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이냐 ‘웅덩이’냐?

4야곱의 백성아, 이스라엘 백성의 모든 가족아, 너희는 주님의 말씀을 들어라. 5“나 주가 말한다. 너희의 조상이 나에게서 무슨 허물을 발견하였기에, 나에게서 멀리 떠나가서 헛된 우상을 쫓아다니며, 자신들도 허무하게 되었느냐? 6‘이집트 땅에서 우리를 이끌고 올라오신 분, 광야에서 우리를 인도하신 분, 그 황량하고 구덩이가 많은 땅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짙은 그 메마른 땅에서, 어느 누구도 지나다니지 않고 어느 누구도 살지 않는 그 땅에서, 우리를 인도하신 주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하고 묻지도 않는구나. 7내가 너희를 기름진 땅으로 인도해서, 그 땅의 열매를 먹게 하였고, 가장 좋은 것을 먹게 하였다. 그러나 너희는 들어오자마자 내 땅을 더럽히고, 내 재산을 부정하게 만들었다. 8제사장들은 나 주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지 않으며, 법을 다루는 자들이 나를 알지 못하며, 통치자들은 나에게 맞서서 범죄하며, 예언자들도 바알 신의 이름으로 예언하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우상들만 쫓아다녔다.” 9“그러므로 내가 너희를 다시 법대로 처리하겠다. 나 주의 말이다. 내가 너희 자손의 자손들을 법대로 처리하겠다. 10너희는 한 번 키프로스 섬들로 건너가서 보고, 게달에도 사람을 보내어서, 일찍이 그런 일이 일어났던가를 잘 살피고 알아 보아라. 11비록 신이라 할 수 없는 그런 신을 섬겨도, 한 번 섬긴 신을 다른 신으로 바꾸는 민족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런데도 내 백성은 그들의 영광을 전혀 쓸데 없는 것들과 바꾸어 버렸다. 12하늘아, 이것을 보고, 너도 놀라고 떨다가, 새파랗게 질려 버려라. 나 주의 말이다. 13참으로 나의 백성이 두 가지 악을 저질렀다. 하나는, 생수의 근원인 나를 버린 것이고, 또 하나는, 전혀 물이 고이지 않는, 물이 새는 웅덩이를 파서, 그것을 샘으로 삼은 것이다.” (렘 2:4-13)

눈물의 예언자 예레미야

8월의 마지막 주일이자 마지막 날인 오늘은 교회력으로 ‘성령강림 후 열두 번째 주일’입니다. ‘교회력에 따른 성서일과’는 지난 주일부터 시작해서 총 9주 동안 ‘예레미야서’에서 구약 본문을 제시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중간에 한 번은 예레미야서가 아니고 ‘예레미야애가서’입니다. 지난 주일을 건너뛰었으니 이제 8주가 남았는데, 그중에 기후정의주일, 남신도회주일, 세계성만찬기념주일같은 특별한 주일들이 끼어 있어서 예레미야서로 몇 번을 증언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오늘이 예레미야서 연속 증언 첫째 시간이기에, 먼저 ‘예레미야’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예레미아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1이 책에 기록되어 있는 것은 예레미야가 한 말이다. 그는 베냐민 땅 아나돗 마을의 제사장 출신인 힐기야의 아들이다. 2아몬의 아들 요시야가 유다 왕이 되어 다스린 지 십삼 년이 되었을 때에, 주님께서 예레미야에게 말씀하셨다. 3요시야의 아들 여호야김이 유다 왕으로 있을 때에도 주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시고, 그 뒤에도 유다 왕 요시야의 아들 시드기야 제 십일년까지 주님께서 그에게 여러 번 말씀하셨다. 시드기야 왕 십일년, 그 해 다섯째 달에 예루살렘 주민이 포로로 잡혀갔다. (렘 1:1-3)

예레미아는 예루살렘에서 북동쪽으로 몇 ㎞ 떨어져 있지 않은 베냐민 땅 ‘아나돗’ 출신이었고, ‘힐기야’의 아들이었습니다. 힐기야는 ‘다윗’에게 총애를 받았으나 왕위 계승 때 ‘솔로몬’이 아닌 ‘아도니야’를 지지해서 솔로몬이 아나돗으로 추방한 제사장 ‘아비아달’의 후손이었고, 그 역시 아나돗의 제사장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예레미야는 제사장 가문 출신이었습니다.

