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19그 날, 곧 주간의 첫 날 저녁에, 제자들은 유대 사람들이 무서워서, 모두 닫아걸고 있었다. 그 때에 예수께서 와서, 그들 가운데로 들어서셔서,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하고 인사말을 하셨다. 20이 말씀을 하시고 나서, 두 손과 옆구리를 그들에게 보여 주셨다. 제자들은 주님을 보고 기뻐하였다. 21[예수께서] 다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빈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낸다." 22이렇게 말씀하신 다음에,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시고 말씀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23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 죄가 용서될 것이요, 용서해 주지 않으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 20:19-23)

오늘은 부활절 둘째 주일입니다. 지난 한 주간동안 부활의 기쁨을 누리고, 또 주변과 나누면서 그렇게 부활의 증인으로 사셨나요? 혹시, 지난 한 주간 그렇게 살지 못하셨더라도 너무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부활절은 하루이지만, 부활절기는 부활절부터 성령강림절까지 앞으로 50일간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난 사순절, 40일 동안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한 것만큼 앞으로 긴 시간 동안 부활의 기쁨과 의미를 깊이 묵상하게 될 것입니다. 고난보다 부활이, 슬픔보다 기쁨이 더 길고 힘이 세다는 사실을 우리의 삶에서 경험해야 합니다. 만약 지난 한 주간 부활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셨다면 앞으로 남은 6주 동안 오늘 나에게 예수 부활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면서 부활의 은총을 채워가시기 바랍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은 요한복음 20장 19절에서 23절의 말씀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숨어있던 제자들에게 찾아오신 내용으로 모든 복음서에서 전하고 있는 본문입니다. 그런데 다른 세 복음서에서는 이 이야기를 한두 줄 정도로 아주 짧게 다루고 있는데 반해, 요한복음은 이 장면을 매우 극적이고 길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길고 상세하게 다룬 데는 그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본문을 기록하는 요한공동체의 현실적 상황 때문입니다. 당시, 요한공동체는 주변으로부터 심각한 박해 상황에 놓였고, 지연되는 재림으로 절망감이 깊어가는 어둠의 현실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 하는 고백이 절실했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남으로써 희망과 기쁨 가운데 사는 것이 중요했던 것입니다.

성서가 증언하는 어둠과 절망의 시간은 예수가 십자가에 달리고, 부활하기까지 약 3일입니다만, 역사적 상황에서 보면 예수의 죽음과 부활의 간극은 그보다 훨씬 길고, 암담했을 것입니다. 상징적인 의미에서 사흘로 표현했지만, 제자들이 부활을 경험하기까지의 물리적 시간은 3일이 아니라 30일, 아니 3달이 넘는 시간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복음서는 그 절망과 죽음의 시간을 ‘해가 빛을 잃고’ ‘온 땅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지진이 일어나고, 성전 휘장이 두 폭으로 찢어졌다.’라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십자가를 신앙적 의미로 아주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당시 십자가는 아주 처절하고 참혹한 상징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 이후 제자들은 처절하고 참혹한 어둠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아무 죄 없는 예수님이 결국 십자가에서 죽어가는 것을 보고 제자들은 세상이 두려웠습니다. 예수님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유대인들이 두려웠고, 그들이 예수님께 지웠던 십자가가 두려웠습니다. 로마가 휘둘렀던 채찍이 두려웠고, 예수님에게서 뚝뚝 떨어지던 그 핏방울이 두려웠습니다.

오늘 본문 19절은 두려움에 빠진 제자들의 상황을 “무서워서, 문을 모두 닫아걸고 있었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두려워서 지금 다락방에 숨어있습니다. 자신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숨소리도 낮추었을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그들이 숨어든 그 공간, 그 다락방은 아마도 생전에 예수님께 배움을 받던 학당이었을 것이고, 예수님이 잡혀가시던 날 모여서 마지막 성찬을 나누며 발을 닦아 주던 곳이었을 것입니다. 그 사랑과 희망의 다락방이 이제는 두려움과 절망이 가득한 도피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예수님께서 그들 가운데로 찾아오신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하고 인사하십니다. 두려움에 얼어붙어 있던 이들에게 전해준 예수님의 평화 인사는 얼마나 따뜻하고 위안이 되었을까요? 눈물이 왈칵하고 쏟아지면서 주저앉았을지도 모릅니다. 예수님이 전한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하는 말은 “내가 살아 너희와 함께 있으니 두려워 말아라”하는 위로와 용기의 말로 다가갔을 것입니다. 이어지는 20절에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나서, 두 손과 옆구리를 그들에게 보여 주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일까요? 예수님이 정말 몸으로 부활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두 손과 옆구리를 보여 주신 것일까요? 아닙니다. 만약 그랬다면 앞서 예수님이 꽁꽁 걸어 잠긴 닫힌 공간 한가운데로 들어오셨다 하고 기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만약 예수님께서 그렇게 들어오셨다면 손과 옆구리를 보여 주기 전에 더욱 두렵고, 육신으로 사셨다는 사실을 더욱 믿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두 손과 옆구리는 로마의 창과 못의 흔적이자 로마의 폭력의 결과입니다. 예수님께서 두 손과 옆구리를 보여 주신 것은 내가 로마의 폭력으로 죽임당했지만, 다시 살아서 너희들 가운데 현존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표현인 것입니다.

