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세계에서 배우라!

1지혜가 부르고 있지 않느냐? 명철이 소리를 높이고 있지 않느냐? 2지혜가 길가의 높은 곳과, 네거리에 자리를 잡고 서 있다. 3마을 어귀 성문 곁에서, 여러 출입문에서 외친다. 4“사람들아, 내가 너희를 부른다. 내가 모두에게 소리를 높인다. 22주님께서 일을 시작하시던 그 태초에, 주님께서 모든 것을 지으시기 전에, 이미 주님께서는 나를 데리고 계셨다. 23영원 전, 아득한 그 옛날, 땅도 생기기 전에, 나는 이미 세움을 받았다. 24아직 깊은 바다가 생기기도 전에, 물이 가득한 샘이 생기기도 전에, 나는 이미 태어났다. 25아직 산의 기초가 생기기 전에, 언덕이 생기기 전에, 나는 이미 태어났다. 26주님께서 아직 땅도 들도 만들지 않으시고, 세상의 첫 흙덩이도 만들지 않으신 때이다. 27주님께서 하늘을 제자리에 두시며, 깊은 바다 둘레에 경계선을 그으실 때에도, 내가 거기에 있었다. 28주님께서 구름 떠도는 창공을 저 위 높이 달아매시고, 깊은 샘물을 솟구치게 하셨을 때에, 29바다의 경계를 정하시고, 물이 그분의 명을 거스르지 못하게 하시고, 땅의 기초를 세우셨을 때에, 30나는 그분 곁에서 창조의 명공이 되어, 날마다 그분을 즐겁게 하여 드리고, 나 또한 그분 앞에서 늘 기뻐하였다. 31그분이 지으신 땅을 즐거워하며, 그분이 지으신 사람들을 내 기쁨으로 삼았다.” (잠 8:1-4.22-31)

삼위일체주일과 잠언 8장

지난 주일은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을 기념한 ‘성령강림절’이었습니다. 따라서 오늘은 ‘성령강림절 후 첫 번째 주일’입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오늘을 ‘삼위일체주일(Trinity Day)’로 지켜왔습니다. 그리고 성서일과는 다해(Year C) 구약 본문으로 오늘 우리가 함께 봉독한 잠언 8장의 말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이 삼위일체주일 구약 본문으로 제시된 이유는 ‘아리우스 논쟁’의 결과라고 짐작됩니다.

예수님은 서기 30년경 십자가에 처형된 후 차츰 인간에서 하나님으로 그 지위가 격상되었습니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랍비 혹은 예언자로 인식되었으나, 제자들의 부활 선언 이후에는 메시아로, 하나님의 아들로, 하나님의 외아들로, 그리고 마침내 하나님으로까지 점차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예수님이 거의 하나님과 동일시될 만큼 높여지던 310년대 말에 이집트 북부의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주교 알렉산더와 장로 아리우스 사이에 있었던 논쟁이 이른바 ‘아리우스 논쟁’입니다.

아리우스 논쟁은 근본적으로 ‘예수님의 신적인 지위’에 관한 논쟁이었습니다. 알렉산더 주교는 예수님을 하나님과 동일한 분으로 높였고, 아리우스 장로는 하나님과 가까운 위대한 인간으로 높였습니다. 둘 다 예수님을 높이는데 취지가 있었으나, 높이는 정도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알렉산더 주교는 예수님이 처음부터 하나님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아리우스 장로는 예수님이 하나님과 가까운 위대한 인간이기는 하나 여전히 인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두 주장의 차이는 오늘 본문인 잠언 8장 22절의 해석 차이에서 드러납니다.

주님께서 일을 시작하시던 그 태초에, 주님께서 모든 것을 지으시기 전에, 이미 주님께서는 나를 데리고 계셨다. (잠 8:22)