예레미야는 ‘요시야’ 왕 재위 13년에 예언자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당시 그는 불과 스무 살 남짓한 청년이었습니다. 주전 628년에 시작한 그의 예언 활동은 ‘시드기야’ 왕 재위 11년에 남 왕국 유다가 멸망할 때까지 이어집니다. 그때가 주전 587년이었으니, 예레미야는 40년이 넘도록 예언자로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활동한 시대는 우리 구한말처럼 유다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놓여있던 때였습니다.

‘예레미야’라는 이름의 뜻은 ‘야훼께서 던지다, 급히 보내다’입니다. 그 당시는 하루빨리 하나님의 말씀을 들어야 할 급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예루살렘이 멸망의 길로 치닫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심판 예고’와 ‘회개 촉구’를 모진 말에 담아서 선포했습니다. 그 결과 그는 백성들로부터 조롱과 멸시 그리고 박해의 대상이 되었고, 고향 사람들로부터는 생명의 위협까지 받았습니다. 당신 백성을 내모는 듯한 말씀 속에 담긴 구원의 메시지를 알아듣는 이가 없어, 예레미야가 전한 말씀은 점점 독설이 되어갔습니다. 그러나 돌아서지 않는 자녀를 회초리로 다스리시는 아버지의 사랑을, 그 아픈 사랑을 백성들은 알지 못했습니다. 결국 성전은 파괴되고 동족이 바빌론 유배지로 끌려가는 것을 보면서 예레미야는 비통의 눈물을 흘려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훗날 많은 사람들은 예레미야를 ‘눈물의 예언자’라고 불렀습니다.

유일신관이란?

오늘 본문 말씀에서도 하나님은 예언자 예레미야를 통해 유다 백성의 ‘죄’를 책망하십니다.

나 주가 말한다.

너희의 조상이 나에게서 무슨 허물을 발견하였기에,

나에게서 멀리 떠나가서 헛된 우상을 좇아다니며,

자신들도 허무하게 되었느냐? (5절)

제사장들은 나 주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지 않으며,

법을 다루는 자들이 나를 알지 못하며,

통치자들은 나에게 맞서서 범죄하며,

예언자들도 바알 신의 이름으로 예언하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우상들만 쫓아다녔다. (8절)

너희는 한 번 키프로스 섬들로 건너가서 보고,

게달에도 사람을 보내어서,

일찍이 그런 일이 일어났던가를 잘 살피고 알아보아라.

비록 신이라고 할 수 없는 그런 신을 섬겨도,

한 번 섬긴 신을 다른 신으로 바꾸는 민족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런데도 내 백성은 그들의 영광을

전혀 쓸데없는 것들과 바꾸어 버렸다. (10-11절)

본문에서 예레미야가 고발하고 있는 유다의 죄는 무엇입니까? 바로 ‘우상숭배’입니다. 그런데 우상숭배가 무엇입니까? 야훼/여호와 하나님이 아닌 다른 신을 섬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왜 잘못입니까? “너희는 내 앞에서 다른 신들을 섬기지 못한다”(출 20:3; 신 5:7)는 십계명의 제1계명에 위반되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야훼/여호와 하나님만이 참 신이고, 이슬람의 알라나 불교의 붓다는 우상이란 말입니까? 근본주의자들과 복음주의자들은 성경을 그렇듯 문자주의적으로 읽습니다. 그 결과가 무엇입니까? 그런 식으로 ‘유일성’을 주장하면 필연적으로 ‘배타적’이 되고 맙니다. 나와 우리 아닌 다른 사람들을 배제하고, 차별하고, 혐오합니다. 그게 바로 ‘극우’이며, 극우는 폭력과 일란성 쌍둥이입니다. 그렇다면 “너희는 내 앞에서 다른 신들을 섬기지 못한다”는 십계명의 제1계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어떻게 읽어야 문자주의를 넘어설 수 있을까요? Text는 반드시 Context와 함께/Context에 놓고 읽어야 합니다. 십계명이 선포된 Context/상황/맥락은 무엇입니까? 바로 출애굽 사건입니다. 출애굽 한 히브리가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십계명으로 계약을 맺고 계약 백성 이스라엘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증거가 십계명의 서문에 남아있습니다. 야훼 하나님은 밑도 끝도 없이 “너희는 내 앞에서 다른 신들을 섬기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에 앞서 먼저 당신을 소개하셨습니다. “나는 너희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낸 주 너희의 하나님이다”(출 20:2; 신 5:6)가 바로 그것입니다. 십계명 서문과 제1계명을 붙여서 함께 보실까요?

나는 너희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낸 주 너희의 하나님이다.

