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창1:1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2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어둠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물 위에 움직이고 계셨다. 3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니, 빛이 생겼다. 4그 빛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다. 하나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셔서, 5빛을 낮이라고 하시고, 어둠을 밤이라고 하셨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하루가 지났다. (창1:1-5)

빌1:1그리스도 예수의 종인 바울과 디모데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빌립보에 살고 있는 모든 성도들과 감독들과 집사들에게 이 편지를 씁니다. 2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려주시는 은혜와 평화가 여러분에게 있기를 빕니다. (빌1:1-2)

하나님께서 주신 두 말씀은 놀랍게도 같은 사실을 증언합니다. 창세기, 천지창조의 말씀은, 주전 586년 이스라엘이 바벨론 멸망 당해 끌려가, 70년 간 포로 생활하던 때, 기록되었습니다. 빌립보서는 바울이 순교 당하기 전인 기원후 60~62년경 로마 감옥에서 기록되었습니다. 연대로, 약 650여 년 정도, 지역으로, 바빌론과 로마라는 차이가 있지만, 놀랍게도 같은 사실을 고백합니다.

바빌론에서 포로 생활하는 사람들! 해 뜨면 노역에 끌려가, 해가 져야 돌아왔습니다. 지치고 병들고! 배고파 밥 달라고 우는 자식들! 날마다 겪는 짐승만도 못한 취급! 사는 게 죽느니만 못하다. 이런 세상! 망하면 좋겠다! 어머니 아버지가 전해주고, 내가 믿어 온 하나님! 그 하나님이 있다면, 세상이 이럴 수는 없다. 하나님도, 믿음도 부정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상황입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더라.” 도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기록하여 대대에 전하려 했을까요?

“땅이 혼돈하며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참담함 속에서 보는 현실입니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는지는 몰라도, 땅이 혼돈하며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음은 분명합니다. 현실도, 가졌던 믿음도 부정하고픈 때에, 놀랍게도 이렇게 고백합니다. “하나님의 신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믿음마저 부정하고 싶은 현실에서도, 하나님을 바라보며, 말씀을 묵상하는 사람은 알게 됩니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심을!” 하나님께서 믿음 안에 열려주신 세상을!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게 해주시고,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살아가게 해주심을 고백하게 됩니다. 내 앞에 어떠한 날이 펼쳐질지라도, 말씀을 안에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 하나님의 영이 수면 위에 운행하심”을 보며,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에서 사시길 축복합니다.

“하나님이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포로로 끌려와 사는 삶에 빛은 없었습니다. 해와 달이 밝게 빛나도 빛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들보다 수백 년 전, 살았던 다윗! 사울 왕의 시기를 받아, 도망쳐, 광야 이 동굴에서 저 동굴로 숨어 살아야 했습니다. 낮의 해도, 밤의 달도 불안 속의 그에게 빛이 되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날을 뜬눈으로 지새웁니다. 어느 밤, 잠 못 이루다가 동굴 밖의 하늘을 보았습니다. 해와 달이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얼마나 보기 싫었을까요? 그런데, 놀라운 고백을 합니다. 시8:3-6, “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달과 별들을 내가 보오니 사람이 무엇이기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 그를 하나님보다 조금 못하게 하시고 영화와 존귀로 관을 씌우셨나이다. 주의 손으로 만드신 것들을 다스리게 하시고 만물을 그 발아래 두셨으니!” 비록 쫓겨, 불안 속에서 두려워 떨지만,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고귀함! 아름다운 소명이 보입니다!

놀랍습니다! 다윗의 이 고백! 수백 년 뒤, 바빌론에서 포로 생활하던 자들의 고백이 되었습니다. 창1:26,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그 하나님께서 나를 그 형상대로 지어주셨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다스리게 해주셨다! 비록, 짐승 취급당하며, 하찮은 일을 하지만, 그 일로,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돌보고 다스리게 해주신다!

시18:28, “주께서 나의 등불을 켜심이여 주께서 내 흑암을 밝히시리이다.” 36:9, “주의 빛 안에서 내가 빛을 보리이다.” 다윗의 어둠을 밝히고, 포로 생활하던 자들의 어둠을 밝힌 그 빛! 내 모든 어둠을 밝혀주시는 그 빛!!! 말씀 안에서 내게도 주십니다! 찬송하며 살게 해주십니다. “태산을 넘어 험곡에 가도, 광명한 그 빛 마음에 받아 명랑한 천국을 바라보며 할렐루야를 힘차게 불러 날마다 빛에 걸어가리.”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라.” 여러분의 하루는 언제부터 시작됩니까? 포로로 끌려와, 노역에 시달리던 사람들! 무엇을 보았기에 하나님께서 하루를 저녁부터 시작하게 하셨다고 고백할까요? 무엇을 보라고, 저녁부터 하루가 시작된다고 고백하도록 가르치려 했을까요? 믿음 안에 열어주신 세상을 보라고!!!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노역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저녁이면 돌아와 쉴 수 있습니다. 지쳐 쓰러져 잠들지만, 하나님 품에서 안식할 수 있습니다. 고된 삶이지만, 하나님 안에서 안식으로 새 힘을 얻은 후 새날을 살 수 있습니다. 이 놀라운 사실을 보았습니다. 고백합니다. 하나님께서 하루를 저녁부터 시작되게 하셨다!! 어떤 하루를 사셨더라도, 저녁을 예비하시고, 하나님 품에서 안식을 누린 후, 새날을 살게 하시는 하나님 안에서 사시기를 축복합니다.

