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의 행동과 행실을 고쳐라!

1이것은 주님께서 예레미야에게 하신 말씀이다. 2“너는 어서 토기장이의 집으로 내려가거라. 거기에서 내가 너에게 나의 말을 선포하겠다.” 3그래서 내가 토기장이의 집으로 내려갔더니, 토기장이가 마침 물레를 돌리며 일을 하고 있었다. 4그런데 그 토기장이는 진흙으로 그릇을 빚다가 잘되지 않으면, 그 흙으로 다른 그릇을 빚었다. 5그 때에 주님께서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6“‘이스라엘 백성아, 내가 이 토기장이와 같이 너희를 다룰 수가 없겠느냐? 나 주의 말이다. 이스라엘 백성아, 진흙이 토기장이의 손안에 있듯이, 너희도 내 손 안에 있다. 7내가 어떤 민족이나 나라의 뿌리를 뽑아내거나, 그들을 부수거나 멸망시키겠다고 말을 하였더라도, 8그 민족이 내가 경고한 죄악에서 돌이키기만 하면 나는 그들에게 내리려고 생각한 재앙을 거둔다. 9그러나 내가 어떤 민족이나 나라를 세우고 심겠다고 말을 하였더라도, 10그 백성이 나의 말을 순종하지 않고, 내가 보기에 악한 일을 하기만 하면, 나는 그들에게 내리기로 약속한 복을 거둔다.’ 11그러므로 너는 이제 유다 사람과 예루살렘 주민에게 전하여라. ‘나 주가 말한다. 내가 너희에게 내릴 재앙을 마련하고 있으며, 너희를 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러므로 너희는 어서, 각기 자신의 사악한 길에서 돌이키고, 너희의 행동과 행실을 고쳐라.’” (렘 18:1-11)

2025년 에큐메니컬 창조절

오늘은 교회력으로 ‘창조절 첫 번째 주일’입니다. 기장 교회를 오래 다닌 분은 ‘창조절’이란 절기가 익숙하겠지만, 다른 교단 교회를 다녔던 분은 이 창조절이란 절기가 낯설 것입니다. 교회력은 ‘하나님의 구속사(救贖史)—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한 해 동안 배분해 놓은 달력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도교’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났다고 봅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교회력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따릅니다. 대림절, 성탄절, 주현절, 사순절, 부활절, 성령강림절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렇듯 전통적인 교회력은 ‘성부 하나님’이 ‘성자 예수님’을 통해서 펼치신 구원 사역과 승천한 예수님이 당신을 대신하여 보내신 ‘성령 하나님’의 사역을 기억하고 기념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모든 구원 사역의 진짜 주인공인 성부 하나님은 뒷배경으로 빠지고, 성자 하나님과 성령 하나님만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더구나 1980년대부터 ‘세계교회협의회(WCC)’가 ‘JPIC(Justice, Peace and Integrity of Creation)—정의, 평화, 창조 세계의 온전성’을 ‘하나님의 선교’ 과제로 제시하기 시작한 이후에 성자와 성령의 사역 외에 성부의 사역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절기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대두되었습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창조절’입니다. 창조절은 성부 하나님의 창조 사역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절기입니다.

그런데 이 창조절을 실제로 교회력에 반영한 교단은 세계교회 중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유일했습니다. 기장은 1979년 ‘새역사 25주년 기념총회’에서 창조절을 지키기로 결의했고, 이후 매년 9월 첫째 주일부터 대림절 직전 주일까지 3달을 창조절로 지켜왔습니다. 그래서 창조절이 기장 교인들에게는 익숙합니다. 그러다가 환경문제가 세계적인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최근 들어 기후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창조절을 제정해 지키자는 운동이 세계교회의 곳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에큐메니컬 창조절’입니다.

이 창조절은 그 이름처럼 로마가톨릭교회를 비롯한 많은 개신교회가 함께 에큐메니컬 하게 지키고 있고, 기간도 9월 1일부터 10월 4일까지 34일 동안만 지킵니다. 그 유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1989년에 故 디미트리오스 동방정교회 세계 총대주교가 매년 9월 1일을 ‘창조 세계를 위한 기도의 날’로 지키자고 호소했습니다. 2001년에 유럽의 주요 교회들이 이를 수용했고, 2015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로마가톨릭교회에서도 이를 수용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많은 교회가 ‘창조 세계를 위한 기도의 날’인 9월 1일부터 가톨릭교회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인 10월 4일까지의 시간을 ‘창조절’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창조 세계를 돌보는 사람들의 본보기이자 모범입니다.

에큐메니컬 창조절 운영위원회는 매년 창조절을 맞아 그해의 주제와 상징과 성구를 정하고, 안내서를 발간합니다. <2025년 창조절 안내서> 서문은 다음과 같은 말로 우리를 환영합니다.