너희는 내 앞에서 다른 신들을 섬기지 못한다. (출 20:2-3; 신 5:6-7)

붙여서 함께 보면, 이 말은 “너희는 너희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내지 않은 신을 (내 앞에서) 섬기지 못한다”는 말 아닙니까? 이 말이 무슨 뜻입니까? ‘출애굽에 관여하지 않은 신은 섬길 필요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출애굽이 무엇입니까? 약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약자의 신음에 귀 기울이고, 약자를 배려하여 세상을 바꾼 역사입니다. 이렇듯 성서의 ‘유일신관’은 ‘사회의 약자를 위한 신만이 유일하게 신이라고 불리는 것이 마땅하다’라는 신앙관입니다. 야훼가 아니면 무조건 반대하여 물리치는 신앙관이 아닙니다. 구약성서에서 ‘하나님의 이름’은 하나가 아니고 여럿입니다. 야훼도 있지만, 엘로힘도 있습니다. ‘엘리야’(야훼는 나의 하나님)에서 ‘야’는 ‘야훼’를 가리킵니다. 반면에 ‘이스라엘’(하나님과 겨루다)에서 ‘엘’은 ‘엘로힘’ 가리킵니다. 이름은 다르지만 두 신은 다 ‘히브리’의 하나님, 즉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선 신’이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하나님으로 봅니다. 어쩜 이것이 ‘종교다원주의의 원조(元祖)’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서가 반대하는 것은 ‘종교다원주의’(Religious pluralism)가 아닙니다. ‘종교혼합주의’(Syncretism)입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는 사람들은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서 타 종교와 종교다원주의를 결사적으로 반대하는데, 그것은 성서 전통도 아니고 하나님의 뜻도 아닙니다. 성서 전통은 야훼든 엘로힘이든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신이라면 신으로 섬기되, 그렇지 않다면 ‘섬기기 못한다’라는 것입니다. (이는 ‘섬기지 말라’보다 더 강력한 금지 명령입니다.) 반대로 야훼든 엘로힘이든, 나아가 알라든 붓다든 그가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신이라면 비록 믿음 체제가 다르더라도 존중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바알은?

그렇다면 예레미야가 고발하는 우상숭배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종교혼합주의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야훼 신앙을 바알 신앙에 덧씌운 것을 가리킵니다. 겉모양은 야훼 신앙인데, 속 내용은 바알 신앙인 경우를 말합니다. 이 둘은 물과 기름처럼 한데 합쳐도 결코 섞일 수가 없습니다. 왜? 야훼는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신이고, 바알은 사회적 강자를 위하는 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에 왕정이 수립된 이후에 끊임없이 왕들은 야훼와 바알의 혼합을 추구했습니다. 왜? 그래야 왕정을 유지할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야훼 신앙으로는 왕정에 필요한 물적 기반을 확보할 수 없어서 바알 신앙을 통해서 왕정 유지에 필요한 물적 기반을 확보하려 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솔로몬과 아합을 비롯한 이스라엘과 유다의 역대 왕들이 예언자들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혼합주의를 택하고 바알을 따라나섰던 진짜 이유였습니다.

한 예로 아합이 바알을 섬기게 된 배경에는 왕비 이세벨이 있습니다. 이세벨은 바알 신앙의 본거지인 페니키아(시돈)의 ‘엣바알 왕의 딸인데(왕상 16:31), 페니키아는 지중해 연변에 있던 상업의 중심지였습니다. 상업 활동이라는 것은 소유권을 사고파는 행위이므로 명백한 소유권의 보장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므로 페니키아의 종교인 바알 신앙은 개인의 소유권을 보장해 주고 자유 매매를 옹호하며, 소유권자 개인의 의사에 따른 소유권 이양을 보장하는 사회·경제적 함의를 가진 신앙 체계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야훼 신앙의 전통을 이해하고 있었던 아합 왕과는 달리 왕비 이세벨은 나봇의 포도원을 아무렇지도 않게 갈취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바알’의 문자적 의미는 ‘소유주’입니다.