창과 못 자국은 로마 폭력의 상징이자, 예수님의 손과 옆구리에 난 아픔의 흔적입니다. 아픔의 흔적은 기억을 강화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보통 아픔의 흔적이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는 경우가 많지만, 반대로 그것을 극복하고 나면,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평생의 힘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에게 십자가가 절망과 공포의 기억이었다면, 부활한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에게 이제 십자가는 승리와 희망의 기억되었다는 것입니다. 제자들이 두 손과 옆구리를 떠올릴 때마다 로마의 폭력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생각하게 되고, 나도 그렇게 살겠노라고 다짐하는 기억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두 손과 옆구리를 보여 주었을 때 제자들은 주님을 보고 기뻐했다고 본문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21절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은 다시금 제자들에게 평화의 소망을 깨우치며 말씀하십니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빈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낸다.”

부활의 사건은, 그렇게 숨죽이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내린 평화요, 극한의 고통 속에서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내린 평화입니다. 예수님은 ‘이제 너희가 가서 이 평화를 고통받는 이들에게 전하여 주어라’하고 제자들을 파송하십니다. 이어지는 예수님의 행동이 아주 특별합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다음에,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셨다’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숨을 불어넣는다는 동사(emphasao)는 성서에 흔히 사용된 용어가 아닙니다. 창세기 2장 7절에서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불어넣는다고 할 때, 에스겔 37장 9절에서 마른 뼈들을 다시 살리시며 생기를 불어넣는다고 할 때 사용했던 용어입니다. 다시 말해서, 숨을 불어넣는다는 것은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고, 새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창조의 과정인 것입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셨습니다. 흙으로 지은 사람, 그러나 아직은 완전한 사람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이 사람에게 하나님의 숨(영)을 불어넣으시자, 그 사람(아담)은 비로소 생명 존재(네페쉬)가 되었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사람은 하나님의 숨으로 비로소 참사람이 된다는 말입니다. 하나님의 영을 받은 존재, 하나님의 숨을 이어받은 사람이 바로 참사람이라는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오늘 본문은 부활하신 예수님이 절망과 두려움에 떨고 있던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어 새롭게 창조하신다고 증언합니다. 십자가에서 부활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새로운 삶의 차원을 여신 예수님이 자신의 제자들에게도 그 길을 열어주시는 것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새사람이 되어야 새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숨을 불어넣으시고 이어서 말씀하십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 죄가 용서될 것이요, 용서해 주지 않으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오늘 본문이 ‘용서’라고 번역하고 있는 그리스말 ‘아페시스’는 ‘용서하다’라는 뜻뿐 아니라 ‘면제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풀어주다’‘해방하다’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또 ‘죄’라고 번역한 ‘하마르티아’는 ‘빚’‘속박’이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보면, ‘죄의 용서’는 ‘빚의 면제’로 읽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갈릴리에서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의 고통을 보시고, 그들을 병마에서 풀어주시고, 가난한 사람들을 하나님 나라의 주인으로 세우셨지요. 이것이야말로 용서의 사건입니다.

우리가 죄를 용서한다는 것은 그저 마음의 앙금을 푸는 정도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빚을 면제해 주고, 속박에서 해방시키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행위입니다. 말하자면, 성령을 받은 사람이 해야 할 ‘용서’는 그저 묵은 원한을 풀고 죄책감을 덜어주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고통당하는 사람을 그 고통과 아픔에서 풀어주고 해방시켜 주는 실천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용서’란 ‘관용’의 문제를 넘어 ‘정의’의 문제요, 사랑과 생명의 문제요. 평화의 문제입니다.

오늘 본문 메시지를 정리하면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절망과 두려움 가운데 있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평화를 선포하시고 부활의 희망을 보여주신다고 하는 것이고, 둘째는 절망과 두려움 가운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부활의 희망을 전하라고 제자들을 파송하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가지고 우리의 삶에 적용해보겠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누구입니까? 본문과 같이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를 경험하고 새 숨을 부여받아 세상으로 파송된 사람들이 아닙니까? 만약 우리가 부활의 기쁨으로 살지 못한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또 부활의 기쁨을 세상에 전하지 못하고 우리만 느끼면서 산다면 그것은 파송 받은 자에 대한 직무유기가 아닐까요?