환영합니다! 올해 창조절을 기쁨으로 맞이합니다. 이 특별한 에큐메니컬 연대의 절기에 여러분의 공동체가 함께 하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매년 9월 1일부터 10월 4일까지, 그리스도인 가족은 우리 ‘공동의 집’을 보호하기 위한 기도와 행동을 전 세계적으로 기념하기 위해 연합합니다. 창조절은 우리가 하나님을 창조주로 찬양하고, 창조를 하나님의 계속되는 거룩한 사역으로 고백하고, 우리를 창조된 모든 것을 사랑하고 돌보는 동역자로서 부르시는 특별한 때입니다. 전 세계에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로서, 우리는 창조 세계를 돌보라는 공동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피조 세계의 한 부분이며,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과 함께 살아가는 동행자입니다. 우리의 안녕은 지구의 안녕과 이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공동의 집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를 보호할 이 기회를 기뻐합니다. 창조절에 창조 세계와 더불어 희망과 행동으로 함께 기도하고, 찬양하고, 연대하기를 기대합니다.

창조 세계와의 평화

매년, 에큐메니컬 창조절 운영위원회는 창조절의 주제를 제안하는데, 올해 주제는 “창조 세계와의 평화(Peace with Creation)”입니다. 그리고 주제 성구는 이사야서 32장 14절로 18절의 말씀입니다.

14요새는 파괴되고, 붐비던 도성은 텅 비고, 망대와 탑이 영원히 돌무더기가 되어서, 들나귀들이 즐거이 뛰노는 곳, 양 떼가 풀을 뜯는 곳이 될 것이다. 15그러나 주님께서 저 높은 곳에서부터 다시 우리에게 영을 보내 주시면, 황무지는 기름진 땅이 되고, 광야는 온갖 곡식을 풍성하게 내는 곡창지대가 될 것이다. 16그 때에는, 광야에 공평이 자리잡고, 기름진 땅에 의가 머물 것이다. 17의의 열매는 평화요, 의의 결실은 영원한 평안과 안전이다. 18나의 백성은 평화로운 집에서 살며, 안전한 거처, 평온히 쉴 수 있는 곳에서 살 것이다.

이 주제와 말씀은 9월 셋째 주일 ‘기후정의주일’에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올해 ‘상징’(symbol)’만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상징의 제목은 “평화의 동산(Garden of Peace)”입니다. 앞서 읽은 이사야 32장 14–18절 말씀을 바탕으로 한 그루의 나무와 그 위를 나는 흰 비둘기를 담고 있습니다. 나무 왼쪽은 뿌리가 메마른 땅속으로 파고들고, 주변은 황량하고 황폐한 풍경입니다. 반대로 나무 오른쪽은 울창하고 푸르며, 번성하는 풍경 속에 서 있습니다. 부리에 올리브 가지를 문 비둘기가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날아갑니다. 이는 전쟁과 탐욕이 남긴 황폐함에서 생명과 환대 그리고 평화가 숨 쉬는 땅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상징합니다. 올리브 가지를 문 흰 비둘기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평화의 상징입니다. 또한 노아의 홍수 이야기에서는 파괴 이후 새로운 생명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인류가 처음에 정원을 돌보도록 부름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올해 창조절은 우리에게 창조 세계의 온전성 회복과 평화 실현이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사명임을 웅변합니다.

토기장이의 집에서

오늘 본문인 예레미야서 18장 말씀에는 ‘토기장이의 비유’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이 말씀에서 하나님은 예레미야 예언자를 토기장이 집에 가게 하여 ‘현장 학습’을 시킵니다. 거기서 예레미야는 토기장이가 그릇을 빚기 위해 물레를 돌리며 일하는 모습을 봅니다. 토기장이는 진흙을 손으로 빚어서 그릇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릇을 빚다가 잘되지 않으면 흙을 뭉개고, 그 흙으로 새 그릇 빚는 일을 되풀이했습니다. 이 모습을 다 지켜본 예레미야에게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아, 내가 이 토기장이와 같이 너희를 다룰 수가 없겠느냐? 나 주의 말이다. 이스라엘 백성아, 진흙이 토기장이의 손안에 있듯이, 너희도 내 손 안에 있다. (6절)

강력한 경고입니다. 선택받은 백성이라는 자부심에 안주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누군가를 선택하신 까닭은 그가 그럴 만한 자격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선택은 철저히 하나님의 자유입니다. 다만 우리가 아는 것은 하나님이 누군가를 부르시는 까닭은 그에게 맡길 일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앞에서 소개한 2025년 창조절 상징에서 비둘기는 황무지를 평화의 동산으로 변화시키라는 소명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반대로 행동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진흙이 토기장이의 손안에 있듯이, 너희도 내 손 안에 있다.” 두려운 말씀입니다. 아무리 하나님의 선택을 받았다고 해도, 소명에 충실하지 못하면 하나님은 그를 버리십니다.

