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적인 투신?

57그들이 길을 가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예수께 말하였다. “나는 선생님이 가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겠습니다.” 58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을 나는 새도 보금자리가 있으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59또 예수께서 다른 사람에게 “나를 따라오너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 사람이 말하였다. “[주님,] 내가 먼저 가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60그러나 예수께서는 그에게 말씀하셨다. “죽은 사람들을 장사하는 일은 죽은 사람들에게 맡겨두고, 너는 가서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여라.” 61또 다른 사람이 말하였다. “주님, 내가 주님을 따라가겠습니다. 그러나 먼저 집안 식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게 해주십시오.” 62예수께서는 그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다보는 사람은 하나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 (눅 9:57-62)

예루살렘 상경기

‘성령강림 후 세 번째 주일’인 오늘 ‘성서일과’(RCL)가 제시한 복음서 본문은 누가복음서 9장 57절로 62절입니다. 원래는 51절부터인데, 제가 51절부터 56절까지는 임의로 생략했습니다. 그런데 누가복음의 구조에 따르면 9장 51절부터 ‘예루살렘 상경기’가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예수님 일행은 이제부터 갈릴리를 떠나 예루살렘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 상황을 51절은 이렇게 전합니다.

예수께서 하늘에 올라가실 날이 다 되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에 가시기로 마음을 굳히셨다. (눅 9:51)

이 구절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단어는 ‘그래서’라는 접속사입니다. 이 단어는 ‘하늘에 올라가실 날’과 ‘예루살렘에 가는 것’이 인과관계가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이 성스러운 땅이기에 하늘에 오르기 위해서는 그곳에 가야 한다는 말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하늘에 올라가실 날”은 죽음과 부활과 승천의 날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당신이 죽임당할 자리가 예루살렘이라는 것을 알고, 거기로 가시기로 한 것입니다. 자기 죽을 자리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것은 비상한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누가는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에 가시기로 마음을 굳히셨다”라고 증언합니다. 이 말에서 우리는 예수님이 겪었던 내적인 갈등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길은 비상한 ‘결단’ 없이는 갈 수 없는 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단은 예수님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고, 그 길을 함께 걷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그 사실이 오늘 우리가 읽은 57절로 62절에 잘 나와 있습니다.

실천하기 어려운 말씀

예수님 일행이 예루살렘 상경길을 가고 있는데, 한 사람이 말합니다. “나는 선생님이 가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겠습니다”(57절). 지금 그는 나름대로 결의에 차서 자기 결단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예수님은 찬물을 끼얹는 말씀을 하십니다.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을 나는 새도 보금자리가 있으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58절).

이 말 뒤에 있는 속말은 “그래도 따르겠느냐?”일 겁니다. 누가는 그가 어떤 결정을 했는지 들려주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의 결단이 아니라, 이야기를 듣고 있는 ‘우리’의 결단이기 때문입니다. 머리 둘 곳도 없는 예수님을 생각하면 오늘 우리 삶은 너무나 편안하고 넉넉합니다. 그래서 “그래도 따르겠느냐?”라는 이 물음에 선뜻 “예”라고 대답하기 힘이 듭니다.

이번에는 예수님이 다른 사람에게 “나를 따라오너라”(59절) 하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예수님이 그를 인정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부르심에 선뜻 응하지 못합니다. 그의 태도는 배와 그물을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랐던 어부들(5:11), 세관을 버려두고 즉각 예수님을 따랐던 세리 레위(5:27)와 크게 비교됩니다. 그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은 ‘가족의 의무’입니다.

그는 이렇게 청합니다. “주님, 내가 먼저 가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당대의 유대인들은 장례를 무척 중요시했습니다. 장례를 잘 치르는 것은 가족은 물론, 마을 공동체의 의무였습니다. 또 연고 없이 죽은 사람의 장례를 돕는 것처럼 큰 선행은 없다고 가르쳤습니다. 또 장례를 치르는 동안에는 쉐마를 외우는 일과 기도를 바치는 종교적 의무도 면제받았습니다. 그런데 예수님 말씀은 너무 단호합니다: “죽은 사람들을 장사하는 일은 죽은 사람들에게 맡겨두고, 너는 가서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여라”(60절) 여기서 앞의 ‘죽은 사람’은 고인(故人)을 가리킬 텐데, 뒤에 등장하는 ‘죽은 사람’은 누구를 가리킬까요? 아무튼 그게 누구든 간에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 아버지 장례를 포기하라는 명령을 어떻게 따를 수 있습니까? ‘하나님 나라의 전파’가 중요하지만, 아버지의 장례보다 시급한 일일까요? 따라서 “죽은 사람들을 장사하는 일은 죽은 사람들에게 맡겨두고, 너는 가서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여라”라는 말씀 역시 선뜻 “예”라고 대답하기 힘이 듭니다.