때때로 우리는 자신에게 실망하고, 주변 여건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좌절하고, 변하지 않는 세상 앞에서 절망하곤 합니다. 부활한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우리는 죽은 듯 다락방에 갇혀 문을 꽁꽁 닫고 살 때가 많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절망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찾아오신 것처럼 오늘 우리에게 부활하신 주님이 찾아오십니다. 그리고 부활의 새 삶을 향해 나아가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은 삶은 부활의 새 삶이 되어야 합니다. 꽁꽁 닫아걸고 죽은 듯 좌절하며 포기하며 사는 그런 삶을 걷어내야 합니다. ‘이런다고 세상이 바뀌겠어’ 하며 미리 포기해 버리고 마는 냉소적인 자세도 버려야 합니다. 절망을 거두고, 희망을 품고 사는 것이 바로 부활의 삶입니다. 예수의 부활 사건이 인간들의 삶과 역사에 가져다준 가장 큰 선물은 다름 아닌 ‘희망’입니다. 희망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상황 가운데서도 결코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우리들의 앞을 가로막는 높고 두꺼운 현실의 고통스러운 벽을 뚫고 나아갈 수 있도록 용기와 끈기를 가져다줍니다. 노소나 빈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희망을 상실한 개인이나 가정이나 민족이나 국가가 잘되고 번성하는 법이 없습니다. 외관상 모든 것을 갖추었다 할지라도, 이를테면 신체적인 건강, 지식이나 재물, 사회적인 지위 등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할지라도 만약 참된 희망을 품고 있지 못하다면 그것들은 한낱 시체에 입힌 수의나 회칠한 무덤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또한, 기쁨 가운데 살아야 합니다. 많이 가지고 풍성히 누리는 것에서 느끼는 세상의 기쁨이 아니라 마침내 이루는 정의와 평화, 나눔으로 풍성해지는 하나님 나라의 기쁨으로 살아야 합니다. 부활을 증언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기쁘지 않다면, 누가 부활을 희망이라 믿고 따르겠습니까?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언제나 기쁨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여기서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다음은 우리 주변에서 두려움 가운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찾아가는 것입니다. “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하고 평화의 인사를 건네는 것이 부활을 전하는 우리의 사명입니다. 이것을 그냥 좋은 얘기, 뻔한 얘기로 상징적 의미로 대강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문자적으로 받아들여서, 실제로 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고난 가운데 있는 이들을 찾아가야 합니다. 말로만, 머리로만 해서는 절대로 따를 수 없는 사명입니다.

도마가 부활한 예수님을 믿지 못한 것은 도마가 특별히 더 의심이 많고 믿음이 적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오셨을 그 자리에 도마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 그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도마는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제대로 믿지 못했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현장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고난의 현장에 예수님이 함께 하십니다. 우리가 그 자리에, 그 현장에 함께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예수님이 이루시는 생명과 평화의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지 못한 것입니다.

오늘 우리 주변에는 절망과 두려움 가운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폭력과 힘의 질서에 눌려서, 차별과 혐오에 갇혀서 고립된 이들이 있습니다. 성별, 인종, 장애, 학력, 외모, 성적 지향으로 차별받고 폭력적 경제질서와 사회구조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타워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구미에는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500일 가까이 고공농성을 전개하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이 있고, 우리 교회 인근에는 오늘로 74일간 고공농성을 이어가며 복직을 바라는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혜화동성당 종탑에는 탈시설 장애인 활동가가 천주교 탈시설 왜곡에 항의하며 10일째 농성을 전개하고 있고,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매일 출근길 투쟁을 전개하는 장애인연대도 있습니다. 자본과 이윤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현실이다 보니, 사회적 안전망이 무너져 하루가 멀다 하고 끊임없이 재난과 사회적 참사가 반복하고 있고, 무수히 많은 사람이 하루아침에 소중한 가족을 잃고 슬픔 가운데 있습니다. 얼마 전 미아역 대로변 마트에서 일어난 칼부림 참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위태롭고, 위험한 사회로 다가와 있는지를 충격적으로 알려주었습니다. 우리가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야 합니다.

예수의 부활이 그리스도인에게만 희망이 아니라, 온 인류의 희망이 되려면 세상으로 파송 받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절망과 좌절 가운데, 고통과 고립 가운데 사는 이들에게 희망과 평화를 전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곳이 어디든, 어느 곳이든 상관없습니다. 교우 여러분, 남은 부활 절기 동안은 일주일에 단 한 번이라도 고난의 현장에 함께 하고자 노력해 보십시오. 직접 가기 어렵다면, 전화로, 편지로 마음을 전하고 평화의 인사를 나누어 보십시오. 후원이든, 서명운동이든 어떤 방식이든 그 일을 위해 마음을 모으고 기도하고 그리스도의 평화를 전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가 절망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을 때, 자신을 꽁꽁 걸어 잠그고 숨어있을 때 주님은 우리에게 찾아오십니다. 저 창밖에 내리는 따뜻한 햇살처럼, 두 뺨에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처럼 부활하신 주님이 닫혀진 우리의 맘을 뚫고 삶 깊숙이 찾아오십니다. 그리고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하고 주님께서 조용히 축복과 위로의 말씀을 속삭여주십니다. 그리고 죽은 듯 살지 말고 새 삶으로 살아가라고, 새 사람으로 살아가라고 창조의 새 숨을 우리에게 불어넣으십니다.

그러니 부활을 믿는 여러분, 용기를 내십시오. 이 부활의 은총을 깊이 경험하십시오. 다락방에 숨어있던 제자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하는 증인이 되었던 것처럼, 오늘 우리가 경험하는 부활의 은총이 이 땅에 희망을 전하고, 평화를 선포하는 일에 초석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 믿음으로 또 한 주간의 삶을 힘차게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