열린 미래

우리는 하나님을 불변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초월적이고 무시간적인 존재이기에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 분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성서의 하나님은 그렇지 않습니다. 죄 때문에 소돔과 고모라를 멸하시려던 하나님은 “의인을 악인과 함께 쓸어버리시렵니까?”라고 한 아브라함의 말에 당신 뜻을 돌이키십니다. 처음에는 50명이었다가 나중에는 45명, 40명, 30명, 20명으로 점점 줄어들고, 마지막에는 “의인 10명을 보아서라도 그 성을 멸하지 않겠다”라고 당신 뜻을 바꾸셨습니다.

이렇듯 성서의 하나님은 뜻을 돌이키시는 분이십니다. 초지일관이 늘 좋은 것은 아닙니다. 길을 잘못 들었는데 기왕 들어섰으니 내쳐 가자고 하면 그처럼 어리석은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돌이켜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오늘 본문 7-8절은 하나님이 어떤 민족이나 나라의 뿌리를 뽑아내거나 그들을 부수거나 멸망시키겠다고 말하셨어도 그들이 죄악에서 돌이키기만 하면 재앙을 거둔다고 합니다. 그 반대로 9-10절은 어떤 민족이나 나라를 세우고 심겠다고 말하셨어도, 그들이 순종하지 않고 악한 일을 하면 약속했던 복을 거둔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속한 민족이나 종교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사느냐, 그 뜻을 거역하느냐’입니다. 그래서 11절은 “너희는 어서, 각기 자신의 사악한 길에서 돌이키고, 너희의 행동과 행실을 고치라”고 명령합니다. 이 명령은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우리의 미래가 열려 있다’라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미래는 예고되어 있지만, 예정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닫혀 있지 않고 우리 행동에 따라 열려 있습니다. 이게 복음—기쁜 소식 아닙니까?

오늘 현재 ‘기후위기시계’는 3년 318일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또 세계기상기구(WMO)는 작년에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를 일시적으로 넘어섰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기회가 남아 있다고, 미래가 열려 있다고 합니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생에너지와 기후 금융의 확대라고 세계기상기구는 말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강조합니다. 그것은 시민 개개인의 적극적인 참여입니다. 그래서 2023년에 발표한 <당신이 기후위기와의 전쟁을 도울 수 있는 10가지 방법>을 다시 제시합니다. 오늘 그것을 다시 소개합니다.

1) 목소리를 내라: 친구와 가족, 동료들에게 탄소 감축을 독려하고,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운동에 참여하라.

2) 정치적 압박을 가하라: 당신이 관심 두는 환경 이슈를 선정하고, 변화를 촉구할 구체적인 요구 주제를 결정하라. 이를 바탕으로 지역 정치인과 기업가들이 탄소 감축을 위해 노력하도록 하라.

3) 당신의 교통수단을 바꿔라: 각국 정부가 수송부문 탈탄소를 위한 정책을 내놓는 가운데, 당신이 먼저 변화에 나서라.

4) 당신의 전력 사용량을 줄여라: 사용하지 않거나 비효율적인 전자제품을 끄고, 에너지 효율을 높여라. 그리고 가능하다면 전력 공급자를 무탄소 또는 재생에너지 공급자로 바꿔라.

5) 당신의 식단을 바꿔라: 식물 기반의 식사를 늘린다면 지구뿐 아니라 당신의 몸도 당신에게 감사할 것이다.

6) 지역에서 구매하고, 지속가능 관련 상품을 구매하라: 상품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자신이 사는 지역의 상품, 제철 식품을 구매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된 상품을 구매하라.

7) 음식물을 버리지 마라: 식품 생산량의 3분의 1이 버려지거나 잃어버리는 것들이다. 이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10%에 달한다.

8) 기후에 맞춰 스마트하게 입어라: 패션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8-10%를 차지한다. 새 옷을 적게 사고, 산 옷은 오래 입어라.

9) 나무를 심어라: 매년 1,200만ha의 숲이 파괴된다. 산림파괴를 막기 위해 개인 또는 단체의 일원으로서 나무 심기에 나서라.

10) 지구 친화적 투자에 집중하라: 개인의 저축과 투자를 통해서도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탄소 집약 산업에 투자하지 않는 투자기관에 투자한다면, 시장에 명확한 탈탄소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소돔과 고모라는 의인 10명이 없어서 불로 심판을 받고 멸망했습니다. 지금 하나님은 이 지구별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의인을 찾고 계십니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그 의인이 됩시다. 지구별을 망가뜨려 온 우리의 잘못된 행동과 행실을 고쳐서 인류의 미래를 바꾸는 마중물이 됩시다. 그래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보시니 좋았다고 하신 창조 세계를 온전하게 회복하여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줍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