이제 본문 61절에는 또 다른 사람 하나를 등장합니다. 그도 첫 번째 사람처럼 자발적으로 주님을 따르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먼저 집안 식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할 말미를 달라고 부탁합니다. 열왕기상 19장 19~21절에는 엘리야가 엘리사를 제자로 삼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거기를 보면 엘리야가 밭을 갈고 있는 엘리사를 제자로 삼으려 하자, 엘리사는 “부모님께 작별 인사를 한 후에 당신을 따라가겠습니다. 허락하여 주십시오” 하고 부탁합니다. 그러자 엘리야는 기꺼이 “어서 가보게. 내가 어찌 작별 인사를 금하겠는가?”라고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당신 추종자가 식구들과 작별할 겨를조차 주지 않고 매우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다보는 사람은 하나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62절).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다보는 것은 그가 일에 집중하지 못함을 가리킵니다. 그는 모든 걸 버리고 떠나기에는 미련이 많은 사람입니다. 우린 하나님 나라 밭을 갈도록 부름을 받고도, 자꾸만 뒤를 돌아봅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추종을 거부한 부자 청년처럼 가진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일 수도 있고(막 10:22), ‘하나님 나라’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 수도 있고, ‘소명’이나 ‘용기’가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는 일에 전적으로 투신하라고 하시는데 우리는 그 말씀을 따르기가 매우 힘이 듭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은 증언하기 어려운 본문입니다. ‘풀이’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실천’이 어렵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Do what you can!

사실 오늘 말씀뿐 아니라, 성서에는 실천하기 힘든 말씀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그 말씀 앞에서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을 ‘인정 또는 확인’하고 예수를 구세주로 믿는 것으로 그 문제에서 해방되고자 합니다. 그러니까 죄의 문제는 우리가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믿음으로 건너뛸 문제입니다. ‘대신 속죄’를 뜻하는 대속(代贖)이나, 의롭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믿음으로서 의롭다고 인정받았다는 뜻의 이신칭의(以信稱義)는 죄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건너뜀입니다. 즉 잘못을 개선(改善)하는 것이 아니라 묵과(默過)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법으로는 ‘죄인’이 ‘의인’ 되기 힘듭니다. 심리적 안정은 가져올 수 있으나, 개인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만족’만 있고, ‘행동’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성서에 등장하는 실천하기 힘든 말씀 앞에서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예수님이 부자 청년에게 했던 “가서, 네가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라.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막 10:21)는 명령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거기에 대한 한 가지 해답이 디다케(Didache, 일명 󰡔열두 사도의 가르침󰡕이라 불리는 초대 교회의 문서)에 나옵니다.

초대 기독교 공동체에는 예수님을 본받아 이곳 저것을 떠돌며 무상의 치유와 열린 밥상공동체를 재현한 유랑하는 선교사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이 마을에 들어가, 보다 안정적인 삶을 살던 집 있는 사람들을 방문했을 때, 집 있는 사람들은 하나님 나라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자기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유랑하는 선교사들처럼 당장 길을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하고 갈등했을 것입니다. 그런 저들을 향해 디다케는 다음과 같이 권고합니다: “만약 주님의 모든 멍에를 질 수 있다면, 당신은 완전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행하라.”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행하라. Do what you can!” 실천하기 힘든 말씀 앞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바로 이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꺼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됩니다. 여기서 ‘기꺼이’란 말이 중요합니다. 탐탁하지 않은데 ‘억지로’ 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계속해서 오랫동안 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 포기하게 됩니다. 내가 기쁘고 보람되고 행복해야 신이 나서 계속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해서 계속하다 보면 실천의 지평이 조금씩 넓고 깊어집니다. 그 결과 지금 당장은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도 나중에는 할 수 있게 됩니다.

오래전에 마더 테레사(Mother Teresa)가 쓴 책에서 읽었던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어떤 부유한 힌두 부인이 테레사 수녀를 만나러 왔습니다. 그녀는 테레사 수녀에게 “저도 당신의 일에 뭔가 나눔이 되고 싶어요” 하고 말했습니다. 테레사 수녀가 “좋습니다” 하고 대답했더니, 이 여인은 자기의 약점을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저는 우아한 옷을 너무 좋아해요.” 사실 그녀는 대략 8백 루피나 되는 값비싼 사리(sari)를 입고 있었습니다. 테레사 수녀의 사리는 겨우 8루피밖에 안 되는 것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녀가 입은 옷은 테레사 수녀가 입은 사리의 백배 이상 비싼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테레사 수녀는 자기 일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그녀에게 이렇게 권했습니다. “저라면 사리에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다음에 사리를 사러 갈 때는 8백 루피짜리 대신 5백 루피짜리로 사십시오. 그리고 남은 3백 루피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리를 사십시오.” 그녀는 기꺼이 그렇게 했고, 나중에는 백 루피짜리 사리를 입었습니다. 그것도 테레사 수녀가 더이상 싼 것은 안 된다고 그녀에게 충고했기 때문에 그 정도에 머문 것이었습니다. 카스트 제도(caste system)가 엄존하는 인도에서 귀족이 평민이나 노예의 옷을 입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랬다면 그것은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예수님처럼 죽임을 당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일일 것입니다. 아무튼 그녀는 테레사 수녀에게 그것이 그녀의 인생을 바꾸었노라고 고백했습니다. 그녀도 진정한 나눔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된 것입니다. 또한, 자신이 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힌두 여인처럼 작은 시작은 큰 진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사람은 그렇게 변하는 것이고,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결국 세상도 변하게 될 것입니다.