여기서 ‘나’는 ‘지혜’인데, 아리우스 장로는 지혜를 예수님과 동일시한 후 새번역 성서가 “데리고 계셨다”라고 번역한 히브리어 동사 ‘카나’를 ‘창조하다’로 번역해 예수님은 창조되었으니, 조물주가 아닌 피조물로서 하나님보다 못한 존재라고 보았습니다. 이에 반해 알렉산더 주교의 후계자 아타나시우스는 이 동사를 ‘창조의 머리로 세우셨다’라고 번역하여 삼위일체 교리를 수호했습니다. 아무튼 이런 배경에서 잠언 8장이 삼위일체주일의 구약 본문으로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예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아리우스 논쟁’은 예수님을 하나님과 동일 본질을 가진 신(神)으로 이해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에 가까이 접근한 위대한 인간(人間)으로 이해해야 할 것인가가 쟁점이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어느 입장에 서느냐에 따라, 예수님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집니다. 예수님을 하나님과 동일 본질을 가진 신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예수를 보통 인간과는 질적으로 다른 존재로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이에 따라 인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없는 철저히 무능한 죄인으로 이해되는 반면, 예수님은 이런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구원자로 이해됩니다. 이 경우 예수에 대해 인간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예수님을 신앙의 대상으로 믿는 것뿐입니다. 그 결과로 인간은 죄와 죽음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해방됩니다.

반면 예수님을 하나님에 가까이 접근한 위대한 인간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예수님은 인간이고, 보통 사람이 쉽게 다다르지 못하는 위대한 삶의 경지에 앞서 이른 것으로 이해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는 예수님이 보통 사람보다 훨씬 앞서서 위대한 삶을 살았지만, 보통 사람도 잠재적으로는 누구나 예수의 경지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이 경우 예수에 대해 인간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예수의 삶을 따라서 사는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가 예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는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것은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사는가 하는 것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전자는 ‘예수 믿기’에 만족할 것이고, 후자는 ‘예수 살기’를 추구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둘 중에 어디 쪽에 더 가깝습니까? 저는 후자를 제 신앙생활의 목표로 삼고 삽니다. 그렇다고 전자가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를 잘 믿으면서도 그저 신앙의 대상으로만 삼지 않고 예수를 자기 삶의 롤모델로 삼고 사는 그리스도인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예수를 어떻게 생각하든, 예수를 믿는데 머물지 않고, 예수를 닮고 따르고 산다면 세상은 그만큼 더 좋아질 것입니다.

지혜의 선재성과 창조성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다시 본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오늘 본문 22~31절에 나타난 ‘지혜’는 하나님의 천지창조 전에 나타나 창조의 모든 과정에 증인이 되고 있으며, 하나님의 창조를 기뻐하고 축하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혜의 모습은 구약의 지혜문학뿐 아니라 구약성서 전체에서 유일무이합니다. 그런데 이 ‘지혜’는 요한복음에 나오는 ‘로고스’와 깊은 유사성을 갖고 있습니다.

1태초에 ‘말씀’이 계셨다. 그 ‘말씀’은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 그 ‘말씀’은 하나님이셨다. 2그는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 3모든 것이 그로 말미암아 창조되었으니, 그가 없이 창조된 것은 하나도 없다. (요 1:1-3)

또 이와 유사한 증언이 골로새서에도 나옵니다.

15그 아들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형상이시요, 모든 피조물보다 먼저 나신 분이십니다. 16만물이 그분 안에서 창조되었습니다. 하늘에 있는 것들과 땅에 있는 것들,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 왕권이나 주권이나 권력이나 권세나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그분으로 말미암아 창조되었고, 그분을 위하여 창조되었습니다. 17그분은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만물은 그분 안에서 존속합니다. (골 1:15-17)

요한복음과 골로새서는 말씀/그리스도의 선재성(先在性)과 창조 역할을 강조합니다. 잠언도 마찬가지입니다. 본문 22~26절에서는 ‘지혜의 선재성’을 말하고, 또 30절에서는 지혜를 ‘창조의 명공’(새번역), ‘창조자’(개역 개정), ‘조수’(공동번역) 등으로 묘사합니다.

나는 그분 곁에서 창조의 명공이 되어, 날마다 그분을 즐겁게 하여 드리고, 나 또한 그분 앞에서 늘 기뻐하였다. (새번역)

내가 그 곁에 있어서 창조자가 되어 날마다 그의 기뻐하신 바가 되었으며 항상 그 앞에서 즐거워하였으며(개역 개정)

나는 붙어 다니며 조수 노릇을 했다. 언제나 그의 앞에서 뛰놀며 날마다 그를 기쁘게 해드렸다. (공동번역)

창조에 집중하라! 창조 세계에서 배우라!

