의 불순종 때문에, 우리는 모두 죄인들이다.

2. 용서는 변상을 요구한다. 변상 없이 하나님께서 죄를 용서하는 것은 죄가 하나님께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우리가 불순종한 값은 반드시 갚아야만 한다.

3. 그러나 무한한 존재이신 하나님께 대해 우리가 진 빚은 무한하다. 그러므로 유한한 존재는 그 빚을 갚을 수 없다. 오직 무한한 존재만이 무한한 빚을 갚을 수 있다.

4. 그래서 예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나님의 성육신으로서 그는 무한한 존재이며, 그의 죽음은 우리의 불순종에 대한 값을 치르기 위한 대속 제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용서받을 수 있다.

이것이 기독교 역사에서 ‘대속’에 대한 첫 언급이었습니다. ｢만족설｣이라 불리는 안셀무스의 이 주장은 후에 종교개혁자 루터에 의해 ｢의의 전가설—이신칭의(以信稱義)｣로 다시 주장되었고, 현대에는 그 유명한 CCC(대학생선교회)가 ｢사영리｣로 만들어 퍼뜨리고 있습니다. 이 모두는 예수님만 우리 죄를 대속할 수 있기에 “오직 예수”와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 ‘기독교의 핵심적인 주장’으로 알려져 있고, 이것이 정통 교리인 줄 압니다.

그런데 ‘대속 신앙’은 정통적이고 전통적인 기독교 신앙이 아닙니다. 앞에서 밝혔듯이 11세기 이전에 예수의 십자가 사건을 대속으로 이해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성서적 개념도 아닙니다. 따라서 저는 대속 신앙을 믿지 않습니다. 믿는 것이 득보다 실이 많다고 여겨 ‘대속’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찬송가를 예배할 때 부르는 것도 꺼립니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독교인 대부분은 대속을 기독교의 핵심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공공연하게 대속을 믿지 않는다고 하면, “혹시 이단 아닌가?” 하고 의심합니다. 설교와 찬송가 가사, 그리고 교리 공부를 통해 그렇게 보고 듣고 고백해 왔기 때문입니다.

대속 신앙의 폐해

하지만 저는 “오직 예수”와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는 주장과 마찬가지로, 그 근거가 된 “대속 신앙”은 틀렸고, 해롭고, 불량한 신앙이요, 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대속 신앙’은 “예수 천국, 불신 지옥”과 “오직 예수”로 이어지고 이것은 결국 배제와 차별과 정죄, 나아가 혐오와 폭력으로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둘째, 기독교를 몰역사적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대속 제물로 성육신한 예수가 꼭 필요했더라도 그 방법이 십자가형일 필요는 없었습니다. 예수가 참수형이나 교수형 또는 투석형으로 죽었어도, ‘대속 제물’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는 ‘십자가형’으로 죽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1장 23절에서 “우리는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전한다”라고 증언합니다. 달리 말하면, 예수는 십자가에 달렸기에 그리스도가 됐다는 것입니다. 십자가형은 역사적으로 엄청나게 큰 의미를 갖습니다. 그런데 ‘대속 신앙’은 그것을 깡그리 무시합니다.

셋째, 구원을 영혼 구원—죄의 용서로 축소하기 때문입니다. 성서에서 구원은 다양한 의미가 있습니다. ‘출애굽 사건’에서 구원은 ‘(정치적·경제적·종교적)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입니다. ‘바빌론 포로기’ 때의 구원은 ‘귀양살이로부터의 귀향’입니다. 또 시편 곳곳에서 구원은 ‘위험에서의 구출’입니다. 또 구원은 ‘용서와 받아들여짐’이기도 합니다. ‘대속 신앙’은 이 가운데 마지막 문제에만 집중합니다. 그런데 인간의 문제는 태초 이래 단순히 우리가 나빴었고 하나님께 대해 반역했다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가 눈이 멀고, 소외되었으며, 길을 잃고, 유배 상태에 있으며, 자기중심적이며, 상처 입고, 병들고, 마비되었으며, 속박된 상태이고, 욕심이 넘친다는 사실 등등입니다. 용서와 받아들여짐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다 대답하지 않습니다.