티쿤 올람(Tikkun Olam)

‘티쿤 올람’(Tikkun Olam)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히브리어로 ‘티쿤’은 ‘고치다’라는 뜻이고, ‘올람’은 ‘세계’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티쿤 올람’은 ‘세상을 고친다’라는 말입니다. 유대인들은 자녀들에게 “네가 태어날 때의 세상보다, 네가 떠날 때의 세상이 더 아름답게 살라”고 가르친답니다. 그러니까 유대인들의 삶의 목표는 “세상을 고치는 것, 세상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정말 그렇게 사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뜻만큼은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왜 태어났다고 생각하십니까? 삶의 목적, 존재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어렸을 때 <웨스트민스터 요리문답>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거기 보면 첫 번째 질문이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이 무엇입니까?”였습니다. 그런데 정답은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하나님을 영원토록 즐거워하는 것입니다”였습니다. 제가 삐딱해서였는지 몰라도, 그 답을 보면서 ‘병정놀이’가 떠올랐습니다. 장난감 병정을 정렬해 놓고 열병식 놀이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장난감 병정 중 하나이고, 하나님이 병정놀이를 위해 인간을 창조한 것 같았습니다. 불경스러운 상상이지만, 지금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하나님이 당신을 영화롭게 할 존재가 필요해서 인간을 창조했다면 그런 하나님은 시시해서 믿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믿지 못하겠습니다.

우리 삶의 목적,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그리스도인의 목표인 하나님 나라는 무엇입니까?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현실을 가리키는 것 아닙니까?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시고 보시니 좋다고 했던 세상은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망가졌습니다. 하나님은 그 망가진 세상을 고치고 싶어 하십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신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예수님이 당신의 길을 따르라고 하신 이유도 그것입니다. 망가진 세상을 고치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망가진 세상을 어떻게 고칩니까? 혁명가가 되거나 정치인이 되어야 할까요? 그것도 꼭 필요하겠지만, 모두가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각자 자기 ‘삶의 자리’에서 기꺼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됩니다. 예를 들면, 마태복음은 ‘최후의 심판 비유’에서 그것들이 주린 자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 목마른 자에게 마실 것을 주는 것, 나그네 된 자를 영접하는 것, 헐벗은 자에게 입을 것을 주는 것, 병든 자를 돌보아 주는 것, 감옥에 갇힌 자를 찾아 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마 25:35-36 참조). 이런 일들이 세상을 고치는 일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내가 여기에 있어서 불의를 도모하던 이들이 주춤한다면, 내가 여기에 있어서 더 따뜻한 세상을 이루기 위한 협력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내가 여기에 있어서 절망에 빠졌던 이들이 희망을 되찾고, 슬픔의 벼랑 끝에 서 있던 사람이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나님은 바로 이런 일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하십니다. 우리는 바로 그 일을 위해 부름을 받은 것입니다. 세상이 하도 소란해서 아름다운 이야기가 잘 들려오지 않지만, 사실은 세상 곳곳에서 아름다운 실천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실천들이 모여 세상은 조금씩 개선되는 것입니다. 적어도 그 실천들만큼 더 나빠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 있어서 세상은 그만큼 좋아졌습니다

미국 출신의 경제학자이자 평화주의자인 ‘스코트 니어링’이란 분이 계십니다. 그는 1883년 8월 6일에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났고, 1983년 8월 24일에 버먼트에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는 일찍이 산업자본주의를 인간 삶을 허망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파악했고, 자연으로 돌아가 단순한 삶을 살면서 타락한 인간성을 회복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돌아가는 삶을 선택했고, 채식주의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아내 헬렌 니어링과 버먼트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정착하여 53년 동안 땅에 뿌리박은 생태적인 삶을 살았는데, 그것이 수많은 사람에게 지금까지도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그는 백세 생일이 지나고 보름이 조금 넘어서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했는데, 그가 백 번째 생일을 맞던 날 이웃 사람들이 깃발을 들고 와서 축하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깃발 하나에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스코트 니어링이 백 년 동안 살아서 이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되었다.”

그렇습니다. 그는 진정으로 ‘티쿤 올람’의 삶을 살았습니다. 이 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때, “내가 죽었을 때도 이런 평을 들었으면 참 좋겠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전적인 투신’은 아무나 못 합니다. 하지만 ‘부분적 투신’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세상을 바꾸라고 우리를 부르신 소명을 일부라도 완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당신 때문에 세상이 더 나빠졌다”라는 말은 듣지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모두 “당신이 있어서 세상은 ‘그만큼’ 좋아졌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오늘 말씀 되새기시면서 침묵 가운데 묵상하시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