그렇습니다! 잠언이 말하는 지혜는 선재성과 창조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혜의 이 두 능력이 ‘삼위일체’와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저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것보다는 ‘지혜’가 ‘창조의 능력’과 연관되어 있고, 그 능력은 훈련하거나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태초부터 존재한 시원적(始原的) 능력’이라는 것에 주목합니다. 따라서 지혜롭게 된다는 것은 바로 이 시원적인 능력을 얻는 것입니다. 지식을 많이 쌓는 것은 세상에서의 성공과 출세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행복한 삶이나 자기다운 삶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삶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가 주는 선물입니다. 그렇다면 우린 어떻게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구약성경은 곳곳에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바로 지혜의 근본이라고 말합니다. 딱 두 구절만 확인해 보겠습니다.

주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다. (시 111:10a)

주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이를 아는 것이 슬기의 근본이다. (잠 9:10)

주님을 경외한다는 말은 하나님의 행위에 집중한다는 말입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하나님이 하신 일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천지창조’가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는 언제 경외감을 느낍니까? 많은 경우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누구나 공감하는 경우는 대자연과 마주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대자연 앞에서 경외감을 느낍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삶의 지혜와 마주할 수 있는 곳도 대자연이 아닐까요? 그래서 제가 오늘 증언 제목을 “창조 세계에서 (지혜를) 배우라!”고 한 것입니다.

숲과 나무에서 배운 지혜들

창조 세계에서, 자연에서 지혜를 깨달은 이야기는 많습니다. 저는 그 가운데 숲과 나무에서 지혜를 배운 이야기를 오늘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작년에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숲과 나무에 관한 책 여러 권을 읽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책 저자 가운데는 나무를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은 철학자”라고 하면서 “내가 정말 배워야 할 모든 것은 나무에게서 배웠다”라고 말하는 30년 경력의 나무 의사도 있었고, 독일에서 20년 넘게 산림관리 공무원으로 일하다 친환경적 산림 경영을 실천하고자 산림 경영 지도원이 된 사람도 있었고, 또 벤처기업 CEO로 일하다 숲으로 들어가 숲의 말을 듣고 숲이 전하는 삶의 지혜를 전하며 사는 ‘숲 철학자’도 있었습니다. 그 모든 책에서 지혜와 만났는데, 그 가운데 일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숲에서 길을 묻다󰡕(김용규 지음)라는 책입니다. 인간의 생애를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생로병사(生老病死)’로 묘사하듯이, 저자는 나무의 일생을 ‘나고 살고 이루고 죽는’ 네 막으로 소개합니다. 1막은 ‘태어나다’입니다. 저자는 도토리가 제 삶을 열기 위해 땅을 뚫고 일어서 마침내 새싹을 틔우는 모습을 관찰하며, “모든 생명은 자기답게 살 힘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숲에서 태어난 생명 중에 자기가 나고 싶은 자리에서 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가진 생명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저자는 그것을 숙명(宿命)이라고 하면서 숲에서 자기가 태어난 자리를 억울해하는 생명이 없다고 말합니다. 돌 틈새 속과 벽을 배경으로 한 자리에서도 삶은 시작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도 태어나는 때와 장소, 부모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선택 불가인 것은 아닙니다. 그 숙명의 자리나 관계 속에서 그것들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으로 살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그것을 ‘명(命)을 ‘운영(運營)한다’는 뜻으로 ‘운명’(運命)이라고 말합니다. 벽 앞에 주어진 담쟁이의 삶도, 우거진 숲 아래 발아한 신갈나무도 태어난 자리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거목 아래 싹을 틔운 신갈나무는 기어코 하늘을 열고, 담장 앞에 선 담쟁이덩굴은 벽을 피하지 않고 넘습니다. 그게 그들 몫의 운명입니다.

이 이야기는 젊은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흙수저나 무수저는 숙명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숙명을 거슬려 나를 살 수 있습니다. 노예로 살 것인가, 주인으로 살 것인가는 우리 스스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초등학교만 졸업한 소년공이 대통령도 되는 나라인데 무엇을 못 이루겠습니까?