지금 우리는 ‘자본주의’(資本主義) 사회에 살고 있고, 법률로 재산의 사유(私有)를 인정하는 사회 제도의 보호 아래 있습니다. 그런데 ‘사유 재산 제도’의 근간이 되는 것이 ‘바알 신앙’이라는 것이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야훼 신앙은 재산 공유제에 가깝고, 바알 신앙은 사유 재산제에 가까운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성서가 말하는 공유의 ‘공’은 ‘함께할 공(共)’ 자가 아니라 ‘공변될 공(公)’ 자를 씁니다. 함께할 공을 쓰는 공유(共有)는 ‘공동으로 소유한다’는 뜻이고, 공변될 공을 쓰는 공유(公有)는 ‘하나님/공공이 소유한다’는 뜻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우리는 하나님을 창조주라고 고백하고 신앙하기 때문입니다. 이 신앙에 따르면 모든 것은 다 하나님께 속한 것입니다. 땅도 하늘도 바다도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도 다 하나님의 것입니다. 또한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갈 나 자신은 물론이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물질, 권력, 명예, 지위, 지식 등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것입니다. 내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무슨 소리냐,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내가 이룬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나에게 능력, 건강, 기회 등을 주시지 않았다면 내가 어떻게 이룰 수 있었겠습니까? 우리 실력은 다 하나님이 주신 것입니다. ‘부모도 실력이다’라는 말 같지 않은 주장을 하는데, 이 말이 ‘부모도 하나님이 주신 것이다’라는 뜻이라면 옳습니다. 따라서 내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두 다 하나님의 것이요, 나는 단지 하나님의 것을 맡아서 잠시 관리하는 청지기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꾸 위임받은 것을 자기 것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갑니다. 청지기는 하나님이 원하시면 언제든지 기꺼이 다시 내어드려야 합니다. 그런 뜻에서 나와 내가 가진 것은 하나님의 것이며 동시에 혼자서 차지할 수 없는 공공재(公共財)입니다. 이게 바알 신앙과 상충하는 야훼 신앙의 핵심 주장 중 하나입니다.

‘샘’이냐 ‘웅덩이’냐?

제가 오늘 증언 제목을 “‘샘’이냐 ‘웅덩이’냐?”라고 했습니다. 물론 이 제목은 본문 13절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참으로 나의 백성이 두 가지 악을 저질렀다.

하나는, 생수의 근원인 나를 버린 것이고,

또 하나는, 전혀 물이 고이지 않는, 물이 새는 웅덩이를 파서,

그것을 샘으로 삼은 것이다. (13절)

증언을 준비하고 시작할 때는 이 구절에 대한 묵상을 길게 나누려고 했는데, 원고를 쓰다 보니 앞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그래서 짧게 결론만 이야기하겠습니다. 하나님은 예레미야를 통해 백성의 두 악행을 고발합니다. 하나는 생수의 근원인 하나님을 버린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웅덩이를 파서 그것으로 샘을 대신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웅덩이는 물이 전혀 고이지 않는 새는 웅덩이였습니다.

샘에서는 늘 물이 솟아납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쓰고 또 써도 계속해서 생겨납니다. 이렇듯 샘의 특징은 ‘내어줌/드림(offering)’이요 ‘나눔(sharing)’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살 수 있는 근거는 ‘창조신앙’에 있습니다. 하나님께 값없이 받았으니, 하나님을 위해,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위해 기꺼이 그리고 값없이 다시 내어드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내어드려도 또 내어드릴 것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와 달리 웅덩이/저수지는 물을 가둬놓기 위해 있습니다. 그러니까 축적(蓄積), 많이 모아서 쌓아놓는 것이 그 목적입니다. 또한 축적은 소유, 즉 ‘내 것으로 가짐’과 연결됩니다. 한 마디로 움켜쥠입니다. Keeping은 Holding으로 밀접하게 이어집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움켜쥐어도 결국엔 새서 빠져나가더라는 것입니다.

당연히 샘은 야훼 신앙을, 웅덩이는 바알 신앙을 가리킵니다. 오늘날에도 하나님 빽(back) 삼아서 부~자 되려고 예수 믿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그건 무늬만 기독교지 실은 예수님이 경계한 맘몬 숭배입니다. 성경은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복이 있다”고 합니다. 왜? 그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이고, 택함을 받고 부르심을 받은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보람과 긍지를 느끼고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입니까? 내가 무언가 성취할 때도 기쁘고 감사하지만, 내가 남에게 덕을 끼쳤을 때, 내가 이웃에게 뭔가 도움이 되었을 때 더 기쁘고 감사하지 않습니까? 내가 아니라 ‘남을 위할 때’가 아닙니까? 그러니 웅덩이가 아니라 샘을 추구하십시오. 창조신앙을 입으로만 고백하지 말고 몸으로, 삶으로 살아내십시오. 요한복음 7장에서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로 와서 마셔라.

나를 믿는 사람은, 성경이 말한 바와 같이,

그의 배에서 생수가 강물처럼 흘러나올 것이다.

(요 7:37-38)

이 말씀처럼 우리도 하나님처럼, 예수 그리스도처럼, 작은 생수의 원천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