넷째, 기독교의 의미를 왜곡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매주 예배 때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님 안에 있으며, 하나님과 함께 우리와 세상을 변화시켜 나갑니다”라고 우리 신앙을 고백합니다. 이는 우리가 믿는 기독교는 우리 자신과 세상의 변화에 관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대속 신앙’은 ‘예수를 믿고 죄를 용서받아서 천국에 가는 것’이 기독교의 전부인 것처럼 만들어 버립니다.

다섯째, 기독교인을 파렴치범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대속 신앙’에 따르면 예수가 나를 대신해서 죗값을 치렀습니다. 따라서 내 죄는 이미 모두 용서받았습니다. 그러니 속죄 없이 그냥 편하게 살면 됩니다. 영화 <밀양>에 나오는 아동 유괴 살인범처럼 말입니다.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예수 믿고 영접하기만 하면 만사가 OK입니다. 그래서 윤석열이 그렇게 뻔뻔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천국행 열차 무임승차 하면 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일반인보다 공짜를 좋아하나 봅니다. 아무튼 ‘대속 신앙’은 비도덕적 인간들을 양산하는 데 일조합니다. 이런 이유로 “대속 신앙”은 ‘틀렸고, 해롭고, 불량한’ 신앙이요, 신학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의 의미

지금까지 ‘대속 신앙의 해로움’에 대해 너무 길게 이야기했는데, 이제부터는 ‘대속’이 아니라면, 과연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은 무엇을 의미하는지와 그것이 왜 구원 사건인지에 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처형당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부정할 수 없는 이 명백한 사실은 역사적으로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것은 예수님이 로마제국 ‘당국’에 의해 처형된 것을 뜻합니다. 십자가는 로마제국의 처형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 십자가는 언제나 로마제국의 십자가였고, 십자가에 처형된 사람은 모두 로마제국의 지배를 거부한 사람이었습니다. 십자가형은 그 처형 방식이 공개적이며 시간이 오래 걸리며 매우 고통스러운 형태로서, 그 메시지는 “이런 꼴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감히 제국의 권위에 도전하겠다는 것은 꿈도 꾸지 말아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국가가 자행한 고문이며 테러리즘이었습니다. 이렇듯 십자가에 처형당했다는 것은 예수가 로마 지배체제를 반대하고 거부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지배체제란 무엇입니까? 힘을 독점한 소수가 힘없는 다수를 지배하는 것입니다. 그 소수는 폭력과 폭력의 협박을 통해 자신들의 지배를 확립했습니다. 실제로 예수님 당시에 ‘로마의 평화와 안정’은 군사적 승리와 정복을 통해서 실현되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 운동을 펼쳤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통치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로마 황제가 아니라 하나님이 통치하는 세상을 가리킵니다. 그 나라는 힘과 폭력이 아니라 사랑과 정의로 다스리는 나라입니다. 그 나라는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나라이고, 사랑과 평화, 정의와 생명이 넘치는 나라입니다. 태초에 창조주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보시니 참 좋았다”라고 하신 바로 그런 세상, 그런 나라입니다.

그런 낙원—이상향은 인간의 죄로 인해 파괴되었습니다.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할 것들을 힘을 가진 소수가 독차지해서 창조 질서가 깨어졌습니다. 하나님 나라 운동은 그 낙원을 회복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예수님만 펼쳤던 것이 아니라, ‘종말론’이나 ‘새 하늘 새 땅’이란 이름으로 실낙원 이후 인류가 늘 염원해 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힘을 독점한 소수는 이런 하나님 나라에 반대합니다. 자기 기득권을 빼앗기는 것이 싫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로마제국도 예수님을 십자가에 처형한 것입니다.

이렇듯 제국이 예수님을 살해했습니다. 십자가는 로마제국이 예수님에 대해 “틀렸다”(no)고 선고한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를 다시 살리셨습니다. 부활은 하나님께서 예수님에 대해 “옳았다”(yes)고 하신 것입니다. 또한, 그를 살해한 권력에 대해 “틀렸다”고 선고한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은 단순히 하나의 ‘처형’이 아니었고 ‘계시’였습니다. 하나님께서 당신 뜻을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그것은 예수가 주님이지, 예수를 처형한 권력이 결코 주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예수가 주님이지, 로마 황제 카이사르가 주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나아가 십자가와 부활은 단순히 로마제국과 황제만 고발한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이 정상적인 것으로 당연시하는 것(the normalcy of this world)—힘 추종과 힘 숭배를 고발한 것입니다. 그렇게 살면 세상은 계속 지옥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거기서 탈출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갈라디아서 6장 14절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그런데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밖에는, 자랑할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내 쪽에서 보면 세상이 죽었고, 세상 쪽에서 보면 내가 죽었습니다.