김용규 숲 철학자가 발견한 지혜는 숲에 들어가서 조금만 주의 깊게 관찰한 사람은 누구나 발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독일의 숲 전문가인 페터 볼레벤(Peter Wohlleben)이 쓴 󰡔나무수업󰡕은 우리가 보지 못했던 신비로운 나무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이 책에는 “따로 또 같이 살기를 배우다”란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자신의 영양분을 다른 동료 나무와 나아가 적이 될 수도 있는 다른 나무와 얽히고설킨 뿌리를 통해 서로 나눈답니다. 나무 한 그루가 외부의 공격을 받으면 주변의 다른 나무에게 위험을 알리고, 이 경고를 받은 나무들은 서둘러 대비하여 자신을 방어한답니다.

왜 나무들은 이론 사회적 존재가 되었을까요? 왜 자신의 영양분을 다른 동료들과 나아가 적이 될 수도 있는 다른 개체들과 나누는 것일까요? 이유는 함께하면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나무 한 그루는 숲이 아니기에 그 지역만의 일정한 기후를 조성할 수 없고, 비와 바람에 대책 없이 휘둘려야 합니다. 하지만 함께하면 많은 나무가 모여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고, 더위와 추위를 막으며 상당량의 물을 저장할 수 있고, 습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 환경이 유지되어야 나무들이 안전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자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공동체를 유지해야 합니다. 모든 개체가 자신만 생각한다면, 고목이 될 때까지 수명을 유지할 수 있는 나무가 몇 그루 안 될 것입니다. 계속해서 옆에 살던 이웃이 죽어 나갈 것이고, 숲에는 구멍이 뻥뻥 뚫릴 것이며, 그 구멍을 통해 폭풍이 숲으로 밀고 들어와 다시 나무들을 쓰러뜨릴 것입니다. 또 여름의 더위가 숲 바닥까지 침투하여 숲을 말려 죽일 것입니다. 그럼 모두가 고통을 당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나무는 한 그루 한 그루 전부가 최대한 오래 살아남아 주어야 하는 소중한 공동체의 자산입니다. 따라서 병이 든 개체가 있으면 지원을 해 주고 영양분을 공급하여 죽지 않게 보살펴야 합니다. 지금 나의 도움을 받아 건강을 회복한 나무가 다음번에 내가 아플 때 나를 도와줄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모든 나무는 공동체의 일원입니다.

나무에도 언어가 있다는 걸 아십니까? 나무는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알립니다. 향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아프리카의 기린은 우산 아카시아를 먹는답니다. 아카시아 입장에서는 이 대식가가 그야말로 불청객입니다. 그래서 아카시아는 이 기린을 쫓아 버리기 위해 기린이 자신에게 입을 대자마자 곧바로 몇 분 안에 유독 물질을 잎으로 발송합니다. 그럼 기린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다른 나무로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바로 옆에 있는 나무를 먹지 않고 굳이 100ｍ나 뚝 떨어진 곳까지 걸어간 다음 다시 식사를 시작합니다. 잎을 뜯어 먹힌 아카시아는 경고의 가스(이 경우 에틸렌)를 방출하여 주변 동료들에게 여기 적이 왔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그 즉시 옆에 서 있던 나무들도 똑같은 유독 물질을 잎으로 내려보내 재앙을 방지합니다. 기린은 이미 이런 시스템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수고스럽지만 좀 떨어진 곳까지 가서 아직 경고를 받지 못한 나무의 잎을 뜯어 먹는 것입니다. 혹은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가서 잎을 먹습니다. 향기 메시지는 공기를 타고 옆 나무로 전달되기 때문에 바람의 역방향으로 걸어가면 바로 옆에 있는 아카시아도 기린의 존재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홀로 숲을 이룰 수 있는 나무는 없습니다. 다 자란 나무가 둥근 이유는 다른 나무와 함께 햇빛을 고르게 받는 방향으로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또 나무들은 서로 키 높이를 맞춰 골고루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이렇듯 나로서 사는 삶은 나만을 위해 사는 삶을 넘어서는 일입니다.

하나님은 창조 세계 곳곳에 이런 삶의 지혜를 담아 놓으셨습니다. 그 지혜는 곳곳에서 소리 높여 우리를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보고 듣고 깨달아서, 그 가르침 대로 살면 됩니다. 그러면 행복할 수 있고 자기답게 살 수 있습니다. 키 큰 해바라기 밑에서 키 작은 채송화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예쁜 꽃을 피웁니다. 그러고도 행복합니다. 이게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나답게 영위하는 것입니다. 이런 지혜의 삶을 사는 우리 모두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