빌립보서! 바울 사도가 쓴 13편의 편지 중 하나입니다. 그 편지들 서두마다 인사말이 있습니다. 초기의 데살로니가 전후서는, 바울 자신에 대한 소개가 없습니다. 고린도전서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사도가 된 바울’이라고 합니다. 갈라디아서에서는 “사람에게서 난 것도 아니요, 사람으로 말미암은 것도 아니요,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신 하나님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도가 된 바울”이라고 합니다. 사도 됨을 점점 강조합니다. 열두 제자 중의 하나가 아니었다는 이유, 그 영향력이 커가니, 시기와 질투로 바울의 사도성을 폄훼하려는 사람들이 늘어가서입니다.

그런데, 생의 마지막 편지 가운데 하나인 빌립보서에서는 자신을 오직 “그리스도 예수의 종”이라고 소개합니다. 나면서부터 로마 시민권을 가진, 자유민인데, 왜 그리스도 예수의 종이라고 할까요? 예수를 전했다는 이유로 로마까지 끌려왔습니다. 재판도 받지 못하고 처형당합니다. 재판을 받아 보고 싶은 기대가 있다면, 절대 해선 안 될 말입니다.

빌립보 교회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1:17, 안 하던 전도를 하는 사람이 생겨났습니다. 바울에게 괴로움을 더하려고! 2:2, 마음을 같이 하지 못하고, 다툼과 허영으로 주의 일을 합니다. 4:2, 유오디아 파 순두게 파로 나뉘어 싸웁니다.

이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을까요? 쓴다면, 꾸짖고 훈계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려면, 사도임을 더욱 강조해야 합니다. 그런데 거꾸로, ‘그리스도 예수의 종’이라고 고백합니다. 괴롭히려고 전도하고, 서로 옳다고 싸우고, 편을 나누어 대립하고 있는 빌립보 교인들에게, 나는 그리스도 예수의 종이라 고백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놀랍게도, 그리스도 예수의 종이라는 고백 안에 하나님께서 지으신 아름다운 세상이 있습니다. 그 세상에서 사는 은혜와 복이 있습니다. 그 은혜와 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그래서, 편지를 씁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종!

이 짧은 고백 안에서 그 세 가지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첫째, 언제, 어디서나, 주 안에서 살게 해주십니다. 지금, 로마 감옥에 있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이 편지를 보낸다고 합니까?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보이십니까? 지금 로마 감옥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예수의 종이 되니, 보고, 누리고, 고백하게 해주십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 내가 있다. 어디에 있든, 나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게 해주신다.” 그리스도 예수의 종임을 날마다 고백하며, 어떤 자리에서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살아가는 그 은혜와 복을 누리시기를 축복합니다.

둘째, 그리스도를 보게 해주십니다. 나를 괴롭게 하려고 그리스도를 전파하는 사람들! 경쟁심, 허영으로 일하는 사람들! 편을 갈라 싸우는 사람들! 꼴도 보기 싫은 이들! 성도라 부르고 싶겠습니까? 그런데 보십시오! “빌립보에 사는 모든 성도와 또한 감독들과 집사들에게 편지하노니.” 내 눈에는 한심해 보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예수의 종임을 고백하면, 보게 해주십니다. 1장 6절, “너희 속에서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확신하노라.” 눈에 보이는 사람들의 한심함 대신, 그들 속에서 선한 일을 시작하시고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어가시는 예수님을 보며 사시기를 축복합니다.

셋째, 특권을 누리며 살게 하십니다. 2절,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은혜와 평강이 너희에게 있을지어다.” 욕하고 꾸짖어도 시원치 않습니다. 그런데 축복합니다.

“나는 너희에게 말하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5:44) 누가 이렇게 할 수 있습니까?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종은 합니다. 바울 사도는 말합니다.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축복하라. 축복하고 저주하지 말라.”(롬12:14) 이 복, 축복의 특권! 그리스도 예수의 종으로 날마다 누리며 사시기를 축복합니다.

자격이 있냐, 없냐, 따지는 것! 주인이신 주님이 하실 일입니다. 종! 그리스도 예수의 종이라면, 주님께서 제자들을 보내시며 하신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 “네가 빈 평안이 합당하면 거기 임할 것이요, 합당치 아니하면, 네게로 돌아올 것이니라.”(마10:13)

오늘 공동의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오지랖을 펴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종임을 고백하는 분, 주인의 자리에 서지 않기 위해, 늘 자신을 쳐서 복종시키는 분, 주께서 주인이 되어 나를 이끄시도록,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 고백하는 분을 세우시게 되기를 축복합니다. 아멘.▩