즉 이 세상, 곧 제국이 정상적인 것으로 당연시하는 이 세상, 또 힘을 추종하고 힘을 숭배하는 이 세상이 바울에게는 십자가에 달렸으며, 끝장이 났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는 이 세상에 대해 십자가에 달렸습니다. 그는 이 세상에 대해 죽었다는 말입니다. 그는 비록 세상 속에 존재하고 세상 가운데서 살아가지만, 결코 세상에 속하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지상에서 하늘 백성, 하나님 나라 시민으로 살겠다는 말입니다.

속죄의 참뜻

이렇듯 십자가에 달리셨다가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새로운 삶의 길을 계시했습니다. 그것은 내적인 죽음과 부활, 곧 옛 정체성과 생활방식에 대해서 죽고, 새로운 정체성과 생활방식으로 부활하는 변화의 길을 뜻합니다. 이런 이해는 우리를 ‘참여하는 속죄’로 인도합니다.

‘참여하는 속죄’를 이해하려면 먼저 ‘속죄’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속죄’는 ‘화해의 수단’(a means of reconciliation)을 가리킵니다. 속죄는 분열이나 불화, 소외된 상황을 전제합니다. 그런 불화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어떻게 화해할 것인가? 이것이 속죄의 문제입니다. 즉 속죄(atonement)는 다시 “하나됨”(at-one-ment)에 관한 것입니다. 하나님과 하나됨은 어떻게 가능한가? 예수의 십자가는 여기서 무슨 역할을 하는가? 예수의 죽음이 어떻게 하나됨을 가져오는가?

‘참여하는 속죄’는 우리가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참여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부활함으로써, 그리스도 안에서의 새로운 삶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참여하는 속죄는 예수가 우리를 위해 죽으셨기 때문에, 우리는 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참여하는 속죄는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부활해야만 한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철저한 내면적인 변화의 과정을 가리키는 은유적인 언어입니다. 하나됨(at-one-ment)의 길은 우리가 예수 안에서 보는 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예수 안에서 보는 “그 길,” 곧 죽었다가 부활하는 길을 따름으로써 속죄에 참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참여하는 속죄의 은혜와 특권

왜 십자가가 구원 사건인지에 대해서 더 이야기할 게 있지만, 시간 관계상 여기서 멈추고 다음에 하겠습니다. 한 가지만 덧붙입니다. 구원은 개인적 차원도 있지만, 사회적 차원도 있습니다. 개인적 구원은 ‘나 중심으로 살다가, 하나님 중심으로 거듭나는 것’을 뜻합니다. 하나님께 내 중심 자리를 내어 드리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닙니다. 깨닫고 회개해서 나 혼자 변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세상은 지옥인데, 나만 홀로 천국에 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건 어떤 면에서 기득권자의 태도와 비슷합니다. 세상이 지옥이고 이웃이 고통받으면 나도 함께 아파해야 합니다. 그게 하나님의 마음과 내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이고, 성령—거룩한 영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긍휼히 여기는 하나님의 아픔을 나도 느끼는 것, 함께 아파함이 바로 성령 체험입니다.

그래서 개인 구원과 사회 구원은 늘 함께 가야 합니다. 둘 중 하나만 있으면 비정상이거나 가짜입니다. 따라서 참여하는 속죄는 개인적으로 끝나면 안 되고 사회적으로 전개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가 여러 사회 문제에 관해 관심 두고 열심히 참여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악한 세상이 하나님 나라로 변화할 것을 꿈꾸시는데, 그 꿈 실현에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내 구원, 내 이익만 추구하며 살던 죄인인 우리를 부르셔서 당신의 거룩한 사역에 동역자로 삼으셨습니다. 이 얼마나 큰 은혜이고 특권입니까? 그러니 ‘아멘’으로 응답하며, 기꺼이 감사하며 감당합시다. 나는 나를 못 믿지만, 나를 택하신 하나님을 믿고, 나는 부족하지만 내 부족함을 하나님과 신앙 동지들이 채워줄 것으로 믿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갑시다. 이게 구원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 믿음 가지고 끊임없이 ‘나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우리가 되어 구원을 완성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